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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역사현장으로 들어가보자> 플래시몹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10일 오전 고등학생 60명과 함께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플래시몹 행사를 열었다.
ⓒ 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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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배화여고, 정신여고 학생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배재고, 배화여고, 정신여고 학생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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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탑골공원에 만세삼창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흰 적삼, 검은 치마, 흰 바지를 입은 남녀가 양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며 탑골공원에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모두 '독립만세' 네 글자가 새겨진 머리띠를 이마에 질끈 동여맨 채 함성을 내질렀다. 대열 가장 앞 줄엔 여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10일 낮, 고등학생 남녀 62명이 탑골공원에서 1919년 일제에 항거해 일어난 만세시위를 재현하는 '독립만세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가수 크라잉넛의 '독립군가'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며 춤을 췄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를 압도하고 있었다. 여학생 43명, 남학생 19명으로 이루어진 플래시몹 대열의 가장 선두는 여학생들이었다. 여학생들은 목청껏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남학생들은 대열 뒤에서 큰 함성으로 플래시몹의 흥을 돋구는 역할을 했다.

광복 70주년, 역사에서 잊힌 여성독립운동가를 기억하기 위해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정신여고, 배화여고, 배재고와 함께 마련한 행사였다. 김희선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장은 "독립운동은 남자만 한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독립운동에 참가한 여성들이 많다"며 "플래시몹을 통해 그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흐르는 땀에도 "독립운동가였던 할아버지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오전 11시,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탑골공원에 모인 고등학교 1, 2학년 남녀 학생은 분주했다. 누구는 '독립만세' 네 글자가 적힌 머리띠를 이마에 묶었고, 누구는 적삼의 고름과 씨름했고, 누구는 검은 치마를 허리에 둘렀다. 혼자서는 힘들자, 주위 친구에게 도움을 얻어 복장을 다 착용했다.

이날 서울 기온은 30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플래시몹 준비가 끝난 학생들은 나무 그늘서 물을 연신 들이켰다. 하지만 불평하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배화여고 2학년 김민주 학생은 "너무 덥다"면서도 "독립운동가셨던 증조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 받기 위해 나왔으니까 이 정도 더운 건 괜찮다"고 말했다.

낮 12시, 플래시몹을 시작할 시간이 되자 몇몇 학생은 "떨린다"며 안무 연습을 했다. 플래시몹 지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제 시작하자"고 말하자, 학생들은 대열을 반으로 나눠 서로 반대편에 섰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학생들은 '와'하는 함성을 지르며 탑골공원 중앙으로 모여 율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양손에 든 태극기로 날갯짓 하며 춤췄다. 대열 뒤에 있던 학생들은 '대한독립 만세'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흔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 틈에서 "잘한다", "아이구, 잘하네"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플래시몹은 4분여 정도 이어졌고, 노래와 함께 끝났다. 플래시몹의 마무리는 "대한독립 만세"를 세 번 외치는 것이었다. 플래시몹은 삼일문 앞, 종로2가 사거리에서 두 차례 더 이어졌다.

"여성 독립운동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가 왜곡돼서"

배재고, 배화여고, 정신여고 학생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배재고, 배화여고, 정신여고 학생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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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만세 플래시몹'이 끝난 뒤 학생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정신여고 1학년 최소윤 학생은 "플래시몹을 직접 해보니까 예전 독립운동하시던 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며 "아마 만세운동 하시던 분들은 울분을 터뜨려서 기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재고 2학년 조경휘 학생은 "만세운동 했던 분들의 비장했을 심정이 느껴졌다"면서 "플래시몹을 보기만 하다가 직접 해보니까 재밌었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특별히 120여 년 전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정신여고, 배화여고의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아 이번 플래시몹을 기획했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남학생은 배재고에서 소수만 신청을 받았다.

김희선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장은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이 많은데 학생들은 유관순 열사밖에 모른다"면서 "안자현 열사는 안중근 의사처럼 손가락을 잘라 조선의 독립 의지를 전파했고, 윤희순 열사는 30명의 의병을 모집해 대장까지 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만약 남자가 독립운동했다면 안사람인 여자도 내조를 통해 함께 독립운동을 한 것"이라며 "현재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로 등록된 남자는 1만 4000명이 넘는데, 여자는 248명밖에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그녀는 "사람들이 여성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가 왜곡됐기 때문"이라며 "역사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박현광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플래시몹, #만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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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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