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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격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유진(민언련 이사),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기자말>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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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버즈피드."

지난 8월 26일과 27일에 열렸던 미디어오늘 콘퍼런스 '2015 저널리즘의 미래'에 참석했던 한 언론사 관계자가 남긴 후기 가운데 일부다. 참가비가 20만 원이나 되는 유료 컨퍼런스에 700명 이상의 청중이 몰린 것도 놀라웠지만 참가자들의 위기의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진지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는 자리면서 동시에 미디어오늘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기도 했다.

버즈피드는 뉴욕타임즈와 허핑턴포스트를 넘어 세계 최대의 트래픽을 기록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이다. 이 신문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낯설 정도로 마이너한 신문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들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다.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에 최적화된 콘텐츠도 성공 요인이지만 독자를 소비자로 보고 콘텐츠 소비 패턴을 추적·분석해 인터랙션을 끌어내는 전략으로 "트래픽을 쓸어 담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의 일이 아니다. 요즘 한창 뜨는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사업자인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우리 집엔 TV가 없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트레져헌터는 김이브와 양띵, 대도서관 등 유튜브 스타들의 소속사다. 웹캠 하나 놓고 1인 방송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소속사 차원의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기획 지원으로 웬만한 메이저급 연예인 못지 않은 콘텐츠 파워를 구축하고 있다.

기자 출신의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을 상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로봇이 쓴 프로야구 경기 중계 기사는 진짜 기자가 쓴 기사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지진을 감지하고 0.3초 만에 기사를 만들어내는 건 로봇이 아니면 불가능한 효율이다. 두산과 롯데의 경기 결과를 각각의 팬들에게 다른 각도에서 맞춤형 기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로봇과 경쟁하지 말고 로봇과 다른 기사로 차별화하라"고 조언했다.

10대와 20대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피키캐스트는 게시물 하나에 댓글이 평균 1200개 이상 달린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댓글까지 확장된 콘텐츠의 영역으로 녹여넣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장윤석 대표는 "우리 독자들은 2분짜리 동영상도 잘 안 본다"고 말했다. 피키캐스트는 동영상을 수많은 조각으로 잘라 만든 '움짤'로 성미급한 모바일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2분 동영상도 안 본다"... '움짤'로 독자 잡아야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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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브스뉴스 권영인 팀장은 "(A급이 아닌) B+ 포지셔닝 전략이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스브스뉴스를 흉내낸 언론사들이 많지만 어느 언론사도 스브스뉴스만큼의 퀄리티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권 팀장은 "주류 언론의 눈높이에서 한 발 내려가되 B급 미디어로 추락하지 않는 적절한 수준의 줄타기, 연성화하되 철저하게 뉴스 가치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팀장은 "수용자들의 공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 뉴스펀딩도 달라진 콘텐츠 환경을 실감하게 하는 사례였다. 뉴스펀딩은 출범 11개월 만에 누적 펀딩 금액이 20억 원을 넘어섰다. 기사 15만건에 누적 11만 명이 평균 1만8000만원을 후원했다. 뉴스펀딩을 믿고 프리랜서 선언을 한 기자도 있었다. 주류 언론의 규모와 영향력에 크게 못 미치지만 주목할 만한 대목은 독자들이 기꺼이 좋은 콘텐츠에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1면이 사라진 시대다. 종이신문은 물론이고 이제 9시 뉴스를 기다렸다 보는 시청자들도 급격히 줄고 있다. 전통적인 콘텐츠 플랫폼이 무너지면서 온갖 새로운 유통 채널이 떴다가 사라지고 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기술을 아는 기자와 저널리즘을 아는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틀에 걸친 콘퍼런스의 결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1면이 사라진 시대, 이제 모든 기사가 1면이 돼야 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가 저널리즘을 구원할 수도 있다.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 개편과 빅데이터 분석, 인포그래픽, 검색엔진 최적화 등 혁신 저널리즘의 새로운 기술을 동원해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기술 혁신은 저널리즘을 보완하고 보조할 뿐 핵심은 결국 콘텐츠와 기획 능력이다. 기자의 문제의식이 저널리즘의 근간이라는 이야기다.

이틀 동안의 콘퍼런스에 온갖 현란한 테크놀로지와 혁신 사례가 쏟아졌지만 결국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도 큰 성과였다. 메시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동시에 해야 한다. 만들어 놓으면 적당히 팔리던 그런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읽지 않으면 읽게 만들고 보지 않으면 보게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좌판을 깔고 어디서든 들이밀어야 한다.

"독자들이 떠난 게 아니라 저널리즘이 뒤쳐져 있을 뿐"이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도 필요하다. 여전히 저널리즘의 가치는 유효하고 다만 낡은 플랫폼과 스토리텔링의 관행에 묶여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버즈피드를 흉내낼 수는 있지만 모든 언론이 버즈피드가 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버즈피드를 배우고 달라진 콘텐츠 환경을 따라잡되 저널리즘의 복원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입니다.



태그:#저널리즘의 미래, #미디어오늘, #버즈피드, #로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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