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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폭염 특보를 알리는 국민안전처의 문자였다. 이날은 세종·울산·대구·대전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국민안전처는 야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 4일까지 온열 질환으로 총 7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 뜨겁고 더운 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고공농성, 기자회견, 행진 등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고공농성 진행 중인 기아차 노동자들

지난달 11일 부터 고공농성중인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씨.
 지난달 11일 부터 고공농성중인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씨.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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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전체가 다 뜨끈뜨끈해요. 가열한 프라이팬 같아요."

휴대전화 액정에 땀이 맺혔다. 6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의 기온은 32℃였다.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대의원 최정명(45)씨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서울을 비록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 이날은 기아차 고공농성 56일째 날이었다.

최씨는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내하청분회 정책부장 한규협(41)씨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70미터의 높이, 그만큼 땅 위의 사람들보다 해를 더 가까이 맞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기 위해 광고탑에 올랐다.

최씨가 있는 광고탑 바닥은 철판이다. 광고탑에 천막을 치긴 했지만, 바닥이 달궈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공농성장은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쭉 덥다. 젖은 옷을 널면 30분 만에 마를 정도다. 최씨의 표현처럼 낮 시간은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최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한규협씨는 버티다 지쳐 잠을 자고 있었다. 최씨는 "농성을 하는 우리끼리는 서로의 컨디션을 안다"라면서 "한씨가 더위를 먹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녹조부터 탈핵까지, 환경 문제 외치기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6일 오전 경기도 고양 김포대교 북단 신곡수중보 인근에서 피켓을 들고 보 개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활동가들은 신곡수중보로 인해 수질악화와 녹조가 발생하고 있어 신속히 개방할 것을 주장했다.
▲ '한강이 썪고 있다, 신곡보를 열어라"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6일 오전 경기도 고양 김포대교 북단 신곡수중보 인근에서 피켓을 들고 보 개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활동가들은 신곡수중보로 인해 수질악화와 녹조가 발생하고 있어 신속히 개방할 것을 주장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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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한강하류에 들어갔다. 더위를 떨치는 물놀이를 하기 위해 들어간 것이 아니다. 국토부에 신곡수중보 철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였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도 김포대교 직하류 지점인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와 경기도 고양시 신평동 사이에 건설된 수중보다. 총연장은 1007m로 가동보(124m)와 고정보(883m)로 구성돼 있다. 수중보는 하천의 수위를 높이고 조수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하천 안에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물의 유속을 늦추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신곡수중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한강의 녹조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해왔다. 신곡수중보가 한강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한 주범이라는 것이다. 이날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회원 10명은 녹조가 뜬 한강 물에 직접 들어가 '국토부 신곡보를 열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청년초록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원폭 70주년, 탈핵 사회를 위한 푸른하늘' 문화제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 대만의 청년들과 함께 핵무기와 핵발전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70년 전 오늘은 단 한 발의 폭탄이 14만 명의 사람들과 그들이 살던 공간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날이고 전세계의 핵 산업이 시작된 날이다"며 "핵산업의 재앙 아래 살아남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결과 핵산업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거리행진에 나선 이들은 손수 접은 종이학을 머리에 쓰고 노란색 '핵 풍선'을 굴리며 행진을 벌였다.
종이학은 히로시마부터 1.6km 떨어진 곳에 살던 사사키 사다코(당시 12세)가 원폭으로 인해 백혈병 판정을 받은 뒤, 천 마리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고 접었지만 결국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반핵, 반전운동의 상징이 됐다.
▲ 종이학 머리에 쓰고 거리행진 벌이는 이유는? 청년초록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원폭 70주년, 탈핵 사회를 위한 푸른하늘' 문화제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 대만의 청년들과 함께 핵무기와 핵발전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70년 전 오늘은 단 한 발의 폭탄이 14만 명의 사람들과 그들이 살던 공간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날이고 전세계의 핵 산업이 시작된 날이다"며 "핵산업의 재앙 아래 살아남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결과 핵산업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거리행진에 나선 이들은 손수 접은 종이학을 머리에 쓰고 노란색 '핵 풍선'을 굴리며 행진을 벌였다. 종이학은 히로시마부터 1.6km 떨어진 곳에 살던 사사키 사다코(당시 12세)가 원폭으로 인해 백혈병 판정을 받은 뒤, 천 마리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고 접었지만 결국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반핵, 반전운동의 상징이 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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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70주년을 맞아, 반핵을 외치는 행사가 열렸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푸른하늘을 향한 행진'이 바로 그것. 청년초록네트워크,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노동당, 녹색당, 청년좌파 등이 '푸른하늘을 향한 행진'을 공동주최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제와 행진으로 구성됐다. 문화제가 시작된 오후 3시, 서울시 중구의 기온은 33℃였다. 맨바닥에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더운 날씨였지만, 광화문 광장에 모인 50여 명의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부직포로 만든 종이학 모양의 모자를 쓴 사람도 있었다. '종이학'은 반핵·반전의 상징물이다.

"오늘 날씨가 굉장히 뜨거운데요. 이 날씨보다 더 뜨거운 문제가 핵 문제 아니겠습니까?"

밀양 주민 구미현(66)씨가 연대 발언에 나서 말했다. 이날 문화제는 연대발언과 핵 피해를 주제로 쓴 시 낭독, 가수 단편선과 야마가타 트윅스터 등의 공연으로 꾸려졌다.

오후 4시, 광화문 일대에 "한국의 원폭 피해자를 기억하라" "핵 산업을 중단하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1시간가량 진행된 문화제가 끝나자, 곧바로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 물총을 쏘는 등, 더위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날 행진은 광화문-종각역-을지로입구-무교동-광화문으로 이어졌고, 총 2시간이 소요됐다.

MBC 복귀한 이상호 기자, 다시 거리로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앞에서 대법원 해고무효 판결로 복직한 뒤 한달도 되지 않아 6개월 징계를 받은 이상호 기자의 재징계 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주최로 이상호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대법원 판결로 복직했는데, 또 징계라니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앞에서 대법원 해고무효 판결로 복직한 뒤 한달도 되지 않아 6개월 징계를 받은 이상호 기자의 재징계 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주최로 이상호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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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지난했던 해고무효 소송과정을 끝내고 MBC로 복귀했던 이상호 기자도 다시 거리로 나왔다. 기자회견 때문이다. 취재를 하러 간 것이 아니다. 그는 '해고자' 신분이었을 때처럼, 다시 기자회견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 상암동 MBC 광장 앞에서 열렸다. 이상호 기자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MBC 노조가 주최한 것이다. 이 기자는 지난 4일, 복직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MBC는 이상호 기자가 올린 "MBC 김재철, 김정남 단독인터뷰 비밀리 진행, 선거 전날 보도 예정설" 등 트위터 네 건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상호 기자와 MBC 노조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남 인터뷰는 보도가 됐어야 했다'며 '징계는 해고의 연장이나 다름없으며, 징계 재심사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김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기아차, #맘상모, #환경운동,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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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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