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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8일 오후 현대자동차 노사가 비정규직 특별교섭을 벌이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 교섭으로 회사측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대거 신규채용을 강행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18일 오후 현대자동차 노사가 비정규직 특별교섭을 벌이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 교섭으로 회사측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대거 신규채용을 강행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현대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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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청년고용 확대 및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현재 정년 연한을 60세로 일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연장에 대한 인건비 추가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청년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임금피크제 도입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금피크제 확산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천명한 후 5일 만에 전격적으로 나왔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임금피크제 도입 발표는 올해 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후 여름휴가를 끝낸 첫 협상날 나와 눈길을 끈다.

현대차의 임금피크제, 납득 어려운 이유

현대차와 현대차노조는 현재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상여금 범위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최대 65세까지 연장 등의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가 그룹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한 임금피크제에 쉽사리 응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현대차는 비정규직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신규채용을 강행해 오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이번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안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현대차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2015년 3월 31일 기준 고용형태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체 현대차 근로자는 6만5351명이다. 이 인원은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6만1799명, 기간제근로자(촉탁직, 시간제)는 3552명을 합한 것인데, 지난해 6만3937명보다 1414명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늘어난 고용 수치는 청년 고용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동안 현대차 비정규직들은 법원에서 잇따라 정규직 인정 판결을 받으면서 현대차측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현대차 사측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지난 2012년부터 지난 6월까지 모두 3200여 명의 정규직을 비정규직 중에서 신규채용했다. 이에 따라 정규직 퇴사자의 자리에 들어가야 할 청년 고용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같은 신규채용에도 비정규직은 지난해 1만1066명보다 250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밝힌 임금피크제가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비정규직 중 1200여 명이 집단소송을 통해 정규직 인정 판결을 받았고, 또 다른 집단소송이 진행중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계획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아예 무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현대차 노사, 2014년 협상 때 정년 60세로 합의

특히 이번 그룹 차원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과연 현대차그룹의 핵심인 현대차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미 지난 2014년 단체교섭에서 정년 60세로(1년은 기본급을 90%로 낮추는 대신 단체협약과 각종 수당 및 기업복지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 받음)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가 '성동격서' 격으로 호봉제 철폐, 차등임금제 등을 성사하기 위한 전략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정규직 중 향후 10년간 퇴직이 예상되는 사람은 1만5730여명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종사자 중 현재 만 51세인 1964년 생은 2378명, 63년생 2343명, 62년생 2633명, 61년생 2312명, 60년생 1919명, 59년생 1386명, 58년생 1007명, 27년생 748명, 56년생 517명, 55년생(60세) 506명 등이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퇴직할 예정이다.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이 이 수치에서 가능하다는 것이겠지만, 현대차가 현재 국내에서는 외제차 판매에 고전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담할 수 없다.

현대차노조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에 승용차와 상용차 생산공장을 둔 것을 비롯해 미국, 브라질, 인도, 체코, 터키, 러시아에 해외공장을 두고 있다. 또한 중국 4·5공장과 미국2공장, 인도3공장, 브라질공장 등이 새로 건립되거나 증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전체 생산량 500만대 가운데 국내 생산량은 191만대, 해외 생산량은 310만대로 격차가 벌어졌고 앞으로 해외공장이 증설되면 해외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01년 94.2%에 이르던 국내공장 생산비율이 지난해 37.9%에 이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격변하는 자동차 시장과 노조의 강한 반발, 특히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와 맞물려 현대차의 임금피크제에 따른 청년일자리 창출은 그 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현대차 임금피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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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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