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째 길 위를 걷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길이라면 난 카메라를 들고 길을 걸을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든 표정을 담아내고 싶다. 행복하고, 슬프고, 화가 나고, 아름답고... 이 연재를 통해 우리는 세상 사람들의 일상을 보게 될 것이다. 아니 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사진작가 김진석-파리,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는 곳이 16구에 위치한 사이요궁 트로카데로 광장이다. 광장 끝은 언제나 에펠탑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마치 파리를 다녀왔다는 인증샷처럼.
춤을 추는 사람들,
손가락 사이로 에펠탑을 넣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
셀카를 찍는 사람들,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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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요궁 트로카데로 광장,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북한 사람. |
ⓒ 사진작가 김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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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요궁 트로카데로 광장, 에펠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북한 사람들. |
ⓒ 사진작가 김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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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혼잡한 광장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식(?)을 펼쳐 보인다. 그렇게 한참 사람 구경을 하고 있을 때였다. 광장을 가로질러 다가오는 한 무리의 아시아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짐이 없는 간편한 복장에 무표정한 사람들. 여행자로 보기에는 뭔가 다른 느낌의 사람들이었다. 좀 더 다가가 가슴에 달고 있는 배지를 보았을 때 난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북한 사람들이다.
광장 끝을 향하던 그들이 에펠탑을 바라보며 몇 마디 나누고는 여느 사람들처럼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리곤 잠시 주변 경치를 보고 바로 대기해있던 차로 이동해 자리를 떠나 버린다.
찰나의 시간이었다. 파리에서 북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반갑기도 했다. 혹시 인사 정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 짧은 시간은 긴 분단의 시간만큼 주어지지 않았다.
-2014 파리 16구. 북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진석 기자는 최근 포토에세이 <라비 드 파리>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