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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2천년 전의 이스라엘〉표지 사진.
▲ 책표지 김종철의 〈2천년 전의 이스라엘〉표지 사진.
ⓒ 엔크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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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다. 그만큼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을 통해 인간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2천 년 전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살았다. 그들이 사는 집에서 태어났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먹었고, 그들이 입는 옷도 입으며 살았다. 그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풍습을 들여다보면 예수님의 발자취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노인의 나이는 여든두 살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와 함께 따라왔던 조그만 아이가 그 노인의 어깨에 올라타고 귀찮게 하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 힘드니까 그만하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 조그만 아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저분은 나의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라고 말했다." (본문 68쪽)

김종철의 〈2천 년 전의 이스라엘〉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의 남부 네게브 사막 지역을 여행할 때 저자가 만난 그 소년과 그 아버지에 관한 것이다. 그 아버지가 75살 때 그 아들을 낳아 지금껏 건강하게 키우고 있고, 그 아버지도 강건하게 살고 있다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그 지역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양의 젖'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만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양의 젖은 물이 귀한 지역에 생수이자 건강음료라고 평한다.

그렇다면 모세는 어땠을까? 그로부터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긴 하지만, 똑같은 유목민 생활했던 모세도 그렇지 않았을까? 왕자의 신분에서 하루아침에 미디안 광야의 양치기로 살던 그의 나이 80세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 지도자로 그 일을 능히 감당한 것도 양의 젖을 먹고 살던 데 있지 않았을까 말이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가정집에 있는 수도꼭지의 물을 받아서 하루 정도만 그릇에 담아 놓으면 바닥에 하얀색의 석회가루가 많이 가라앉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니 이런 물을 늘 상 마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몸속에는 담석이 많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 중에는 담석증 환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렇게 몸속에 쌓인 담석을 녹여주는 데는 역시 포도주가 특효라고 한다." (본문 48쪽)

포도주에 관한 이야기다. 그만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포도주를 빼놓고는 음식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들은 몸이 아프고 두통이 일어날 때도, 배탈이 나거나 소화가 안 될 때도, 정신을 잃거나 혼미할 경우에도, 심지어 몹시 흥분된 상태에도 포도주를 마신다고 한다. 그만큼 일상화된 음료가 포도주란 말이다.

그것은 예수님도 다르지 않았다. 그 문화권에서 태어나 자란 예수님도 그들의 문화에 익숙했다. 그래서 가나의 혼인 잔칫집에 떨어진 포도주를 위해 물로 된 포도주를 만들어 내셨고, 세리와 같은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셔서 포도주를 마셨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그 예수님을 향해 "포도주를 즐기는 자"(마11:19, 눅7:34)'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일상화된 음식문화를 취한 예수님을 '술고래'처럼 취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 어떻게 이런 곳에?

"그 지하 동굴 바로 위에 살림집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베들레헴에 있는 대부분의 가정집의 지하엔 이렇게 크고 작은 동굴이 있었고 그 동굴 안에는 가축들이 몇 마리씩 들어가 있는 구조였다. 지하 동굴에 가축이 있다는 것은 말처럼 낭만적인 일은 절대로 아니다." (본문 115쪽)

예수님이 태어난 마구간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저자가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 탄생 기념교회를 찾아가 그 안에 들어가 봤는데, 그곳에 넓은 회랑과 제단이 있는데, 그 아래로 내려가면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공간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 요셉과 마리아가 머물렀던 여관의 마구간 자리라고 한다.

특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하 동굴 위에 흙벽돌로 집을 짓고 여관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태어날 때 누이셨던 그 마구간이 어떤 곳일지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동물들의 배설물로 인해 습기가 가득 차고, 바닥은 동물들의 먹이로 질척이던 곳이다. 맨정신을 가진 사람도 결코 온전할 수가 없는 곳인데, 그런 그곳에 어떻게 만삭의 임신부 마리아가 들어가 아이를 누일 생각을 했을까?

그렇듯 이 책은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 곧 2천 년 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면서 살았는지, 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건축물 속에서 살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의 생활풍경을 통해, 사람의 몸을 입고 태어나 자란 그 예수님을 더욱 친밀하게 알아보는 것도, 인간 예수를 이해하는 데 좋은 지름길이지 않나 싶다.


2천 년 전의 이스라엘 - 예수님 당시엔 어떻게 살았을까?

김종철 지음, 엔크리스토(2011)


태그:#김종철의 〈2천년 전의 이스라엘〉, #포도주, #마굿간, #베들레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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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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