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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멕시코 20세기 미술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의 전시가, 올림픽공원의 SOMA 미술관에서는 그의 아내였던 '프리다 칼로'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가 부부였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두 인물의 동시 전시는 멕시코의 20세기 미술을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두 예술가 사이에 일어났던 막장 드라마적 요소들은 덤이다.

디에고 리베라 展 입구
 디에고 리베라 展 입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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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리베라 展의 스펙트럼

'디에고 리베라 展'은 완벽한 연대기적 순서의 배열이 아닌 여섯 가지의 주요 주제로 묶여 전시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소질을 보였기에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을 거쳐 파리에 이르기까지 유학생활을 하며 광범위한 예술 스펙트럼을 갖추게 된다.

전시된 작품에서는 이러한 흔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쇠라의 점묘법, 정물에서는 기하학적 구조를 강조한 세잔의 후기 인상주의, 그리고 20세기 파리에서 유행하던 큐비즘과 콜라주 등이 그의 초기 작품에 녹아있다. 디에고 리베라는 그 자체로 20세기 미술을 휩쓸었던 수많은 '-ism(이즘)'들의 산 증인인 셈이다.

벽화와 디에고 리베라

전시회의 주최측은 그의 벽화 작품이 돋보이도록 빔 프로젝터를 준비하고, 거대한 크기의 벽화 복원작품을 거는 등의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리베라는 1920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조토의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얻고 1922년 첫 프레스코화를 대학교에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후기에 아방가르드와의 단절을 선언했지만, 입체파와 표현주의적 양식은 그대로 벽화에 반영되었다.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부흥을 위해 벽화를 그렸던 디에고 리베라는 알폰스 무하의 말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알폰스 무하는 게르만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벽화를 그렸다면, 리베라는 멕시코의 주된 인종인 '메스티소'의 신화적 내용을 담는다. 이는 당시 '메스티소'를 제 5인종으로 규정한 멕시코의 문화담당 바스콘셀로스의 전략이었다.

리베라는 정치적인 색이 뚜렷했으며, 당시의 거대담론이었던 이념논쟁을 작품에 담기도 했다는 점에서는 무하보다 더 도발적이었다. 그는 공산당원이었고 레온 트로츠키와도 두터운 친분을 쌓았으며, 그의 망명을 적극 지지했던 사실들은 벽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농담>에서 주인공이 '트로츠키 만세!'라는 농담을 편지에 썼다가 수용소로 끌려가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전시회장은 이러한 이념적 배경들의 텍스트가 충분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디에고 리베라 展, 몇 아쉬움들

'미디어 아카이브'라고 명명된 영상관의 벽화전시는 다소 혼란스럽다. 빔 프로젝터로 3면의 벽에 투사된 작품들을 집중해서 감상하기에는 부족한 환경이었다. 노력은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보인다. 반면 짧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소규모 부스는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디에고 리베라 展'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관계를 보여주는 간략한 연표를 제시한다. 프리다 칼로의 사진들 또한 전시회의 한 막을 구성하는 요소였으나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애증적 관계, 그리고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프리다 칼로의 비중을 고려해 보면 아쉬운 모양새다.

바로 이 아쉬움이 SOMA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프리다 칼로 展'을 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곧장 SOMA 미술관으로 향했다.

프리다 칼로 展 입구
 프리다 칼로 展 입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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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 프리다 칼로 展, 국내 최초 단독 전시

프리다 칼로는 생전 '디에고 리베라의 부인' 정도로 여겨졌지만, 그녀의 말미와 생후에는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녀의 작품은 강렬한 인상을 세상에 남겼다. '프리다 칼로 展'은 둘의 삶을 하나의 연표로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리다 칼로의 삶과 작품세계는 디에고 리베라를 떼어 놓고 설명하기 힘들기에, 이는 적절한 시작이다.

프리다 칼로 展 1관 연표
 프리다 칼로 展 1관 연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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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리다 칼로 展'은 국내 최초로 열린 프리다 칼로의 단독 전시라고 한다. 하지만 강한 흥미를 끌기에는 그 내용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베르겔 재단이 모은 프리다 칼로 작품 대부분은 주로 정물화, 얌전한 초상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인체 묘사, 극렬한 감정을 표현한 그림들이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이라고 알려진 탓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한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다소 싱거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는 편견일 수도 있겠으나, 어찌 되었든 잘 알려진 주요작들이 빠진 사실은 김새는 일임이 확실하다.

프리다 칼로 展, 구성의 다양화

전시회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 등 24점,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10점, 멕시코 예술가들의 작품 20점, 프리다 칼로의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리다 칼로의 단독 작품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의 삶을 디에고 리베라로 확장하고, 다시 멕시코 예술로 확장하는 것은 개연성이 있다.

또한, 프리다 칼로의 복식을 소개하고 그녀의 삶을 그린 영화를 상영해주는 등, 전체적 관점에서 조망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프리다 칼로의 복식 전시
 프리다 칼로의 복식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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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체적 관점을 갖는 건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이유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기법과 묘사에 그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통해 가치가 창조되기 때문이다. 디에고 리베라가 일종의 바람직한 사회상의 답을 제시한 반면, 프리다 칼로는 내면 세계에서 일어나는 질문을 그렸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작품을 그릴 당시 디에고 리베라와의 관계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멕시코 예술가들의 전시공간에서 눈에 띄는 인물들은 단연 시케이로스와 오로스코이다. 남아메리카의 대표 사조 중 하나인 표현적 사실주의를 담당하는 핵심 인물이 바로 이들과 디에고 리베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이 한데 모인 걸 보는 것은 '프리다 칼로 展'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수확 중 하나다. 전시실 안의 텍스트는 이 3인의 관계를 이해하기에 충분할 만큼 제시되어 있다.

'프리다 칼로 展'의 도록 또한 구성에 허점이 없다. 총체적 평가, 작품에 대한 상세 설명, 멕시코 정치와 미술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연표 등은 구매욕을 자극함과 동시에 교육적이다. 반면 '디에고 리베라 展'의 도록은 작품의 상세 설명이 빠져 있는 것이 아쉽고, 현재 재고가 없어 추가 주문을 해야 한다는 직원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멕시코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설명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두 거장의 동시 전시, 흔치 않은 기회

세종문화회관과 SOMA 미술관이 의도를 했든 안했든간에, 이 두 개의 전시는 상호 보완적이며 타이밍이 절묘하다. 디에고 리베라의 전시는 8월 16일까지, 프리다 칼로의 전시는 9월 4일까지다. 시간이 많지 않다. 주말 하루 시간을 내어 '디에고 리베라 展'과 '프리다 칼로 展'을 연속해서 관람하게 된다면, 우리가 생소하게 여겼던 멕시코 미술사와 역사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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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디에고 리베라 展>
기간 : 2015.05.23 ~ 2015.08.16
장소 :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시간 : 오전 10시~오후 20시30분 (19시50분 입장 마감)
문의 : 02-739-4333
연령 : 전연령 관람가능
티켓 : 성인 12,000원 / 청소년 9,000원 / 어린이 7,000원

<프리다 칼로 展>
기간 : 2015.06.06 ~ 09.04
장소 : 소마미술관(올림픽공원 내)
시간 : 오전 10시~오후 20시 (19시 입장 마감)
문의 : 02-801-7955
연령 : 전연령 관람가능
티켓 : 만 65세 이상 6,000원 / 성인 13,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5,000원


태그:#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세종문화회관, #SOMA, #멕시코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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