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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이틀동안 강원도 정선 안경다리탄광마을에서 제1회 '추억영화제'가 열렸다. 이번 영화제는 일반 영화제의 목적과는 사뭇 다른 지향점에 서 있다. 폐광으로 낙후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그 노력은 프로그램 곳곳에 묻어났고 영화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겐 고스란히 전달됐다.

우선 이 영화제는 10년 뒤 3대가 10가구 사는 동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은 다섯 명이 주축이 된 '모락모락 주민사업단'(아래 주민사업단)과 '21세기자막단'(아래 자막단)이 그 뜻에 힘이 되고자 이 영화제를 기획하게 됐다.

21세기자막단 대표 김빈
 21세기자막단 대표 김빈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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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단 대표 김빈씨는 이 영화제의 한계점도 잘 알고 있었다. 접근성의 불리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힘들 것을 알았고, 이 영화제가 마을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영화제를 기획한 것은 노력하는 할머니들의 그 마음이 이 영화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전달돼 소수라도 그분들이 이 마을을 흥보해 타지인이 이 마을을 방문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록 마을이 '타임캡슐공원'과 '추억의 박물관'을 제외하면 관광지로 장점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의 힘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프로그램이 마을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짜여 있었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마을을 배경으로 영상을 제작하도록 하고, 오랫동안 이 마을을 지키신 분과 마을투어를 하며 마을의 이야기와 건물과 그 건물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과 마주보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 선물을 주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같은 이벤트가 있었다.

하지만 자막단과 주민사업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조금 냉랭했다. 이걸 한다고 마을에 도움이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마을을 살리려는 노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주민사업단의 대표인 임경순씨는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모락모락주민사업단 임경순
 모락모락주민사업단 임경순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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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하이원에서 교육을 받고 협동조합을 발족하려 했지만 주민들이 이견으로 결국 좌절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대로 손을 놓기가 아까워서 마음에 맞는 다른 네 명이 의기투합해 주민사업단을 발족하고 '토닥토작 고향밥상'과 '골목투어'를 엮어 사업을 띄웠다. 또 겨울에는 만두를 직접 빚어 택배로 부치는 일도 해 작게나마 소득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 주민들의 단합은 둘째치고 사업단 일을 널리 흥보하고 또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하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좀 더 돈을 쓰게 해 가시적인 성과를 어느 정도 보여 자신의 사업단에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마을을 지켜 3대가 살 수 있는 고장을 만들고 싶은 바람을 보다 빨리 실현하려면 지금 하는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임경순씨는 열심히 노력하면 마을 분들도 한 분 한 분 사업단에 참여하게 되고 마을에 활력도 돌아올 것이라 믿고 이 사업을 꾸준히 펼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도움을 주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화제는 참여하는 사람에게 큰 인상을 주기위해 각종 이벤트를 통해 무릎담요, 마카롱, 치킨교환권, 무료 고향밥상 제공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마을까지 오신 분들에 대한 배려와 함백역에서 하는 야외 심야 상영에 대한 배려가 묻어 나는 부분이었다.

듀오 "채운"
 듀오 "채운"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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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까지 직접 마을을 제작한 공모작수를 받고 오후 8시부터 공모작 상연, 이후 초대가수 채운의 공연이 이어졌다. 몇십 명의 관객 앞에서 이뤄지는 작은 공연이었지만, 멋진 기타연주와 감미로운 보컬의 목소리가 폐역이 된 함백역을 가득 채우고 되살렸다. 공연이 끝나고 12시부터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 박제욱 감독의 <찡찡 막막>이 상연됐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영화제는 오전 4시 반쯤 모든 행사를 마쳐야 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그 텐트 안에서 마을 사람들이 삶아 준 감자와 옥수수를 먹으며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재미있고 수준 높은 영화를 밤 새워가며 감상했다. 비록 뜻밖에 내린 비로 아쉽게 일찍 행사가 끝났지만 추억 하나만은 확실히 챙길 수 있었다.

추억영화제 공모전 시상식
 추억영화제 공모전 시상식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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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흥보의 한계와 지역적 한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참여한 사람들에겐 멋진 추억을 안겨준 뜻깊은 행사였다. 무엇보다 '자막단'을 알리려는 욕심보다는 함께하자는 마음이 따뜻했던 행사관계자들의 마음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1993년 폐광으로 인해 죽어가는 마을을 되살려 보겠다는 마을사람들의 그 마음도 잊지 못할 것이다.

38번 국도를 달리다 함백쪽으로 빠져 10분 정도 거리의 함백에 들러 '타임캡슐공원'과 '추억의 박물관'을 구경한 후 '토닥토닥 고향밥상'으로 배를 채우고 마을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골목투어를 한다면 괜찮은 하루 일정이 되지 않을까. 관심 있으신 분은 페이스북에 '토다토닥고향밥상'을 검색하여 적어도 하루 전에 예약하면 된다. 당일 준비는 할 수 없다고 한다.

내년에 다시 추억영화제가 열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추억영화제 사무실로 쓰인 신동다방
 추억영화제 사무실로 쓰인 신동다방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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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함백, #신동, #추억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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