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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법 제60조에 따르면, 법인은 사업연도가 끝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안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소득세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종합소득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할 때에도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고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에는 세무조정계산서가 있다.

세무조정계산서란, 재무제표에 나타난 당기순이익과 국세청이 활용하는 과세소득이 다르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국세청에서 필요로 하는 과세 소득으로 변환하게끔 작성된 서류를 말한다. 신고할 때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써, 제출하지 않으면 세무조사 대상이 되거나 무신고 가산세 부과대상이 될 수도 있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82조에는 과세표준 및 세액조정계산서를 규정해두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세무조정계산서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세무조정계산서
ⓒ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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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요한 부분이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 제9항과 시행규칙 제50조의2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법인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때는, 꼭 세무사나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된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가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해두고 있다. 법인 외부의 세무사가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는 것, 이른바 '외부세무조정'이다. 쉽게 말해, 강제로 외부의 세무사에게 돈을 주고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세무사로 시행규칙 제50조의3에서는 이렇게 규정해둔다.

"외부세무조정 대상법인의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세무사는 지방국세청장의 지정을 받은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로 한다."

"조정반은 2명 이상의 세무사,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으로 하되, 조정반에는 대표자를 두어야 한다. 이 경우 세무사는 2개 이상의 조정반에 소속될 수 없다."

소득세법에도 시행령 제131조 제2항 및 제4항과 시행규칙 제65조의3에 같은 내용이 규정돼 있다. 지방국세청 산하에 세무조정반을 두고 관할 내 세무사들을 배치한다는 이야기이다. 조정반 소속 세무사들에게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을 의뢰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외부세무조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에게 강제된다는 것. 그리고 지방국세청 산하 조정반에 참여하는 세무사에게 의무적으로 작성을 의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법에 의해 지정된 것이 아니고 시행령에 의해 지정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의회유보설과 조세법률주의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의해 채워진다. 대법원은 위임 범위나 한계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의회유보설과 포괄적 위임 금지를 제시한다.

의회유보설이란, 국민에게 아주 중요한 행정적 사항은 법률의 근거를 필요로 하고, 그중에서도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본질적 사항은 의회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이에 근거해 KBS 수신료 결정과 관련해 국회의 결정이나 관여가 배제되면, 법률의 근거가 없는 것이 된다고 결정한 적이 있다.

납세의 의무는 특히 중요한 것이어서,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 본질적 사항을 정해야 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의해 본질적 사항이 정해지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고 선언(대판 98두11731)한 적이 있다.

따라서,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해 신고할 때도 기본적 사항이나 신고 불이행 시 불이익 등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적이 있다.

하위법령에 위임할 때에도 아무렇게나 위임하는 것은 아니다. 포괄적 위임 금지라고 해서, 누가 봐도 법률이나 상위법령으로부터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은 대강이라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문언의 한계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함부로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면 그것은 새로 입법을 한 것과 다름 없는 결과가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외부세무조정과 세무사나 세무법인 혹은 회계법인만이 지방국세청장 산하 조정반에 참여한다는 규정은 법률에는 명시된 적은 없고, 시행령에 의해 구체화된 것이다.

대법원 "외부세무조정 제도는 법률 규정 없이 시행령 의해 규정돼 무효"

대구의 한 세무 전문 법무법인은 2000년부터 10여 년 넘게 대구지방국세청에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됐다가, 2010년에 조정반 취소 통보를 받았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및 소득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정반에 법무법인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통보였다.

그래서 이들은 대구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이어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과 항소심에서 이들은 승소했고, 대구지방국세청의 상고로 대법원에 최종 판단이 맡겨진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위의 의회유보설과 포괄적 위임 금지, 조세법률주의 등 근거에 따라 법무법인의 외부세무조정 참여를 긍정했다. 대법원의 판단을 살펴보자.

"성질상 납세의무자 본인이 작성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시행령 조항은 성실한 납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납세의무자 중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자에 대해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납세의무 이행에 있어서 스스로 이행할 수 없는 작위의무를 추가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신고의무 이행에 필요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납세의무자는 외부전문가에게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고 (중략) 재산권을 제한하는 정도가 단순히 간과될 수 있을 만큼 경비하다고 볼 수 없다."

"납세의무자가 세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사업체 내부에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외부전문가에게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맡길 의사나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납세의무자 스스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므로"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역은 세무사 이외에도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이 있다. 외부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각 전문 직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 대립할 가능성이 크고, 그 범위 결정 여하에 따라 세무조정계산서 작성과 관련해 부담하는 비용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사전에 관련 당사자들의 비판과 참여가능성이 보장된 공개적 토론과정을 통해 상충하는 이익간의 공정한 조정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형성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

외부세무조정은 추가적 경제적 부담이 필요하고 스스로 작성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의회가 정해야 할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법률로 정해야 할 본질적 사항이라는 이야기다. 즉, 행정입법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업무를 맡길 '외부'의 범위도 법률이 직접 정하고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범위는 시행규칙에 의해 정해졌다. 관련 법률은 세무조정계산서 제출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이라고 규정됐을 뿐, 외부세무조정제도의 창설이나 범위 지정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조세법률주의 원칙 위반,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 나아가 위헌성 문제가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의 파장, 업계별 반응

대법원은 명령이나 규칙의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재판의 전제가 되면 그 최종심사권을 가진다. 대법원은 외부세무조정이 중요한 사항임에도 법률에 의해 규정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외부세무조정제도나 나아가 지방국세청이 이를 위해 세무사나 세무법인, 회계법인만으로 조정반을 꾸리는 제도의 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국회의 입법을 요구했다. 입법이 정말 이루어질지도 미지수지만, 이루어지더라도 그 공백기간 동안 기장대리와 더불어 세무사의 주된 업무 영역인 외부세무조정 제도의 근간이 흔들린 것이다. 규정이 없으니, 세무조정계산서를 변호사에 의뢰하거나 납세자 본인이 직접 해도 된다.

이에 대한 각 전문직종별 반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세무사회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등 법률에 규정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공인회계사회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변호사업계는 다소 복잡하다. 2003년 세무사법 개정에 따라,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을 갖더라도 등록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입법 과정에서 변호사가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2003년 법 개정 당시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던 변호사들은 당장 세무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로스쿨생들이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화 판결과 양상이 비슷하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무효화했지만, 소급을 금지했다. 변호사들이 그동안 받았던 성공보수가 부당이득이 돼 채권의 소멸시효 10년에 따라 2005년 7월 23일이나 24일 이후 성공보수를 돌려달라는 소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지만, 소급이 막힘에 따라 그럴 가능성을 막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경험이 많은 전관 변호사들이 그동안 받았던 성공보수를 지킬 수 있어서 유리했다. 그외 사법시험 출신으로서 판검사 경험이 있거나 판검사로 재직하는 동기가 있을 신진 변호사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요소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했다.

공교롭게도, 외부세무조정 관련 대법원의 판결도 당장 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변호사들은 2003년 세무사법 개정 이전부터 활동한 변호사들이다. 또한 로스쿨에서 세무 관련 커리큘럼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대법원이 로스쿨 출신을 비롯한 후배들의 밥그릇을 챙겨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결국 장기간의 경제 불황 속 서로의 영역을 지키고 빼앗는 신경전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법원의 주문대로 외부세무조정 제도는 곧 국회의 손을 거쳐야 한다. 국회가 정반대의 압력 속에서 어떤 개정안을 제시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새로운 뉴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출발" 샤브샤브뉴스(http://www.sharpsharpnews.com)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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