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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대성에너지(주)가 지난 6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입사원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대성에너지(주)가 지난 6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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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대성에너지(주)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하반기 특별 채용을 약속했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으로,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관련 기사 : "모두 다 하나님의 뜻"... 대성에너지의 황당 면접). 대성에너지는 신규 채용 공고 이후 서류 전형을 거쳐 최종 면접까지 진행하고 응시자를 단 한 명도 뽑지 않아 논란에 오른 바 있다.

대성에너지는 지난 6일 김영훈 대표이사 명의로 '대성에너지 채용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유가 폭락에 따른 제반 경영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뜻하지 않게 채용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며 "저희들의 불찰로 지원자들과 지역 사회에 큰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지역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하게 됐다"며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신입사원 특별 채용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채용 인원도 애당초 상반기 뽑을 예정이었던 1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에너지 사과문에 "면피용" 비판 제기

대성에너지.
 대성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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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성에너지의 사과문에 대해 여론 면피용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채용을 하지 않은 이유로 '유가 폭락'을 들며 어려운 경영에도 특별 채용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 면접까지 본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채용 안내문에도 없던 독후감을 쓰게 하고 회장의 최종 면접까지 보도록 한 19명의 지원자들에게 일부만 합격한 것처럼 거짓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아 기업의 비윤리적 모습이라는 비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성에너지 채용에 지원했던 A씨는 "이번에 지원했던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3개월간 마음 졸이고 결과가 발표된 후에는 갑질 채용인 걸 알고 마음 아파했을 면접자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사과문에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갑질 채용 논란으로 마음의 상처를 겪은 19명의 피해자에게는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미지만 생각해서 특별 채용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인 B씨도 "진정으로 뉘우친다면 피해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비용적 측면이나 이미지 측면에서도 나을 텐데 지금의 행태로 보면 논란이 수그러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하반기 채용도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이어 "회사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우리가 눈엣가시일 것"이라며 "그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고 등 떠밀리듯이 하반기 채용을 밝혔지만, 다시 응시한다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성에너지 "배려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

대구청년유니온은 지난 3일 오전 대성에너지 본사 앞에서 취업갑질에 대해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희망고문상'을 수여했다.
 대구청년유니온은 지난 3일 오전 대성에너지 본사 앞에서 취업갑질에 대해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희망고문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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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성에너지 측은 하반기 특별 채용에서 이번 최종 면접에 지원했던 응시자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탈락한 19명은 이미 종결된 사항이고 하반기 공채에서 특혜를 준다면 역차별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며 "아직 입장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생한 응시생들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기도 어렵고 가산점을 주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이라며 "내부적으로 상식선에서 고민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은 7일 성명서를 내고 "직접적인 피해자인 지원자들에게 보다 더 책임있는 태도를 취하고 사과문에서 밝힌 약속들을 이행한다면 '채용 갑질' 논란은 대성에너지만 아니라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대성에너지의 신입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단순한 '갑질'이 아니라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대구 지역의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는 공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어 "채용 갑질 논란을 접하면서 우리가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일이 지역 기업의 일반적이지는 않더라도 흔한 일일 수도 있고 이것이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번 신입사원 공채 논란과 사과, 약속은 지역 기업은 물론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 각자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채용 갑질 근절과 기업 문화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대성에너지, #채용 갑질,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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