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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6일, 탄저균 반입의 제대로 된 진실을 미국에 요구하기 위해 내가 활동하는 '대학생겨레하나'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관련기사: 탄저균에 쓰러진 학생, 왜 보여줬느냐면).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자주국가가 아니라 실험국가가 되어버린 것 같아 굴욕스러웠고, 화가 났다.

주권국가의 자존심은 어디로?

지난 16일, 탄저균 문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국방부 장관은 앵무새? 지난 16일, 탄저균 문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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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균 불법반입 이후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 주한미군 측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탄저균을 폐기했다고 하지만 정부는 어떤 과정을 거쳐 폐기 했는지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주한미군의 말만 되풀이하는 앵무새 같은 우리 정부의 말밖에 없었다.

6월 16일 국방부회의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탄저균을 민간 탁송업체에 맡겨 배달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주한미군 측의 공식 기자회견문과 같이 "미군은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이) 이번 한번 뿐이라고 한다"는 말만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6월 19일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탄저균 사고와 관련해 명백한 불법으로 형사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한 야당의원의 발언에 "미국과는 특수한 동맹관계라 제약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평화순례에 나서

공군기지 내에 있는 대규모 탄약고의 모습
▲ 오산 미공군기지 내 탄약고 공군기지 내에 있는 대규모 탄약고의 모습
ⓒ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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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미공군기지 활주로가 보이는 정자 앞에서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오산 미공군기지 답사 오산 미공군기지 활주로가 보이는 정자 앞에서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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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서지 못한다면 우리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20일,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러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탄저균 불법반입 현장인 오산 미 공군기지를 찾아갔다. 그 곳에는 보름이 넘게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주한미군 탄저균 시설폐쇄 시민행동단>이 있었다. 시민행동단과 함께 우리는 오산기지 답사와 일일 평화순례를 진행하였다.

기지 앞,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한눈에 다 담기 어려운 엄청난 면적의 기지였다. 오산기지의 크기는 여의도 면적 3배로 태평양 지역의 최대 미 공군기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기지였다.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 2만5천명 중 5천5백여명이 이곳에 머물고 있고, 16개의 홀을 가진 골프장, 야구장, 미식축구장, 풀장, 백화점, 장교아파트 등 하나의 작은 도시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주한미군의 수와 주한미군 기지 면적을 계산해보면 미군 1인당 2천 평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대학생들은 솔직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 친구는 "서울에서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5평 남짓한 방에 50만원씩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 지불해야할 우리의 희생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우리에게 들리는 전투기 소리였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무려 100대 이상 전투기가 뜬다는 전문가에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산기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40분의 시간동안 날아간 전투기의 숫자는 25대. 심할 때는 30초에 3대의 전투기가 날아올랐다. 소음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

평화행진에 경찰의 불법 채증 이어져

우리의 요구를 담은 깃발을 들고 평화행진
▲ 평화행진 우리의 요구를 담은 깃발을 들고 평화행진
ⓒ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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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내내 수십명의 경찰들이 우리를 따라다녔다
▲ 행진을 뒤쫓는 경찰들 행진내내 수십명의 경찰들이 우리를 따라다녔다
ⓒ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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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답사 후 우리는 기지 주변의 철조망에 우리의 요구를 담은 리본을 매달았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를 한국어, 영어로 적은 큰 깃발을 들고 기지 주변을 행진했다. 주한미군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15명 정도의 소규모 행동단이 줄을 서서 행진을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우리 주변으로 경찰이 따라 붙기 시작했다. 무려 100명이나 말이다.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쉬지 않고 우리를 쫓아왔고, 경찰 무리 뒤에서는 우리의 행동을 몰래 채증하는 차량까지 따라왔다.

행동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활동 처음부터 있어왔던 일이라고 했다. 행동단의 활동 초기에는 일인시위까지 방해받았다고 한다. 일인시위자에게 10여명의 사복경찰이 다가와 불법으로 채증했고, 이에 항의하다 급기야 공무집행방해죄를 명목으로 활동가 두 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구속수감 되어있는 상태다.

국민 생명 위협하는 세균실험, 진상규명은 어디로?

우리의 요구를 담은 깃발을 들고 평화행진
▲ 오산기지 게이트 앞에 도착한 행진단 우리의 요구를 담은 깃발을 들고 평화행진
ⓒ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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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순례를 마치고, 내 머리 속을 맴도는 것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미국과는 특수한 동맹관계'라는 말이었다. 특수한 동맹관계 앞에서는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탄저균이 들어와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미국이 우리나라를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역시 국민들의 생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

지난 7월 12일 국방부와 외교부가 사건 발생 한 달 반 만에 사실관계 확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SOFA(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합동위원회 산하 합동실무단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합동실무단에서 주한미군 탄저균 샘플 배달사고(5.27) 관련 사실관계 파악에만 한정하여 조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탄저균을 사용한 실험 및 훈련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한미군이 밝혔기 때문이다.

특수한 동맹관계에서 우리의 안전과 주권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특수한 동맹관계 앞에 우리는 포기해야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태그:#탄저균, #황교안, #오산기지, #미군기지,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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