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산책을 하면 곱게 옷을 입히고 머리를 예쁘게 묶어준 아이와 엄마를 만난다. 하부지가 돌본다고 하지만  대충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 콩콩이 산책을 하면 곱게 옷을 입히고 머리를 예쁘게 묶어준 아이와 엄마를 만난다. 하부지가 돌본다고 하지만 대충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유모차에 앉아 있는 그림 같은 아이. 인형처럼 아름답다. 양 갈래로 다정하게 내려 빗은 머리며 하얀 얼굴, 까만 눈동자가 확 눈에 들어온다. 거기다 얇은 망사 옷을 걸쳐 입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름도 '진주'다.

나는 진주를 산책길에서 만나고 도서관에서도 만난다. 나이도 콩콩이와 같다. 두 아이는 같은 아파트에 산다. 나는 그 아이, 진주를 볼 때마다 콩콩이에게 미안하다. 콩콩이는 옷도 머리도 산만하다. 아침에 언니를 유치원에 보내느라 정신이 없는 제 엄마는 아침밥을 먹고 출근한 적이 거의 없다. 빵이라도 구워주지만 입에 넣을 시간조차 없다. 종일 일 하고 온몸이 녹초가 되어 퇴근하면 가사와 육아가 기다린다.

요즈음 엄마들은 아이를 더 갖지 않으려는 대신 한 아이에 열중한다. 무엇이든 최고여야 한다. 좋은 옷을 입히고 곱게 단장을 해준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도 존댓말을 쓴다. 엄마이면서 친구처럼 다정하고 우아하게 대한다. 화장도 잘해야 하지만 머리, 옷, 신발도 신경을 쓴다. 이른바 맹렬 엄마다.

손녀 머리 묶기 배우려는데, 방법만 수십 가지였다

엄마가 시간이 있을 때는 신경을 쓴다. 머리를 땋아서 가지런히 묶었다.
▲ 콩이와 콩코이 엄마가 시간이 있을 때는 신경을 쓴다. 머리를 땋아서 가지런히 묶었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손녀 콩이가 인형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묶었다.
▲ 콩이 손녀 콩이가 인형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묶었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하부지가 돌보는 손녀 콩이와 콩콩이는 입는 옷이나 맵시가 산만할 수밖에 없다. 제 엄마가 출근길에 매만져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무렇게나 옷을 입히고 머리도 뒤로 대강 묶어서 밖에 나가곤 했다. 보는 사람들이 귀엽다고 칭찬했다. 아이들이 귀해서 하는 그냥 하는 소리인 줄을 알지만, 기분이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진주'를 만났다.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곱게 빗어 땋아 올린 양 갈래머리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신발은 운동화를 신었다. 머리와 드레스, 운동화가 신기하게도 조화를 이룬다. 볼 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누군가 코디를 해준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워킹맘 혼자서 돌보기에는 너무나 벅차다고 한다. 지금도 쉽지 않은데 이걸 어쩌나. 아침에 모든 걸 준비해 준다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잠자는 아이를 깨우기부터가 어렵다. 세수하고 아침밥을 먹이고 학습 준비를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머리 관리가 제일 어렵다.

두 아이를 혼자서 준비해주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우리처럼 모두 딸인 경우 더더욱 그렇다. 기왕에 부부가 직장 생활을 할 바에야 변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빨래하고 밥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아이들 돌보기.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엄마와 아빠가 한 명씩 나눠서 준비해줘도 무방할 것 같다.

여자아이 머리 묶는 방법을 배우기로 했다. 엄마들은 인형을 가지고 연습에 연습한다고 한다. 트위스트 머리, 벼 머리, 사다리, 엘사 땋기 등 수십 가지다. 단순히 뒤로 묶어만 주는 줄 알았는데….

손녀 머리, 하부지가 처음으로 양갈래 묶음머리를 해 보았다. 조금 서툴게 보인다. 똑 같이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한다. 집에서 하는 가사, 아이 양육은 분담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우리 정서상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 콩콩이 손녀 머리, 하부지가 처음으로 양갈래 묶음머리를 해 보았다. 조금 서툴게 보인다. 똑 같이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한다. 집에서 하는 가사, 아이 양육은 분담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우리 정서상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우선 쉬운 양 갈래 묶기부터 해보자. 머리를 잘 빗겨 양쪽으로 가른다. 고무줄로 묶은 다음에 뒷머리와 합쳐서 묶어 주었다. 그런데 엉성하다. 뒷머리를 고무줄로 묶은 후에 다시 해 봤다. 머리가 짧아 쉽지 않지만 그런대로 성공이다.


태그:#콩이, #콩콩이, #육아일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