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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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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 아이들의 물건들 버킷리스트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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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 근형이의 메시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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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 근형이의 메시지 세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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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 엠씨스나이퍼 지난 달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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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 명의 앞에서도 떨지 않는 뮤지션들이 유가족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무대 위에서 한참 우두커니 있는 모습이 종종 있다. 뮤지션들은 음악으로 각자의 몫으로 함께 하고 있고 가족들과 관객들은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틀림없는데 그것을 어떤 말로 표현하기에는 아직 힘들어 보여서 안타깝다.

관객들이 자기네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보러왔다가 아이들의 자취를 느끼고 현실로 돌아가 누군가가 거짓이나 헛된 소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내가 들은 건 그게 아니었다'고 대신 말해줄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공연이 이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였으면 좋겠다.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기획진 김수창

공연이 다가 오면서 유가족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 2014년 4월 16일 이전에는 평범한 엄마 아빠로 일상을 살아온 이들에게 공연문화는 낯설기 때문에 홍대 롤링홀이 어디에 있는 건지 공연은 몇 시간이나 하는 건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질문은 아이들 유품에 관련된 것이다. 우리 아이에 대해서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긴 한데 혹시라도 아이들의 자취가 남은 물건들에 흠집이라도 날까 걱정이 많다.

"우리 아이 물건은 별로 없는 데……. 이런 것도 가져가도 됩니까?"
"사람들이 건드리면 어떻게 하죠? 다시 돌려주기는 하나요?"

막상 공연 날이 되면 아이들의 사진, 일기장, 문제집에서 상장, 야구공, 마이크 기타 하다못해 배냇저고리와 양말까지 하나 가득 짊어지고 오신다. 시간도 약속 보다 한두 시간 먼저 오는 데 테이블 위에 아이들의 물건들을 하나씩 올려놓으면서 서로의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우리 영만이가 회장선거 나갔을 때 쓰던 피켓이야. 우리 영만이는...."
"우리 호성이 아기때 병원수첩이야. 호성이가 어렸을 때는..."
"우리 순범이가 알고 봤더니 어렸을 때 선행상을 많이 탔더라구... 우리 순범이는..."

공연 전날 무엇을 가지고 갈까 집에서 아이들의 물건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시간 여행을 하다가 온 모양이다. 그렇게 떠들썩하면서 전시 테이블을 같이 만들다가 무대 위에서 리허설을 하는 뮤지션을 보거나 청소년들이 곁을 지날 때 엄마 아빠들은 그제야 아이들의 부재를 느끼게 되는 지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한번은 한 가수가 본인 아들과 너무 닮았다며 다가가서 팔 한번 만져봐도 되겠냐고 했던 기억이 있다.

공연 이틀전이면 인터뷰 영상은 벌써 완성되어야 하지만 매번 영상은 당일 아침까지도 미완성이다. 카톡에는 부모님들이 보내오는 사진들로 계속해서 울려대고 새롭게 생각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시간 제약때문에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단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한장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말로는 멋있게 만들어드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오늘 아침에는 근형이 아버지가 근형이가 작년 4월 16일 마지막 보낸 문자메시지를 캡처해서 보내주셨다.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괜찮으신지 전화를 드렸다.

"저는 다른 거 없어요. 우리 근형이. 근형이. 근형이만 돌려줘요. 그러면 데모 안 할게요. 저한테 돌려주세요. 그리고 저희집 앞에 와서 대통령이 되었든 정치인이 되었든 데모하세요. 제가 다 받아드릴게요. 근형이만 돌려주세요. 그러면 돼요."

희망을 잃은 중년 남자의 흐느끼는 소리를 아침부터 들으면서 또 다른 4월 16일의 문을 연다. 아픔은 계속 되겠지만 근형이를 만나게 되는 날까지 힘을 내야지. 그러기로 했으니까.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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