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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모 신흥중 신임 교장 발령자.
 정철모 신흥중 신임 교장 발령자.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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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처음으로 평교사가 중학교 교장이 됐다. 지난 19일 신흥중학교(인천 중구 인항로 24번길 38) 신임 교장으로 발령된 정철모(48) 교사가 바로 그다. 정 교사는 오는 9월 1일부터 신흥중 교장으로 근무한다.

강남중학교(강화군 소재) 연구부장이었던 정 교사는 지난 6월 신흥중이 진행한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지원해 선정됐다. 모두 4명이 지원했는데, 최종적으로 정 교사가 선정됐다.

신흥중은 진보 성향의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취임하기 전인 보수 성향의 나근형 교육감 시절부터 거의 '혁신학교'처럼 운영하던 학교다. 김태용 전임 교장과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컸다. 신흥중은 올해부터는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로 선정돼 운영 중이다.

신흥중은 선도적인 혁신학교 운영과 인천 최초로 평교사가 교장으로 부임해, 교육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강남중 1층 도서관에서 정 교사를 만났다. 그는 1968년 12월 경상북도 예천시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산시로 이사 한 후 대학까지 부산에서 나왔다. 부산대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한 후 인천에서 임용고시를 치러 1992년 제물포중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이후 가좌중ㆍ강남중ㆍ강서중ㆍ강화여고ㆍ강화중을 거쳤고, 올해 3월 1일자로 다시 강남중에서 근무하며 도덕을 가르쳤다.

그는 어릴 때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에 이끌려 교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큰형과 사범대학을 다니던 작은형의 영향도 컸다.

정 교사는 교사가 된 지 1년 후인 1993년 기독교 교사모임이자 교사학습공동체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을 접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협동학습'과 '회복적 생활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인천지역 교사학습공동체 모임을 만들고 활성화하는 데 노력했다.

'협동학습'이란 학습효과를 최대로 증진시키기 위해 학생들이 서로 함께 학습할 수 있게 소그룹으로 수업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학습하며 공동의 학습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회복적 생활 교육'이란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벌을 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학생들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참여하고, 관계회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을 기대하는 생활 교육의 새로운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정 교사는 협동학습연구회에서 도덕과 연구위원을 맡으며 2001년과 2011년 수업지도안을 개발하기도 했다. 협동학습을 알게 된 후부터 수업의 100%를 협동학습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에 적응돼있는 학생들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 수업 시간은 조용해야하다는 일부 학교관리자들의 고정관념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협동학습을 접하고 수업의 재미를 느끼고 집중하는 학생들을 보며 협동학습 지도안을 만드는 일도 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교사는 협동학습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올해 초부턴 혁신학교에서 수업 혁신을 위해 많이 운영하는 방식인 '배움의 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으며, 강화 모임 대표도 맡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란 일본 도쿄대학교 명예교수인 사토마나부씨가 주창한 것으로 가르치는 기술보다는 학생들의 배움을 중심에 두는 수업 방식이다. 수업을 공개해 동료 교사로부터 조언을 듣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정철모 신흥중 신임 교장 발령자.
 정철모 신흥중 신임 교장 발령자.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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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사는 2013년 핀란드와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교육을 탐방하며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북유럽 국가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후 김태용 전임 교장, 교사들과 함께 모임을 운영하며 신흥중을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김 전임 교장이 이번에 학교를 옮기면서 정 교사가 뒤를 이어 공모 교장에 지원했다.

정 교사는 신흥중을 학생과 교사 모두 자발성을 발휘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김태용 전임 교장과 교사들의 노력으로 신흥중은 이미 틀이 잘 잡혀있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더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비전을 '더불어 함께 삶을 키우는 학교'로 정하고, 자존감ㆍ배려ㆍ공동체성ㆍ공공성을 핵심가치로 정했다. 이로써 학생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정 교사는 "교육계 안팎으로 기대를 하고 있어 부담감이 있지만, 그동안 잘해오고 있는 회복적 생활 교육과 수업 혁신이 더 잘 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라며 "교사들과 논의해서 배움의공동체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와 학생의 친밀도를 높여 학생의 학력을 신장하고, 교사를 재촉하지 않는 신뢰와 기다림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정철모, #신흥중, #평교사, #혁신학교,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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