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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은 <조선일보>가 만든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의 말이다. <조선일보>가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탈당설과 신당 창당설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조선일보>는 천정배 의원뿐 아니라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연결된 신당설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최근에는 천정배 의원 측이 작성한 것이라며 정체불명의 '신당 창당 계획(안)' 문건까지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천정배 의원 일부 측근과 정대철 상임고문, 박주선 의원 등의 탈당과 신당 창당설을 유포하는 사람들의 충실한 창구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역 탈당한다" 말만 무성... <조선>, 신빙성 없는데 확대재생산

4.29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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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퍼져가는 신당설의 핵심에는 천정배 의원이 있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지난 4·29재보궐에 나서면서도 신당 창당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신당설이 피어올랐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일 <천정배, 김두관·박주선 만나 "전국정당 만들겠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세 사람이 함께 만나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천 의원이 두 사람을 따로 만나 그동안 이야기해온 내용을 그대로 언급한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조선일보>는 또 지난 19일 천 의원의 측근인 염동연 전 의원의 말을 인용해 "새정치연합 수도권 중심 현역 의원 5~6명이 우리 신당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염 전 의원은 지난 4·29재보선에서 천 의원의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최근에는 서울 당산동에 사무실을 내고 내년 총선을 대비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새정치연합 혁신위를 "문재인 대표의 호위무사"라고 칭하며 "그런 사람들이 만든 혁신안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 9~10월쯤 당을 떠나는 의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천정배 신당 창당 계획안'이라는 문건이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오는 9월까지 현역 의원을 최소 5명 가량 영입해 창당 주비위를 결성한 뒤 내년 1월 창당을 완료하는 5단계 창당 로드맵을 수립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천 의원의 신당 전략팀인 '정치세력 교체 추진단'이 이 문건을 작성해 천 의원에게 보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은 염동연·이철 전 의원 등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당산동팀'과 비공개로 활동하는 기획위원회로 나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 의원은 이런 보도 내용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이 문건 보도에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소위 신당전략팀 명의의 문건은  그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고, 물론 보고 받은 바도 없다. 보도된 내용도 전혀 무관하다"라며 "보도된 내용 중 내 언행에 관한 부분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나의 관심은 유능하고 참신하며 전문성과 헌신성을 갖춘 젊고 새로운 인물들에게 향하고 있다"라며 기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창당 설에 선을 분명히 그었다.

정대철 고문이 언급한 신당설 역시 비슷한 패턴이다. 그는 지난 17일 <조선일보>를 통해 "김한길, 안철수 등 현역 의원 20명이 신당 참여 의사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 의원들에게 신당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데, 6월 중순까지는 아무도 확답을 하지 않다가 지난 한 달 사이에 20여 명의 의원들이 신당이 생긴다면 동참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여기에 언급된 당사자들은 모두 이를 부인했다. 또 현역 의원 20명의 신당 참여 의사 역시 신빙성이 없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조선일보>가 박준영 탈당 기사를 어뷰징한 이유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한 지난 16일, 조선일보는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여러개 내보냈다. 소위 '어뷰징' 작업을 한 것.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한 지난 16일, 조선일보는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여러개 내보냈다. 소위 '어뷰징' 작업을 한 것.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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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천 의원 주변 인사들이나 일부 현역 의원들이 탈당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면 이를 <조선일보>가 그대로 받아쓰고, 그것을 천 의원이 부인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결국 신당설을 띄우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일종의 '신당 마케팅'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천 의원이 당내 세력을 빨아들이려 할 경우 당 분열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라며 "당내외에서 정치적 입지가 불확실한 인사들은 그런 천 의원에게 구애하는 걸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 외에도 최근 나오는 신당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위원회가 실패할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혁신위 비판을 탈당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탈당과 신당을 언급하는 인사들이 "친노 운동권", "문재인 호위무사" 등으로 혁신위를 폄훼하는 것 역시 미리 흠집을 내놓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혁신위가 공천 관련 혁신안을 내놓을 예정인 오는 8월 중순 경에 가면 이 같은 양상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신당 지지율이 높은 여론조사를 그 근거로 삼는다는 점이다. 최근 전남도당과 전북도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신당이 필요하다'라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난 4·29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을 선언한 '국민모임'의 지지율(18.7%)이 새정치연합 지지율(21.1%)에 육박했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여론이 실제로 현실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무수히 탈당과 신당 창당설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탈당 의사를 직접 밝힌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조차 본인의 탈당 여부에는 말을 아낀다. 자신은 아니지만 신당창당을 막을 수는 없다는 식이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실제 탈당을 선언한 인사들이 있지만 그 역시 미풍에 그치고 있다. <조선일보>가 박 전 지사의 탈당 소식을 비슷한 기사 십여 개를 써내면서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지만 말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나 당 차원에서 탈당설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탈당을 언급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시작하면 더 크게 반발하고 시끄러워지면서 탈당설이 더 주목받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일부 보수언론이나 탈당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반응하지 않으면서 더 황당하고 수위가 높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안 좋게 비친다"라며 "최근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당을 혁신하는 것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새정치연합, #문재인, #천정배, #박주선,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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