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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인권선언 추진단이 전국에서 모여 전체 회의(7월 11일)를 연다고 했다. 전체회의 참여 신청은 해놓았지만 막상 참여하기 직전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갈까 말까, 지역에서 서명캠페인도 있는데, 뭔가 추상적인 이야기만 듣다 오는 건 아닐까 등등.

더구나 전날 늦게까지 마신 술 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고, 자연히 가기 싫다는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었다. 모두 열띠게 토론하는 와중에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건 난감한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내 머리는 이런저런 가기 싫은 이유를 떠올리고 있었는데도, 내 몸은 벌써 버스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내 머리를 채웠던 질문들은 전체회의에서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결되었다. 우선 모둠 토론을 하면서 모두가 비슷한 생각들이었다는 점을 느꼈다. 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광화문에 나오고 거리 서명 등의 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사람들이 세월호를 조금씩 잊고, 심지어 '넌 아직도?'라는 말까지 들으며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세월호 이후 우리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막연했지만 뭔가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우리는 모두 세월호 이후 우리의 삶과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나는 그것이 답답했다. 광화문 집회와 거리 캠페인 등의 활동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세월호 이후 달라져야 할 우리에 대해서 좀 더 분명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새로운 사회 만드는 운동으로서의 선언

물론 이러한 나와 우리의 바람이 '인권선언'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권이 '선언'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16 인권선언 운동이 추진단에 참여하는 사람들만의 선언으로 그친다면 이는 말 그대로 선언문 하나를 남기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인권헌장사태의 안 좋은 기억도 이런 의문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한몫하였다.

하지만 이번 전체회의에 참여하고 나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권선언'을 풀뿌리에서부터 조직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어떤 학자나 명망가 중심의 선언문과는 분명 달랐다. 이날 전체회의를 준비한 분들도 이 점을 틈날 때마다 강조했다. 그래서 4.16인권선언은 '선언을 위한 선언'이기보다는 '운동을 조직하기 위한 선언'이다.

물론 선언이라는 형식으로 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낯선 방식이다. 나 역시 볼리비아 민중들이 차베스 헌법을 읽고 토론하면서 투쟁을 조직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으나 한국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느끼기에 한국은 민주화 투쟁의 집단적인 경험을 갖고 있으나 웬일인지 토론문화는 그리 발전되어 있지 못하다. 어떤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그 사람 자체에 반대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 4.16인권선언운동은 매우 신선하기도 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도였다.

생명보다 이윤 위한 변화

모둠별 토론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그린 노란종이배 그림. 안전한 사회 건설을 요구할 권리 등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적혀있다.
 모둠별 토론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그린 노란종이배 그림. 안전한 사회 건설을 요구할 권리 등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적혀있다.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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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체회의에서 공동추진단장 중 한 명인 광주 활동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5.18 광주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30년이 지나도 고립된 5.18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참혹한 역사였는데, 세월호 참사조차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더 큰 바다로 향해야 한다.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고자 하는 자들은 반면에 세월호 운동을 고립시키려고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월호 투쟁이 세월호의 아픔뿐만 아니라, 생명보다는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희생되어 가는 모든 이들의 아픔까지 껴안을 수 있는 운동이 된다면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운동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어야 304명의 고귀한 생명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내가 살고 있는 고양지역에서부터 4.16인권선언 풀뿌리 토론을 조직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김대권님은 4.16 인권선언 추진단이며 <아시아의친구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인권선언, #4.16인권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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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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