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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화)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들이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을 찾아 연대를 과시했다.
 18일(화)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들이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을 찾아 연대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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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과 밀양이 만났다. '밀양 765㎸ 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아래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 20여 명은 지난 18일 오후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로 인해 한국전력(한전)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을 찾았다.

밀양 대책위 주민들 역시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한전과 갈등 중이고 이에 이들은 연대의 표시로 군산시를 방문한 것이다. 밀양 대책위 주민들은 추어탕, 수육 등 100인 분 음식을 준비해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농성 중인 군산시 지역주민들을 대접했다. 마침 이날은 새만금 송전철탑 공사가 재개된 지 99일째 되는 날이어서 의미는 남달랐다.

18일(화) 전북 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현장을 찾은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 한옥순 씨(사진 맨 왼쪽)가 군산 지역주민들에게 투쟁 경험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18일(화) 전북 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현장을 찾은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 한옥순 씨(사진 맨 왼쪽)가 군산 지역주민들에게 투쟁 경험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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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함께 군산을 찾은 밀양 송전탑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인사말을 통해 "소식을 들으니 대안노선이 있고, 전력 수요를 충당할 다른 방법도 있어 군산이 밀양보다 조건이 좋다고 본다"라면서 "막연히 힘내자는 명분이 아니라,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힘내야 하는지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많아 군산을 찾았다"고 밝혔다.

밀양 대책위 주민들은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평밭마을 주민인 한옥순씨는 군산 주민들에게 "한전과 정부가 온 국민을 죽이려 한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라면서 "한전의 거듭된 회유에도 밀양 225세대는 아직 합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철탑 공사는 주민들의 서약을 받아야 하고, 한전도 이를 알기에 회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밀양 상동마을 대책위 김영자 총무도 "절대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김 총무는 그러면서 "765Kv 송전탑은 언제 생명의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 밀양 주민들이 합의해 주지 않는 이유도 언제 생명의 위협이 올지 몰라서다, 합의를 안 해주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다"고 말을 이었다.

밀양 주민들은 인사말에 이어 준비해온 음식을 군산 주민들에게 대접했다. 밀양 주민들은 군산 주민들과 뒤섞여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전, 채증하고 욕설... 주민들과 충돌

18일(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군산-밀양 주민들이 한전의 채증 행위에 항의하다 한전 직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18일(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군산-밀양 주민들이 한전의 채증 행위에 항의하다 한전 직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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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군산-밀양 주민들이 한전의 채증 행위에 항의하다 한전 직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18일(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군산-밀양 주민들이 한전의 채증 행위에 항의하다 한전 직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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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화) 지역주민들과 한전 직원들은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충돌하자 경찰 병력이 출동했다. 이에 한 주민이 경찰에 항의하다 제지를 받고 있다.
 18일(화) 지역주민들과 한전 직원들은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충돌하자 경찰 병력이 출동했다. 이에 한 주민이 경찰에 항의하다 제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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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밀양 주민의 방문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밀양 주민들이 도착하기 전, 한전 측과 군산 주민 각각 80여 명이 충돌했다. 밀양 주민들이 도착하기 무섭게 또 다시 갈등상황이 벌어졌다.

발단은 한전 측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꺼내 밀양 주민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한옥선씨 등 밀양 주민들은 한전 측이 채증을 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내 군산 주민들이 속속 가세했다. 한전 직원들은 밀양 주민들을 향해 휴대폰과 캠코더를 들이대며 "너네 동네에나 있지 왜 왔냐? 이 X아", "이 짓 하러 여기까지 왔냐"며 욕설을 내뱉었고, 이러자 두 지역 주민들은 격앙돼 흙탕물을 뿌리며 맞섰다.

사실 철탑건설 공사 현장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그래서 이 같은 충돌 상황은 다반사다. 이런 긴장감은 지역주민과 한전, 그리고 군산시와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전이 철탑공사를 벌인 시점은 지난 5월 12일, 마침 이때는 농번기였다. 주민들은 공사를 막기 위해 농사일을 놓아야 했다. 이때부터 한전 측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70~8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한전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한전이 지역주민과 그 어떤 소통도 거부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한전-군산시, 깊이 패인 갈등의 골 

지역주민과 한전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
 지역주민과 한전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는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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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난 6월 30일 오전 군산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노선은 불가능하다는 국민권익위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공대위에서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정보 왜곡으로 지역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어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하다"며 "향후 협의는 마을단위 주민대표와 직접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은 그러면서 "군산지역은 군산변전소에서 154kV 송전선로 2개 루트로 전력을 공급중이나 송전선로 이용률이 80%를 초과하는 등 전력계통이 취약한 실정"이라며 "송전선로를 조기 준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산상공회의소(아래 군산상의)는 한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군산상의는 지난 12일 '군산·새만금지역 전력수급 전망과 대응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군산·새만금 산업단지 지역의 전력수요는 최근 10년간 지속 증가해 왔으며 특히 산업용 전력수요의 비중이 크고 그 증가율이 전국 평균의 2배 수준인 반면, 상대적으로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설비와 계통망은 일부 열병합발전뿐으로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말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전력 예비율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역 내의 전력공급신뢰도 확보와 향후 군산·새만금 산단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현재 진행중인 345kV가 완공이 되더라도 약 450MW에서 700MW의 공급설비 추가, 즉 새로운 발전설비 건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만금송전철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 강경식 법무간사는 지난 17일 반박자료를 냈다. 강 간사에 따르면 군산상의의 전력수급에 대한 보고서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편파적으로 만든 자료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강 간사의 반론은 아래와 같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또는 지난 5년간 군산 지역 산업용 전력소비가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고 하면서 군산산업단지의 전력 소비 증가 경향을 높게 측정했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과 다르다. 무엇보다 군산산업단지의 전력소비 증가는 2010년에 종합화학기업인 (주)OCI가 태양광 공장을 증설해 가동한 결과이지 일반적 추이가 아니다.

2011년 이후로는 4년간 연평균 2% 정도의 증가율로서 5.6%라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 (중략) 또 새만금 산업단지의 가동률을 너무 높게 잡았다. 새만금 산업단지는 기업들이 양해각서만 체결할 뿐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거의 없는데 2020년에 가동률 70%, 조업률 80%는 무척 높은 예상치로서 무책임한 가정으로 봐야 한다. 또 전력 수요량에 대해서는 군산산업단지와 새만금 산업단지를 분리하고 각각에 대한 예상치를 제시해 보다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들과 공대위 측은 지속적으로 한전에 공개토론과 쌍방의 주장을 검증할 진상조사를 촉구해왔다. 특히 공대위 강 간사는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에 강조점을 둔다.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만이 대립되는 입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대해 한전은 묵묵부답이다. 군산시 당국 역시 한전과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 왔다.

송전철탑 건설지인 군산시 미성동·옥구읍·회현면 주민들은 17일까지 군산시에 총 9차례의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의 민원사항을 요약하면 1) 송전선로 1km 주변지역의 간접피해에 대한 피해액 산정 2) 345kV 송전선로에 대한 전력량 정보공개 3) 송전선로 공사비 정보공개 4) 군산시가 한전에 송전선로 지중화를 요청했는지의 여부 등이다.

이에 대해 군산시는 공문을 통해 "송전선로 1km 주변지역의 간접피해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 "공사비 관련 정보공개 요구자료는 한전에 요청하라", "한전에 송전선로 노선변경과 지중화를 건의하고 수차례 협의했으나 한전은 지자체에 50% 사업비를 부담하라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입장만 밝혔다.

군산시의 답변을 받아든 주민들 대부분은 실망스러워했고, 몇몇 주민들은 시 당국이 한전과 모종의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산시 신관동 주민 A씨는 "시 당국이 시민 절반이 한전의 철탑공사에 찬성한다고 홍보하면서 주민들을 보상금 더 받아 내려 한다고 모함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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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이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농성 중이다
 전북 군산시 산북동 88번 송전철탑 건설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이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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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밀어붙이기식 공사강행, 그리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군산시의 행태는 주민들을 격앙시키고 있다. 특히 현장의 한전 직원들은 수시로 핸드폰을 꺼내 주민들을 채증한다. 이에 자극 받은 주민들은 한전 직원들에게 달려들어 싸움이 붙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전은 거리낌 없다. 밀양 주민들의 지지방문을 바라보는 시각도 부정적이다.

자신을 현장 감독관이라고 소개한 한전 직원 B씨는 "밀양이 전국 송전탑 건설현장에 '데모 하면 두둑히 보상 받는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밀양 송전탑은 인적이 드문 산속에 지었는데 말이다, 또 군산의 경우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변전소를 지어 전기를 공급해줘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이렇게 반발하면 어디에서도 송전탑 사업은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군산을 찾은 밀양 부북면 주민인 서종범씨는 "한전의 주장은 거짓이다, 한전은 공사비 아끼려 사람이 다니는 길 가까이에 송전탑을 지었다"고 일축했다.

한전과 충돌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밀양 주민들의 군산 방문은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군산 지역 주민들은 밀양 대책위 주민들에게 그저 '고맙다'는 인사만 되풀이했다. 전북 군산 새만금 88번 송전철탑 공사 현장은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덧붙이는 글 | 기독교 인터넷 신문 <베리타스>에 동시 송고한 기사입니다. 일부 내용은 보강됐습니다.



태그:#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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