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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지난달 1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8회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폐막식'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이 차기 2017년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 도시인 대만 타이베이의 커원저 시장에게 대회기를 이양하며 흔들어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8회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폐막식'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이 차기 2017년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 도시인 대만 타이베이의 커원저 시장에게 대회기를 이양하며 흔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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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광주는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아래 광주U대회) 후폭풍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지난달 14일 폐막한 광주U대회의 아르바이트 노동자, 대학생 서포터즈, 자원봉사자 등이 여태껏 임금 및 실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청년들이었습니다.

광주광역시가 파악한 대학생 서포터즈, 자원봉사자 피해자는 400여 명(자원봉사자 7279명 중 38명, 대학생 서포터즈 3741명 중 364명, 근무 중 다친 대학생 서포터즈 1명)에 이릅니다. 여기에 임금을 받지 못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수까지 더하면 피해자는 최소 7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수촌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 대학생 A씨는 "이번 달 말까지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고, 자원봉사자 대학생 B씨는 "1만7000원(교통비, 식비 등이 포함된 자원봉사자 기본 실비)도 하루 생활하기에 빠듯했는데 그마저도 안 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아르바이트 피해자' 빠진 광주시장의 지시

11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농구 8강 미국 대 리투아니아의 경기에서 자원봉사자가 경기 도중 선수들의 땀이 묻은 경기장 바닥을 닦고 있다.
▲ 바닥 위 땀 닦는 자원봉사자 11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농구 8강 미국 대 리투아니아의 경기에서 자원봉사자가 경기 도중 선수들의 땀이 묻은 경기장 바닥을 닦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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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된 기사가 속속 나오기 시작하자, 6일 광주U대회 조직위원장인 윤장현 광주시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청년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자원봉사자와 (대학생) 서포터즈에 대한 실비 미지급 논란이 발생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해당 부서와 (광주)U대회 조직위는 조속히 미지급 경위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즉각 지급할 수 있도록 하라."

윤 시장의 말을 담은 광주광역시의 보도자료에는 "(윤 시장이) 휴가 중임에도 출근해 (중략) 유감을 표명"했고 "(자원봉사자와 대학생 서포터즈 실비 지급을) 거듭 지시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윤 시장의 발표에는 찜찜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이번에 발생한 피해자 중에는 윤 시장이 거론한 자원봉사자, 대학생 서포터즈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있습니다.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선수촌 청소를 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300여 명이 약 5억 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청 업체("광주광역시가 돈을 주지 않고 있다")와 광주광역시("하청 업체가 청구하지 않았다")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고, 모처럼 방학 때 세운 여행 계획을 깨고 있습니다.

문제는 돈뿐만이 아닙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중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썼더라도 교부받지 않은 이들이 허다했습니다.

특히 <오마이뉴스>가 만난 C씨(광주대 농구 경기장 근무, 광주U대회 농구대회운영본부 직접 고용)는 "근로계약서에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어 문제를 제기했더니 오히려 관리자로부터 '대회에 먹칠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 "국제경기 먹칠 마" 임금체불 광주U대회 '적반하장').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행위입니다.

"초과근무가 발생하더라도 '갑'은 '을'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광주U대회 기간 중 농구 경기장에서 일한 대학생 C씨의 근로계약서 내용 중 일부다.
 "초과근무가 발생하더라도 '갑'은 '을'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광주U대회 기간 중 농구 경기장에서 일한 대학생 C씨의 근로계약서 내용 중 일부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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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장, 누구 혼낼 위치가 아니라 사과할 위치"

무엇보다 윤 시장의 발표가 찜찜했던 이유는 '사과'가 없다는 점입니다. 윤 시장은 광주U대회의 수장인 조직위원장이었습니다. 최고 책임자입니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에서, 자신의 말처럼 "말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는데, 윤 시장이 한 건 '사과가 빠진 지시'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광주광역시 보도자료에 나온 '유감 표명'이란 말도 그 대상이 명확치 않습니다. "광주U대회를 위해 열심히 일한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윤 시장에겐 어려웠던 걸까요?

오히려 광주광역시 고위 관계자는 알바노조 전남대분회가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 전날인 6일 분회 측에 전화를 걸어 "시 조직은 방대하다. 시장이 사과할 것이 따로 있고 그렇다. 제가 대신 사과 말씀 드린다. 그렇게 이해해주면 안 되겠나"라며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하는 건가"라고 여러 차례 물었습니다.

처음 이번 문제를 제기한 황법량 알바노조 전남대분회장은 "(이번 문제에서) 윤 시장은 누굴 혼낼 위치가 아니라 사과해야 하는 위치"라며 "평소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을 지원한다고 말하는 윤 시장의 말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움과 동시에 대상을 명확히 한 사과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선 이번 일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광주광역시 청년인재육성과가 청년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꿈꾸는 테이블' 행사에 기획, 홍보, 사진촬영, 영상제작, 진행요원 등으로 참여한 청년들이 행사 후 약 4개월이 지나도록 인건비를 받지 못한 것입니다(관련기사 : '청년인재육성' 광주광역시의 열정페이?).

이번 광주U대회 문제를 비롯해, 청년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자꾸 발생해 유감입니다. 그래서 윤 시장의 이번 발표가 자꾸 머리에 맴돕니다.

"청년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실비 미지급 논란이 발생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시장님,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13일 윤장현 광주시장이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대학생과의 간담회'를 가진 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3일 윤장현 광주시장이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대학생과의 간담회'를 가진 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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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주U대회, #윤장현, #광주시장,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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