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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반대대책위 주민들은 21일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속된 최창진씨의 석방 등을 촉구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반대대책위 주민들은 21일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속된 최창진씨의 석방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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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의 반대에도 송전탑은 들어섰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온 몸으로 막아섰던 주민들은 공사가 재개된 지 1년만인 21일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를 외쳤다.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던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청도345kV 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국가와 한전은 삼평리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구속된 최창진(34) 청년좌파 대구경북지부장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삼평리 할매들과 주민들은 지난 2009년부터 주민 동의도 없이 강행되는 송전탑 공사에 맞서 참으로 눈물겨운 저항을 해 왔다"며 "(하지만) 한국전력은 작은 마을 삼평리에 무려 500명이 넘는 경찰병력을 동원해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또 삼평리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뜨거운 뙤약볕과 태풍의 나날들을 아스팔트 위에서 싸우며 하루에도 몇 번씩 끌려나오고 연행되고 병원에 실려나가기도 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경찰과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법정에도 서야 했던 일들을 회상했다.

박수규 희년공동체 전 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국가로부터 배제된 국민들"이라며 "FTA라는 이름으로 농민들을,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핵발전소와 송전탑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대한민국은 제외시켰다"고 비판했다.

삼평리 주민인 김춘화(65)씨는 "새벽에 몰래 들어와 힘없는 노인들을 내팽개치고 공사를 강행한 한전과 경찰은 도둑이나 마찬가지"라며 "1년 전 일을 기억하기도 싫지만 무덤 속에 갈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고장을 지키며 살겠다는 주민들을 짓밟고 마을을 갈갈이 찢어놓은 한전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백창욱 대책위 공동대표는 "농촌 주민들의 희생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폭력적인 송전탑 공사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며 "앞으로는 탈송전탑과 탈핵, 착한전기를 위한 저항운동과 함께 엉터리 전기수급 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청도 송전탑 공사를 온갖 비리와 협잡으로 얼룩진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검은 돈과 폭력이 아니면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불합리한 공사"였다며 "지금은 송전탑이 다 세워지고 전선이 걸렸지만 우리의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청도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다 공무집행방해혐의 등으로 구속된 최창진씨를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조봉연 할머니가 써서 재판정에 제출했다.
 청도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다 공무집행방해혐의 등으로 구속된 최창진씨를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조봉연 할머니가 써서 재판정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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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1년이 되는 날인 21일 오전 송전탑반대 주민들이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굳게 닫힌 정문에 주민들이 피켓을 꽂아놓았다.
 청도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1년이 되는 날인 21일 오전 송전탑반대 주민들이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굳게 닫힌 정문에 주민들이 피켓을 꽂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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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평리 할머니들은 업무방해 혐의로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최창진(34) 청년좌파 대구경북지부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우리들을 도와주러 온 젊은이 대신 우리를 구속시키라"며 석방을 요구했다.

조봉연 할머니는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을 구속시키니 정말 억울하다"며 "할매들을 잡아가두고 창진씨를 석방시키라"고 호소했다. 최계향씨는 "약한 사람 도와주러 온 훌륭한 사람이 구속돼 있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며 석방을 요구했다.

한편 청도군 삼평리에는 345kV 송전탑 4기가 들어서자 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 대신 지중화를 요구하며 주민들이 농성을 벌였다. 마지막 1기인 23호 송전탑 설치를 앞두고 한전과 주민들간의 대치가 상당기간 이어졌으나 한전은 지난해 7월 21일 새벽 경찰병력을 앞세우고 공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 등을 온 몸으로 막아섰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수십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고 충돌 과정에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한전은 공사가 끝난 후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를 제 때 진행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주민 등을 상대로 2억2000여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청구했고 경찰과 검찰은 24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결국 16명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최창진씨는 법정 구속을 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소송도 60여 건에 달한다.

이날 송전탑대책위와 삼평리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대책위 윤일규 목사는 1인시위를 하며 한전을 규탄했지만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태그:#청도 송전탑, #송전탑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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