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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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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마음대로 한 것이다. <용비어천가>에 '(하늘은 그 강을) 얼리시고 또 녹이시니'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잔뜩 얼렸다가 녹였다가 마음대로 한 것 아닌가. (20일 오후 북한의 포격 직후에) 김양건 대남비서가 '관계 개선 의사가 있다'는 편지를 보내 왔을 때 우리가 '좋다, 회담하자'고 했어야 한다. 우리의 외교적 대응능력이 그만큼 허약한 거다."

지난 4일 발생한 목함 지뢰 폭발사건부터 22일 성사된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까지, 일련의 상황 전개에 대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진단이다.

그는 24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강화한 이유'를 정부가 바로바로 읽어내서 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끌려가고 말았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북은 김양건의 '관계개선'편지를 보내고 다른 쪽으로는 준전시 상태를 선언하는 양면작전을 한 것인데, 우리는 뒤의 것에만 대응했다"라며 "북에서는 '참 말귀 못 알아듣는다'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의 군사 행동, 협상을 피할 수 없게 만들려는 벼랑 끝 압박 전술"

그렇다면,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강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 전 장관은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벼랑끝 압박 전술"이라며 "북한이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을 보내고, 올해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정세가 된다면 정상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까지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했는데도 통하지 않자, 거꾸로 긴장을 조성해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상황을 관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교착 상태에 빠진 2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확실한 사과·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고 공개발언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과 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과 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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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남북 대화 업무가 1980년대에 중앙정보부에서 통일부로 넘어온 이후 상황을 쭉 지켜봐 왔는데, 대통령이 이렇게 회담장 밖에서 원칙을 재확인한 건 처음인 것 같다"면서 "일종의 장외압박 전술의 하나이지만, 이미 회담 대표들에게 지시해서 보냈을 회담 원칙을 밖에서 공개적으로 재확인하면 회담 대표들로서는 일하기 참 어려울 것이다. 회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회담대표 많이 해봤지만 대통령이 재량권을 많이 줘서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계속해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국내정치용으로 보인다"면서 "회담이 잘 되면 북한이 굽히고 들어왔다고 하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나는 원칙 견지했는데, 북한 때문에 안 됐다고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번 고위급 접촉의 결과에 대해 "결과가 좋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지뢰도발 사건에 대한 시인·사과를 중시하는 '입구론'에 서 있는데, 그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북한은 그런 얘기 하지 말고, 대북확성기 방송만 중단하면 그 이후에는 이산가족 상봉 등 남한의 요구에 최대한 응하겠다는 '출구'를 강조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시인·사과가 우선이고 행위 주체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이런 이런 상황 벌어진 것에 대해 유감이고, 재발방지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식의, 남북이 서로 편하게 해석할 수 있는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면서 "명확한 증거가 있는 1982년 버마 랭군 폭파사건 같은 것까지도 부인하는 북한의 특성을 볼 때, 접점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나 김관진 안보실장 아래 차관급 정도의 '고위급 접촉'라인을 만들고 여기서 차후 논의를 할 수 있게만 돼도 큰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위급 접촉 결렬되면, 군사적 충돌 일어날 수 있다"

남북고위급접촉이 사흘째 강행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미군 차량이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남북고위급접촉이 사흘째 강행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미군 차량이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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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 고위급 접촉이 '결렬'되면 어떻게 될까.

정 전 장관은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고, 실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먼저 대화를 한 북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지만, 우리는 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국제정치적 사건을 관리해야 미국으로서는 우리가 북한과 군사적 충돌을 하게 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1968년 '청와대 습격사건'때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북한의 공격에 대한 우리의 응징을 막아설 것이고, 그것이 미국의 한반도 안보상황 관리정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파주 목함지뢰 사건'과 관련해 "지뢰 매설지점으로부터 93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북한군의 초소를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확전 우려가 있어 채택되진 못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도 반대했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지난 11일 밝힌 바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 집중 분석한 <한통속> 48회와 49회 자세한 방송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한편 <한통속>은 매주 화요일 정오에 업데이트 돼 왔으나, 이번 주는 '한반도 군사위기' 상황을 맞아 월요일 오후에 방송됐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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