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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침 일본 시가현 시가라기에 있는 미호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미호뮤지엄은 오사카 시내에서 차로 2시간이 걸리고, 가까운 전철역에서도 다시 버스로 1시간이 걸리는 산 속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문을 열기도 전에 관광버스 여러 대가 도착하는 등 중국 관광객이 넘쳐났습니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0시 미호뮤지엄 전시실 문을 열기 전부터 문 앞에서 기리다리는 사람들과 문을 연 뒤 미술관에 들어오는 사람들입니다.
 10시 미호뮤지엄 전시실 문을 열기 전부터 문 앞에서 기리다리는 사람들과 문을 연 뒤 미술관에 들어오는 사람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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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뮤지엄을 설계한 사람이 아이 엠 페이(Ieoh Ming Pei, 1917.7- )라고 하는 중국 출신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미술관 건물을 중국의 고사 도화원기를 모티프로 지었다고 해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듯합니다.

미호뮤지엄에는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구름처럼 몰려와 전시실 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특별전시를 하고 있는 이토 자쿠추(伊藤若冲, 1716-1800)와 요사 부손(与謝蕪村, 1716-1783)의 작품이 인기가 있습니다. 이토와 요사는 미호뮤지엄이 있는 간사이 지역 오사카와 교토에서 출생하여 이곳 교토 절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림 속 풍경이나 분위기가 이곳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낯익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일본 사람들이 이토와 요사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 사람들은 이토와 요사의 작품을 좋아할까요? 이토와 요사는 어떤 그림을 남겼을까요? 일본의 현실과 자연이 요사와 이토 작품에는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어있을까요? 요사와 이토는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어떤 방식으로 나타냈을까요?

먼저 이토와 요사는 교토에 있는 절에서 스님으로 활동하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때 절은 스님들이 모여서 수양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참선을 하거나 불경을 읽으면서 도를 닦았습니다. 그리고 절은 주로 왕족을 비롯한 귀족들의 활동무대였습니다. 따라서 절은 지금의 학교였고, 연구 기관이었고 문화와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던 곳이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 역시 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화가들 역시 절에서 가지고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을 공부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오래된 절에서 유명한 그림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요사부손의 야색루대도 그림입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된 그림입니다. 교토 히가시야마 산 아래 마을을 그렸습니다.
 요사부손의 야색루대도 그림입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된 그림입니다. 교토 히가시야마 산 아래 마을을 그렸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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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와 요사는 처음 절에 있는 조선 유명화가의 수묵화 그림을 베끼면서 그림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그림에 대해서 눈을 뜨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여러 가지 짐승이나 주위 사물을 그리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 유토피아를 그렸습니다. 이것이 요사 부손의 야색루대도 그림이고 이토 자쿠추의 고래와 호랑이 그림 병풍입니다.

이 두 그림은 자연 풍경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 즉 집들을 그렸습니다. 이 집이나 자연은 객관화된 이상적인 대상이 아니고,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고 우리가 즐기는 자연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몽환적인 표현을 가미하여 이상적인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여기에 일본 그림의 특징이 있습니다. 이상적인 것 같지만 현실을 벗어나지 않고,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현실 속에 있음직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생각이나 모습은 일본 사람들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이나 개성과 연결되어 방문객을 사로잡습니다.

멋진 예술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감동의 근원은 인간의 현실과 꿈이 만나는 경계입니다. 이 경계를 표현하는 능력이 화가의 안목이고 예술적인 감수성이고 영감입니다. 요사와 이토 두 화가는 이 능력이 탁월한 화가였습니다.

미호뮤지엄에서는 요사 부손과 이토 자쿠추 특별전시 이외에도 실크로드를 주제로 이집트, 바빌론, 페르시아, 인도, 중국 등 여러 곳의 미술품도 상설전시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전체 건물은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주제로 지어졌습니다.

입구에서 복숭아나무가 있는 언덕을 지나고, 굴을 지나면 멀리 미술관 입구가 작게 보입니다. 다리를 건너고 미술관에 들어서면 골짜기 위에서 멀리 산들이 내려다보입니다. 산 속에 산을 깎아서 건물을 짓고 다시 흙을 덮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면적은 16퍼센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넘쳐납니다. 어디를 가난 중국, 홍콩, 대만에서 온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가현 산속 시가라기에 있는 미호뮤지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중국관광객들과 일본사람들이 많이 찾는 미호뮤지엄을 찾아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들 작품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미호뮤지엄 복도와 전시실에서 간다라 불상을 감상하는 사람입니다.
 미호뮤지엄 복도와 전시실에서 간다라 불상을 감상하는 사람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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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JR교토역이나 오사카역에서 비와코센 전차를 타고 이시야마 역에 내리면 미호뮤지엄행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미호뮤지엄, http://www.miho.or.jp, 2015.8.24.

첨부파일
MIHO list2015.8.24.pdf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미호뮤지엄, #요사 부손, #이토 자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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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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