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을 마친 뒤 재학생, 졸업생, 동료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을 마친 뒤 재학생, 졸업생, 동료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실망하고 있던 꿈에 관한 새로운 희망을 보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배웠고, 공부를 더 사랑하게 됐고, 모든 것에 부딪혀 도전하게 됐다. 이런 것들을 삼각산고가 내게 알려줬다."

옥현종 삼각산고 교장은 한 졸업생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어 "이러한 학생을 졸업시킨 삼각산고가 혁신학교의 성공사례가 된 이면에는 모든 선생님 수고와 노력과 땀과 눈물과 희생이 있었다. 그 핵심에는 늘 김정안 선생님이 계셨다"고 말했다.

옥 교장은 이후 예정에 없던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면서 '민주주의여 만세'를 "김정안 만세"로 고쳐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많은 이들이 김정안 교사를 향해 '들국화'의 <축복합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서는 김정안(62) 교사의 정년퇴임식이 열렸다. 여느 퇴임식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학교는 정년퇴임식을 김정안 교사의 고별 특강으로 꾸몄고, 김 교사가 발표한 소논문·보고서·기고문과 언론 인터뷰 등을 모아 자료집을 만들었다. 퇴임식에는 삼각산고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교사,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975년 처음 교단에 선 김정안 교사는 2011년 개교한 삼각산고의 첫 혁신기획부장으로서, 4년 동안 혁신교육을 이끌었다. 이후 삼각산고는 서울형 혁신학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벨트'에 있는 삼각산고는 개교 당시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이후 혁신교육에 대한 입소문이 나고 대학 진학률도 좋아지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대학 입시가 존속되는 상황에서 고등학교에서도 혁신교육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교육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5일 박재동 화백은 김정안 교사에게 '혁신학교의 어머니'라는 문구를 넣은 초상화를 선물했다.

관련기사
복도에서 오토바이 타는 학교로 소문 났지만...
[김정안 교사 인터뷰] "첫째 보내고 울던 학부모..."
[김정안 교사 기고] 공부 못하는 혁신학교? 대입 결과 공개합니다
혁신고에 가니, 성적이 더 좋아졌다

"혁신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에서 학부모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에서 학부모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에서 동료 교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에서 동료 교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정안 교사는 삼각산고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2013년 첫 졸업문집 '삼각산고에서 용이 된 아이들'에 실린 손정은 양의 글을 소개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삼각산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대단한 사람인 듯이 대접을 받았다. '너라면 믿을 수 있어'라는 말을 3년 동안 많이 들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실로 엄청난 일인데, 나는 그런 것을 3년 동안 아낌없이 받은 것이다. 내가 삼각산고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인정을 받고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나는 엄청난 행운아인가보다."

김 교사는 "강남에서 용이 난다고 하지만, 혁신학교인 삼각산고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용이 됐다고 표현했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사·학생·학부모 3주체가 함께 벌점이 없는 생활 규정을 만들었고, 이를 개정할 때도 함께 했다"면서 "(삼각산고의) 프로젝트 수업, 학생 중심 수업, 학습 두레 등은 학생들을 주체로 세우기 위한 거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을 복잡한 사회에 적응하는 통찰력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키우고자 했다"고 전했다.

혁신학교 실패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 "삼각산고에 앞서 2009년 개교한 은평고에서 혁신교육을 하기 위해 새로 틀을 짰다. 과로를 했고, 응급실에 실려 가고 이가 부러졌다. 혁신학교 지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학부모들은 실험대상이 싫다며 거부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삼각산고로 오면서 부채의식이 남았다"고 말했다.

삼각산고 교사들에게 "학교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는 말을 남겼다. 김 교사는 "성공적인 혁신학교는 모두 학교 민주화, 교사·학생·학부모 사이에 협력과 존중의 문화가 이뤄진 곳이다"면서 "그렇지 않은 혁신학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한국 교육에 희망이 있느냐'는 질문 많이 받고, 최근에도 받았다. 저는 '혁신학교가 생겨나기 전이라면 확신이 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가 혁신학교를 겪으면서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학교는 이미 잎과 줄기가 났고 다른 학교의 나무들과 숲을 이뤄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학교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서 정말 행복했다. 이렇게 교직에서 은퇴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교사는 퇴임 후에도 현재 맡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 운영위원장, 강북교육혁신지구 운영협의회 위원으로서 혁신학교 운동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의 고별 특강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혁신학교의 성과는 민들레 씨처럼 퍼져나갈 것"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을 마친 뒤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을 마친 뒤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을 마친 뒤 동료 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정안 삼각산고등학교 교사가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을 마친 뒤 동료 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교사 대표인 조동근 교사는 송별사를 통해 "경쟁을 강요하고 정해진 답을 찾는 수동적 교육에서 벗어나 협력하고 탐구하며 창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혁신교육은 교육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희망이었다"면서 "김정안 선생님은 혁신학교의 성공이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혁신학교 성공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그는 "퇴임하는 선생님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아마도 홀가분함을 느끼기보다 걱정을 할 것 같다. 혁신학교라는 나무가 튼튼히 뿌리내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려하지 마세요"라고 강조했다.

"선생님의 가장 큰 업적은 서로 함께 논의하고 소통하는 교사 문화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전통이 살아 있는 한, 우리가 넘지 못할 장벽은 없다. 삼각산고는 단단해지고, 혁신학교 성과는 민들레 씨처럼 드넓게 퍼져나갈 것이다."

이날 퇴임식에는 재학생과 졸업생들도 참여했다. 2학년 최영훈군은 "선생님은 누구보다 발표수업을 많이 하셨다. 학생들을 많이 신경 써주시고 잘 가르쳐주셨다"면서 "퇴임한다고 하니, 아쉽다"라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는 짧은 편지와 케이크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 졸업한 김서형씨는 김 교사를 두고 "학생을 가르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학생들을 주체로 생각하고 우리들과 함께 했던 특별한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삼각산고, #김정안 교사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