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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정년 보장 대신 단계적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가 논란인 가운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무법인 '여는'(금속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학습지 교사 3명이 ㈜대교를 상대로 냈던 '임금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소송 선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판사 마용주․성준규․이정아)가 지난 28일에 했는데, 김 변호사는 이날 판결문을 받았다.

대교는 2009년 5월 직급정년제를 도입하고 직무등급별 직급정년제 편입대상자외 일정연령 도달자의 임금을 순차로 최대 60%까지 삭감하는 1차 임금피크제를 실시했고, 2012년 12월 임금을 임금을 최대 50%까지로 삭감하는 2차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서울에서 열린 '공공-금융노동자 투쟁 결의대회' 때 모습.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서울에서 열린 '공공-금융노동자 투쟁 결의대회' 때 모습.
ⓒ 강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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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는 이 같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1차 때 직원 84.4%, 2차 때 91.4%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995년부터 일해 온 학습지교사 3명은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취업규칙 개정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있고, 임금삭감율이 지나치게 과도한 점 등을 들어 임금피크제가 되지 않았으면 받았을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학습지교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근로자들의 동의의사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회의방식을 통한,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대교)가 근로자들에게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을 통해 개정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설명 내용과 방법, 의견취합을 위해 부여한 시간, 의견취합의 단위와 방법 등의 각 영역 내지 국면들의 개별적 문제를 종합해 고려하고, 1차와 2차 임금피크제가 도입됨에 따라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와 그와 같은 제도 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절차와 관련해 대부분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설명과 토론 시간의 부족', '관리자들에 의한 유․무형의 동의 강요', '기명날인에 따른 반대 의사 표출의 부담' 등의 문제를 공통으로 언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내세운 사정들은 그 내용이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이익의 정도가 극심하다"며 "취업규칙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하여 동의절차와 무관하게 그 유효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동의절차와 관련해, 재판부는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들의 적법한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어 무효"라며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취업규칙이 정한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된 임금의 지급을 구하거나, 절차상 하자로 인해 지급받지 못하게 된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습지교사 3명에 대해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삭감액 각 3747만 원, 3319만 원, 4019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소송비용에 대해 1/10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라고 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필요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는, 가능한 사용자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을 해야 할 경우 제대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임금피크제, #금속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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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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