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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명품마을로 선정된 동고지마을 전경
 2015년 4월 명품마을로 선정된 동고지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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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립공원 열한 번째 명품마을로 선정된 여수 동고지마을을 방문했다. 여수시 남면 안도 동고지에 있는 이 자그마한 마을은 2013년 4월 MBC 일밤 '아빠 어디가' 프로그램 방영 이후 널리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보트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 선 커다란 간판 속 사진과 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간판에는 'MBC, KBS ,EBS 방송 3사 촬영지'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방송이 나간 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6억 원, 여수시가 4억 원 등 총 10여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낙후된 마을환경개선과 자연보호를 위한 노후 가옥 보수, 석면조사 및 처리, 생태습지를 조성했다. 또한 어가 민박 두 동이 신축되고 기존 마을민박 세 동이 리모델링됨에 따라 외지에서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안락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4월 MBC 일밤 '아빠 어디가' 프로그램 방영 후 널리 알려지면서 명품마을이 되어 KBS, EBS 방송 3사의 촬영지'가 됐다는 간판이 마을 입구에 서있다
 2013년 4월 MBC 일밤 '아빠 어디가' 프로그램 방영 후 널리 알려지면서 명품마을이 되어 KBS, EBS 방송 3사의 촬영지'가 됐다는 간판이 마을 입구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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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위해 현대식 민박집을 지어 마을주민들이 공동관리하고 있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위해 현대식 민박집을 지어 마을주민들이 공동관리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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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과 여수시의 지원을 받아 집안 살림살이는 개선됐지만 구불구불한 돌담길은 그대로 보존돼 옛 정취를 풍기고 있었다. 명품마을로 지명되기 전 일곱 가구에 불과했던 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외지로 나갔던 분들이 다시 돌아와 현재 열한 가구가 됐다.

인구도 15명이나 돼 두 배나 늘었으니 성공한 셈이다. 몇 집 되지 않는 마을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적힌 예쁜 문패가 달려 있어 친근감을 더한다. 문패만 읽으면 살고 있는 동네주민을 다 알 수 있다. 

▲ 섬마을 큰 농가 - 섬마을이지만 농사를 가장 많이 지으신 분입니다.

▲ 시원한 파도 아저씨 민박 - 유머와 노래가 특기인 시원한 성격의 주인아저씨가 활기찬 목소리로 맞아주는 곳입니다. 넓은 마당에서 그물 어구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동고지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하여 마을과 바다를 한눈에 즐길 수 있습니다.
'시원한 파도 아저씨 민박'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는 집 앞에서 마을 현황을 설명해준 심채성씨 모습
 '시원한 파도 아저씨 민박'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는 집 앞에서 마을 현황을 설명해준 심채성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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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 할머니 집 - 동고지 마을 최고령의 인심 좋은 토박이 할머니가 사시는 곳입니다. 동고지가 참 살기 좋은 마을이라 오래오래 사셨다고 하십니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이야기를 청해보세요.

▲ 착한 아저씨 돌담집 - 초등학교 시절 절벽다이빙 비공인 신기록을 보유했던 마음 착한 아저씨가 살고 있습니다. 돌담집을 지나며 다정한 인사를 나눠보세요.

▲ 배를 닮은 큰집- 제일 큰 고깃배를 운영하며 나눔도 깊은 인정 많은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 동고지 민박 - 휙휙 만들어도 맛있는 김치와 된장, 젓갈의 달인이신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민박입니다. 동고지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넓은 마당에서 바다와 마을을 만나보세요

동고지마을에서도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한 심명남 시민기자댁.
 동고지마을에서도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한 심명남 시민기자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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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아라우물 모습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아라우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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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한 송이 집 - 김치와 효소를 잘 담그시는 할머니와 동백이 예쁜 집입니다. 동고지 바다와  가장 가까운 집으로 탁 트인 전망이 일품입니다

▲ 자연미인 할머니 집 - 돌담과 장독대, 다락 등 옛 어가의 느낌이 살아있는 집으로 방풍 장아찌를 잘 만드시는 자연미인 할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한번 맛보면 계속 찾게 되는 방풍장아찌 비법을 알려주실까요?

'이발사 아저씨 집'이라는 문패가 걸린 돌담길
 '이발사 아저씨 집'이라는 문패가 걸린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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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발사 아저씨집 - 이발사이며 어장관리의 달인이신 아저씨는 물고기를 많이 잡은 날엔 마을과 함께 나누기도 하신답니다

한창 때는 50가구 300명의 주민 살았던 동고지마을

한창 때 50가구에 200~300명까지 살았던 마을 주민들은 사라호 태풍 이후 도회지로 이사 가기 시작했다. 방풍밭에서 일하던 할머니가 관광객들이 마을을 찾아오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맨날 여기서 살고 있어 좋은 지 모르겄는디 처음 온 사람들이 좋당께 좋소"

"피서철에는 예약 안하면 방이 없지만 피서철을 피하면 방은 있다"라면서 마을 현황을 설명해주던 심채성씨는 "사람소리도 들리고 아이들 소리도 들려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명해지고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중 고향마을에 쉬러 왔다는 K씨의 얘기다.

관광객들을 위해 깨끗이 단장된 식당 모습
 관광객들을 위해 깨끗이 단장된 식당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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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정취 가득한 돌담길
 옛정취 가득한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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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마을이라고 소문이 나니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요. 고향이라고 며칠 조용히 쉬다가고 싶은데 시끄러워지고 주차 문제로 다투기도 하니 싫을 때가 있어요. 명품마을이면 뭣합니까. 동네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좁아 차가 비껴갈 수도 없어요. 혹시 술 먹고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때서야 길을 넓혀줄 겁니까?"

K씨의 얘기를 듣자 그의 고민이 현실이 될까 걱정됐다. 소박하고 인심 좋았던 마을이 돈맛을 알면서 반비례로 인심이 각박해지는 걸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동고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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