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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부산대학교 본관 로비에 마련된 고현철 교수의 분향소를 찾은 동료 교수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총장 간선제 도입을 규탄하며 투신해 사망했다.
 18일 오후 부산대학교 본관 로비에 마련된 고현철 교수의 분향소를 찾은 동료 교수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총장 간선제 도입을 규탄하며 투신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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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교수의 투신 사망 사건이 발생한 18일 부산대학교 교정은 깊은 침묵에 빠져있었다. 이 학교 국어국문과 고현철 교수(54)가 몸을 던졌던 본관 4층 국기게양대에는 부산대 교기가 조기로 내걸린 채 펄럭였다.

고 교수가 추락한 본관 현관 앞은 하나둘씩 놓이기 시작한 국화 다발이 제법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주인 잃은 고 교수의 연구실 앞엔 동료 교수들이 가져다 놓은 조화 바구니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 교수의 분향소는 본관 로비에 마련됐다. 동료 교수와 학생, 동문들의 조문 행렬이 꾸준히 이어졌다.

방학을 맞아 인적이 부쩍 줄어든 교정은 이따금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단 학생과 교직원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곳곳에는 흡사 만장처럼 보이는 검은 현수막이 군데군데 나부꼈다. 모두 전날 사퇴한 김기섭 전 부산대 총장의 직선제 폐기를 비판하기 위해 교수회가 내걸어 놓았던 것들이었다. 

학내 구성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와 만난 한 교직원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직원들도 아직 이게 무슨 일인지 실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같은 부산대 가족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직원들은 고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침례병원으로 장례 지원을 나가 있는 상태라고 했다.

직선제 유지 가능성 커진 부산대 "희생 욕되게 하지 않겠다"

18일 오후 고현철 교수의 연구실 앞에 동료 교수들이 가져다놓은 국화꽃 바구니가 놓여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총장 간선제 도입을 규탄하며 투신해 사망했다.
 18일 오후 고현철 교수의 연구실 앞에 동료 교수들이 가져다놓은 국화꽃 바구니가 놓여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총장 간선제 도입을 규탄하며 투신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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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황석제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내부 구성원의 문제이다 보니 세월호 참사 이상의 파급효과를 느낀다"면서 "이번 일의 이유를 학우들에게 알리고 중앙운영위 차원의 의견을 모으는 활동을 앞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날 간선제 도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안홍배 교육 부총장도 동료 교수의 사망과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 벌어진 총장 유고 사태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 총장 대행의 눈에는 한가득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안 총장 대행은 "대학에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져 정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비통하고, 사회에 죄송하고 구성원들에게도 뭐라 사죄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때 김 전 총장과 함께 직선제를 밀어붙였던 그는 "(간선제 도입 방침이) 어제부로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고인의 희생을 욕되게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부산대 본부와 교수회는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부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일단 첫 회의는 결론 없이 끝이 났다. 하지만 학교 측이 간선제 도입 방침을 철회하기로 사실상 내부 방침을 정하면서 부산대는 직선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동문·정당·시민단체 교육부 규탄 한 목소리

18일 부산대 본관에 마련된 고현철 교수 분향소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총장 간선제 도입을 규탄하며 투신해 사망했다.
 18일 부산대 본관에 마련된 고현철 교수 분향소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총장 간선제 도입을 규탄하며 투신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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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그동안 억눌렸던 교육 당국에 대한 불판이 표출되는 모습도 보였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결국 이 문제가 학교를 자신들의 통제 속에 두려는 교육부와의 싸움이란 공감대가 퍼져가는 모양새다. 전국의 거점 국립대 교수들을 중심으로는 간선제 폐지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다. 조만간 비대위도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 동문은 물론 지역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도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부산대 민주동문회는 "총장직선제 사수와 대학의 자율화를 위한 노력을 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는 끝까지 다 할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부산대학교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총장을 세워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교육부는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도 이번 사고를 "전적으로 대학을 국가 권력 아래 두려고 하는 이 정권과 교육부의 책임"으로 규정하며 "강제적인 간선제 전환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부산시당과 부산학부모연대, 시민단체 '시민의 힘 민들레'도 각기 성명을 내고 간선제 도입 중단과 교육부의 반성을 촉구했다.


태그:#부산대,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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