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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마을을 표방하는 일본 다이지에 핫핑크돌핀스가 찾아 오기로 한 이유는 한국 수족관 돌고래의 70%가 이곳에서 잡혀오기 때문입니다. 왜 이곳 사람들은 전 세계가 반대하는데도 계속 고래잡이를 고집할까 궁금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일본의 수족관들이 더이상 다이지 돌고래를 반입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과연 다이지 어민들이 계속 돌고래 사냥을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찾아간 다이지 현지에서 거대한 고래산업의 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일본 여행 안내 책자에도 나오지 않는 다이지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고래박물관이었습니다. 사실 고래 보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이지 마을에서 갈 만한 곳은 고래박물관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적이 드물고 외부인의 출입이 별로 없는 마을에서 그나마 고래박물관은 예외였습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이유는 이 고래박물관에서 다양한 종의 고래들을 총동원해 서커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쇼장 다녀봤지만, 이런 돌고래쇼는 처음

고래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집착으로 가득한 곳, 고래박물관
▲ 일본 다이지 고래박물관의 전경 고래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집착으로 가득한 곳, 고래박물관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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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른바 돌고래 쇼장에서 봐온 돌고래들은 거의 대부분 큰돌고래(전에는 영어이름 'bottlenose dolphin'을 직역해 병코돌고래라고도 불렀습니다)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돌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어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성격이 침착하고 인간에게 친화적이며, 다른 돌고래에 비해 수족관 같은 사육시설 생존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입니다.

'제돌이'를 비롯해 얼마 전 바다로 돌아간 제주 돌고래들은 큰돌고래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남방큰돌고래인데, 역시 온순한 성격 때문에 불법 포획되어 돌고래 쇼에 이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다이지 고래박물관 한편에 마련한 고래 서커스장에 와보고는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좁은 수조에서 큰돌고래와 낫돌고래가 쇼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돌고래 쇼장 실태 조사를 위해 전 세계 쇼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낫돌고래의 쇼는 처음 봤습니다.

낫돌고래는 동해안에도 약 3천 마리 서식하고 있는 보호종 돌고래입니다
▲ 다이지 돌고래 쇼장에서 만난 낫돌고래 낫돌고래는 동해안에도 약 3천 마리 서식하고 있는 보호종 돌고래입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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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쇼가 끝나자 이번엔 좀 더 널찍한 웅덩이에서 큰머리돌고래, 흑범고래, 들쇠고래의 쇼가 이어졌습니다. 이 고래들 모두 국제 보호종이며, 쇼에 이용되는 모습을 본 것 역시 처음입니다.

이 고래들은 조련사를 태우고 수영을 하는가 하면 점프를 하거나, 배영을 하거나, 지느러미를 흔드는 등 일반적인 돌고래 쇼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관중은 커다란 들쇠고래가 부리는 묘기에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고, 직접 먹이주기 체험과 만지기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기온은 섭씨 27도였습니다. 만지기 체험을 위해 물 바깥으로 나온 큰돌고래를 만져보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이 큰돌고래는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5분 넘게 조련사의 명령에 따라 묘기를 부리고 쇼가 끝나면 다시 콘크리트 바닥으로 올라가 관광객에게 만짐을 당하며 사진 촬영까지 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만져보고 사진을 찍는 가격은 1인당 1천 원(1백 엔)가량이었습니다. "이렇게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돌고래들이 화상을 입지는 않나요?"라는 핫핑크돌핀스의 질문에 조련사는 미소를 띤 얼굴로 "아무래도 그렇겠죠(화상을 입겠죠)"라고 상냥히 답합니다.

감옥 같은 사육 시설

몸길이 6미터에 달하는 들쇠고래는 유럽을 비롯해 세계에서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고래쇼에 동원된 들쇠고래 몸길이 6미터에 달하는 들쇠고래는 유럽을 비롯해 세계에서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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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쇼장 옆에는 조그만 해양 수족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지름이 10m도 안 돼 보이는 좁은 수조에서 온몸이 하얀 알비노 큰돌고래 '앤젤'과 줄무늬돌고래 네 마리, 범열대알락돌고래 한 마리가 함께 수조를 뱅글뱅글 돌고 있습니다.

동물원에 감금된 동물들이 보이는 정형 행동입니다. 특히 엔젤은 두 눈을 감은 채 같은 코스를, 같은 속도로 무한 반복해 돌고 있었는데, 다른 돌고래들과는 달리 두 눈을 뜨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돌핀 프로젝트'의 릭 오베리씨를 만나 물어보니, 알비노 증상 때문에 눈이 부셔서 계속 감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수족관 수조는 눈이 부신 돌고래가 햇볕을 피해 잠수할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로지 사람들이 돌고래들의 전후좌우를 모두 관찰할 수 있게 사방이 투명하게 뚫려 있었고, 그래서 알비노 돌고래 엔젤은 그저 눈을 감고 지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관음증을 충족해주기 위함일까요?

최소 일곱 종류 이상의 서로 다른 고래류들이 살아서 헤엄치며 쇼를 하는 모습에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텔레비전 채널 하나만 고정해놓고 보다가 일곱 채널이 나오게 되었을 때의 다양함에 무엇을 볼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래박물관에는 지구 상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의 골격도 전시를 하고 있는데, 그 크기가 무려 25m에 달했습니다. 산 자에서 죽은 자까지, 대왕고래에서 새끼 돌고래까지 고래의 모든 것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눈이 호강을 한다"면서 연신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서 있는 곳은 바다가 아니라 감옥과도 같은 콘크리트 사육 시설이었습니다.

다이지 앞바다에서 무리들과 자유롭게 헤엄치다 2014년 1월 포획돼 수족관 신세가 된 알비노 큰돌고래 앤젤이 다이지 해양수족관에서 정형행동을 보입니다.
▲ 온몸이 하얀 알비노 큰돌고래 '앤젤' 다이지 앞바다에서 무리들과 자유롭게 헤엄치다 2014년 1월 포획돼 수족관 신세가 된 알비노 큰돌고래 앤젤이 다이지 해양수족관에서 정형행동을 보입니다.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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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들은 수족관 고래들의 생존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요즘 울산 앞바다 등 동해안에서 몇 천 마리 무리를 이뤄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참돌고래는 성격이 급해 수조에 두면 금세 폐사하고 맙니다.

돌고래 쇼에 이용할 수 없지요. 그나마 성격이 온순해서 수족관 사육이 보다 용이하다고 알려진 큰돌고래도 감금 후 2년 내에 50% 이상이 폐사합니다. 바다에서 보통 40년을 사는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 10년 이상 살기 힘들고, 많은 경우 2년을 채 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들을 시설에 가둬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돌고래들이 계속 죽어나가기 때문에 한 번 수족관 시설을 지어 놓으면 계속 고래들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한국 해역에서 고래류를 전시 목적으로 잡아올 수가 없게 됐기 때문에 시설을 폐쇄하지 않는 이상 가까운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들을 계속 수입해올 수밖에 없습니다.

<재팬타임스>의 기자를 통해 들은 바로는 일본 다이지의 고래류 수출 장부를 확인해보니 다이지가 매년 1천 마리 정도의 돌고래 등을 해외 쇼장에 수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돌고래 한 마리당 가격이 1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해보면, 이 조그만 마을에서 왜 그렇게 돌고래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지 알만 합니다.

중국에서는 올해 일본 다이지에서 150마리의 돌고래를 사가겠다고 구매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다이지 돌고래들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부터 이집트의 사막에 지어진 수족관과 카리브 해의 리조트까지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 돌고래들이 몇 년 안에 죽으면 재구매가 이뤄지겠지요. 이렇게 다이지의 고래 잡이 산업이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고래 쇼장과 해양 수족관에 이어 고래박물관 본관에서는 '고래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집착'에서 비롯됐을 것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혀, 눈, 생식기, 수염 등 고래의 신체 부위를 하나하나 떼어내어 전시하고 있고, 1개월부터 출산이 임박한 11개월째까지 어미의 자궁에서 자라다 만 태아고래의 사체도 각 개월 수별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일본의 자랑스러운 포경 역사를 보여주는 특별전까지 보고 나오면 이제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각양각색의 고래고기 가공품들입니다.

눈과 귀와 손으로 온갖 종류의 고래를 실컷 즐겼으니 이제 코와 혀로 고래를 즐길 차례인가요? 꼭 한 점 먹어봐야 비로소 고래 관광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은 이미 자체 조달한 고래 고기가 광범위하게 판매되고 있어서 수입이 필요 없지만, 다이지는 이렇게 살아 있는 고래와 죽은 고래를 세계 시장에 내다팔아 큰 돈을 벌어들입니다. '공장형 포경'이라고 불러도 될 듯 합니다.

야만의 공장형 포경

고래고기를 이용해 만든 가공식품의 갯수는 최소 열 가지가 넘었습니다. 고래고기로 만들어낸 온갖 음식종류의 상상력에 박수라도 보내줄까요?
▲ 다이지 고래박물관에서 팔리는 고래고기 가공품들 고래고기를 이용해 만든 가공식품의 갯수는 최소 열 가지가 넘었습니다. 고래고기로 만들어낸 온갖 음식종류의 상상력에 박수라도 보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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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다이지 어민들의 항변은 '고래잡이가 전통'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항변하기라도 하듯 고래박물관은 온통 일본의 포경 전통을 설명하는 것으로 장황하게 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옛날 어민 수십 명이 수십 척 조각배에 나눠 타고 손수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가 힘들게 대형 고래 한 마리를 잡은 뒤 온 마을이 나눠먹던 시절의 자급 포경과, 지금처럼 고래잡이 전용 조업배 14척이 선단을 이뤄 매년 수천 마리의 돌고래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한 뒤, 예쁘고 어린 돌고래를 순치 시설에 가두고 몇 개월간 고문을 해서 공연용 돌고래로 탈바꿈시켜 전 세계 수족관에 공급하기 위해 벌어지는 공장식 포경은 달라도 너무나 다릅니다.

게다가 이제 고래류가 서서히 바다에서 씨가 마르고 있다는 것도 근본적 차이입니다. 자기 집 마당에서 풀어 놓고 키우다가 가끔 한 마리씩 잡는 씨암탉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도축되는 치킨용 닭이 같지 않듯 말입니다.

우리는 다이지에서 공장식 축산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공장식 포경을 봅니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돈만 벌 수 있다면 환경 파괴나 멸종 위기 동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인간의 무시무시한 탐욕을 봅니다. 피 묻은 돈을 지키기 위해 눈을 부라리는 집착을 봅니다.

다이지 고래박물관은 이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래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줄 테니, 당신들은 맘껏 즐기고 소비하고 돈을 내라고 말입니다. 적나라한 야만의 현장입니다. 일본 다이지 현장에서 두 번째 밤이 저뭅니다. 내일은 고래잡이 배들이 조업에 나서는 다이지 포구 현장에 나가보려 합니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곳에서 다양한 고래들이 조련사들에게 훈련을 받고 공연용 고래가 되어 마침내 쇼장으로 팔려갑니다
▲ 다이지 고래박물관의 고래 순치 훈련장 이곳에서 다양한 고래들이 조련사들에게 훈련을 받고 공연용 고래가 되어 마침내 쇼장으로 팔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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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 핫핑크돌핀스가 돌고래 학살지 일본 다이지를 방문하며 직접 작성한 기사로서 중복게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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