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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서 군부대 용선대회가 열렸다. 1등과 2등 구분이 머렵다. 비디오 판독을 하는 이유다.
 화천에서 군부대 용선대회가 열렸다. 1등과 2등 구분이 머렵다. 비디오 판독을 하는 이유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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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강아지를 데리고 걷던 여인이 주저앉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화천 쪽배축제 용선경기 때문이다. 40도가 넘는 무더위. 진행을 담당한 나는 격식을 갖춘 멘트보다 흥미위주로 방송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군부대 용선대회 결승전. 참가팀들이 열띤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느 부대가 우승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옆에 강아지가 지나가고 있네요. 물어 보겠습니다. '멍멍아 네가 볼 때 어디가 우승할 것 같니?' 그러나 대답은 하지 않고 무슨 소릴 하느냐는 표정입니다. 자~ 개도 모르는 용선대회 결승전. 관객 여러분들께서는 힘차게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선대회, 선수들 몸무게가 우승 좌우하지 않는다

용선대회 시상식 후 기념촬영.
 용선대회 시상식 후 기념촬영.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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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배축제(7.25~8.9) 프로그램 중 인기 종목은 단연 용선대회다. 3개 사단이 주둔한 여건을 살려 사단별 대회를 개최한다. 사단별 1위~3위를 차지한 팀은 별도 군부대의 날을 지정해 군단대회를 연다. 긴박감이 넘친다. 40도가 넘는 폭염. 햇볕이 피부로 파고드는 느낌이다. 응원을 나온 장병들의 함성 때문일까, 용선 경기장은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

지난 6일, 2군단 대회를 끝으로 '2015 물의나라 화천 군부대용선대회'가 막을 내렸다. 군단대회 1위는 27사단 78연대(상금 200만 원), 2위 15사단 67대대(150만 원), 3위 7사단 8연대 1대대(100만 원)가 차지했다. 상금은 현찰이 아니다. 화천지역에서 현금처럼 통용되는 '화천사랑 상품권'으로 준다. 읍내 또는 부대인근에서 부대원 화합을 위한 회식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키 위함이다.

군부대 용선대회 대진표. 경기가 박진감 넘치게 전개됐다.
 군부대 용선대회 대진표. 경기가 박진감 넘치게 전개됐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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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대회에 앞서 사단대회를 열었다. 최정예부대 12개 팀이 참가한 사단대회에서 1위~3위팀이 군단대회에 진출한다. 우승을 차지한 27사단78연대2대대와 15사단67대대, 7사단8연대1대대는 사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이다. 모두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부대다.

"우리 부대는 새벽 4시까지 용선 동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고 연구했습니다."

15사단50연대2대대 인솔자는 우승을 자신했다.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사단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다. 그러나 군단대회에선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현장연습이 아닌 분석에만 치중했기 때문인 듯하다. 노력만 놓고 본다면 타부대도 뒤지지 않는다. 연습을 하겠다는 팀들이 경쟁이나 하듯 신청이 이어졌다. 교육이 있기 때문에 새벽시간을 할애해 달라는 부대도 있었다.

군부대 용선대회 참가 선수단. 스타트 라인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군부대 용선대회 참가 선수단. 스타트 라인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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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은 12인승과 20인승이 있다. 직장 또는 단체 조직구조와 흡사하다. 선두 북잡이와 후미 키잡이가 방향을 제시한다. 키를 잘못 잡았을 경우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기 일쑤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용선은 키잡이한 사람의 잘못으로 배가 산으로 간다. 노를 젓는 선수들은 북잡이 구령에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노를 저어야 한다. 엇박자를 보이는 팀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없었다. 리더격인 북잡이의 구령과 키잡이의 방향을 믿고 선수들은 힘껏 노를 젓는다. 힘이 분산되지 않는 팀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

"우리는 몸무게 100kg이 넘는 사람으로 선수를 구성했습니다."

지난해 화천군 사회단체 용선대회에 참가한 한 단체는 우승을 자신했다. '용선을 힘이다'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결국 그 팀은 맨 후미에서 허덕이다 침몰하고 말았다. 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리더를 중심으로 한 단합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다. 그 경기에선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를 제치고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이장단에서 우승했다. 리더와 선수들의 단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좋은 예다.

용선 전국대회, 화천에서 열린다

용선대회 결승점. 붉을 부표 2개가 결승선이다. 피니쉬타워(비행기가 보이는 곳)에서 비디오 촬영으로 순위를 가린다.
 용선대회 결승점. 붉을 부표 2개가 결승선이다. 피니쉬타워(비행기가 보이는 곳)에서 비디오 촬영으로 순위를 가린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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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서 열리는 용선대회는 4개 팀이 1개조로 예선을 펼친다. 1위와 2위팀이 준결승에 오른다. 타 조에서 올라온 2위팀 및 1위팀과 경기를 치러 다시 1, 2위팀이 결승에 오르는 형식이다. 구명조끼는 착용은 필수다. 헤엄을 치지 못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구명조끼로 인해 몸이 물에 뜨기 때문이다. 배가 뒤집어졌을 경우 뒤집힌 배를 잡고 기다리면 구조선이 배에 태워 구조한다.

충돌로 인해 두 개의 용선이 전복되었을 땐, 두 팀 모두 실격으로 간주한다. 방어 조정도 필요하다.

결승선은 없다. 100여 미터 간격으로 띄워 놓은 붉은색 부표가 결승선인 셈이다. 부표 안쪽으로 통과한 배만 골인으로 인정한다. 바깥 방향으로 들어오면 실격이다. 정확히 골인지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판정시비을 없애기 위해 부표와 일직선으로 놓인 피니쉬타워엔 비디오를 설치했다. 불과 30cm 간격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확연할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선두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 자신의 팀이 우승한 경우로 착각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항의가 이어진다. 용선 경기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는 없다. 기계(비디오)를 믿을 수밖에 없다. 

용선경기가 열리는 화천호는 물 흐름이 없다. 강변에 펼쳐진 풍경이 수려하다. 아시아 조정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카누선수권대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국내대회 또한 연중 여러 번 열린다. 그윽한 풍경과 정취는 경기 최적의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군부대 용선대회에서 개막인사를 하는 최문순 화천군수. 내년도엔 화천에서 전국용선대회를 열 계획이다.
 군부대 용선대회에서 개막인사를 하는 최문순 화천군수. 내년도엔 화천에서 전국용선대회를 열 계획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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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전국 용선대회도 한번 멋지게 열어보자."

최문순 화천군수는 이 같은 좋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고 말했다. 군부대나 지역 사회단체 대회는 그대로 유지하고, 추가로 전국대회를 유치해 보자는 거다. 전국 대학동아리,  언론사, 각급 직장인 대회 등 다양한 대회유치로 용선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보자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군부대 용선대회, #용선경기, #화천, #쪽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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