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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일반인 부문 [꿈틀상(가작)]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최대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이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부분 폐쇄 조치를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강남구 병원에서 의료진이 내원객에 대한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발열검사하는 의료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최대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이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부분 폐쇄 조치를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강남구 병원에서 의료진이 내원객에 대한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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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기가 겁나는 요즘입니다. 매일 늘어나는 메르스 확진 환자의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고, 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할머니 때문에 식구들이 계속 병원을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걱정이 되네요. 작년 세월호 사건부터, 오늘의 메르스 사태까지 '과연 이 나라가 사람이 살만한 나라인가? 이 나라에 희망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끝이 없는 한숨과 함께 좌절과 분노만 가득히 차오를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책을 읽었습니다. '답이 없는 분노는 덮어두고 책이나 읽자. 그냥 잊자. 다른 데 집중하자'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현실도피로 선택한 한 권의 책은 과연 안락한 쉼터가 되었을까요? 제 마음의 좌절과 분노를 치료해 주었을까요? 함께 읽어보시겠습니까?

제가 읽은 책은 제가 운영하고 있는 책 읽는 엄마 밴드 모임의 6월 1~2주 선정 도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 책이 노원구 '책 읽는 마을 6월 도서'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저도 읽어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 2014년도에 나온 책이라 완전 신간은 아닌데 그동안 제 눈에 띄지 않았던 책이거든요. '책 읽는 마을' 운동 덕분에 몰랐던 책들을 알게 되고, 또 읽게 되어 참 좋아요. '나 꽤 괜찮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하는 자부심도 슬쩍 드는 요즘입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표지에서도 설명하고 있듯,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밀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책은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덴마크의 많은 사람들을 취재하며 덴마크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찾아가는 내용이에요.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는 행복한 일터, ​1분 안에 떠오르는 걱정거리가 없다는 행복한 사회, 학교에서 인생을 설계하는 법을 배운다는 행복한 학교를 자세히 보여줍니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나라(심지어 대학을 다니는 동안의 한 달 생활비까지 지원됩니다), 평생 무료인 병원비, 2년 동안 지급되는 실업보조금.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며 시험, 입시, 취업 스트레스가 없는 학교. 의사, 변호사, 국회의원이 특별대우를 받지 않고, 택시기사와 식당 종업원도 자부심을 느끼는 사회. 일일 노동시간이 7시간 30분~8시간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나라. 수많은 노조와 협동조합, 공동체 활동을 통해 서로 끈끈히 유대하고 협동하는 사람들. 이게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들은 우리와 같은 동시대, 지금 바로 이 순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덴마크 사회에서 아이 한 명은 특별한 컨설턴트들에게 보호를 받는다. 첫 번째 보호자는 부모다. 두 번째는 길면 9년간이나 담임을 맡는 교사다. 어쩌면 부모보다도 그 아이를 잘 알 것이다. 세 번째는 주치의다. 몸이 아프면 그를 찾아가면 된다. (평생!!) 마지막 네 번째 보호자가 바로 목사다. 신앙이 필요할 때 동네 아저씨 같은 목사를 찾아가면 된다. 그는 왜 지난주에 교회에 나오지 않았느냐는 꾸지람을 하지 않고 친구처럼 이야기를 들어준다. 부모, 교사, 주치의, 목사. 이렇게 특별한 보호자들과 함께 살고 있기에 덴마크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이들이 자라나 행복사회를 이끈다."

"덴마크 사회는 시장의 힘을 이용하지만 사회정의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아요. 높은 수준의 자본과 높은 수준의 신뢰가 결합돼 있습니다. 그레베는 신뢰와 평등,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감소를 덴마크 사회의 강점으로 꼽는다."

"미국 사회가 '더 많이'를 강조하며 최고가 되기를 요구한다면 덴마크 사회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여유롭게 삶을 즐기게 한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평등의 가치가 깊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남녀평등에서도 덴마크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아빠들이 초등학생 자녀의 등교를 돕는 일이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우와, 좋겠다, 멋지다, 부럽다'는 마음으로 읽었으나 책장이 한 장, 두 장, 열 장, 스무 장 넘어갈수록 이질감과 거부감이 드는 부분들도 생기더군요.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거북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특히 2부에서 덴마크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들이 이런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비밀을 찾는데, 읽을수록 드는 생각! '우리랑 너무 다르다! 역사, 배경, 환경 모든 게 완전 딴판이야!'

책을 읽기 전과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마냥 부럽고 좋아보이던 덴마크란 나라가 점점 우리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유토피아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린 다른데, 우린 그들과 너무도 다른데,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란 말이지? 그래, 그들이 행복한 건 이제 잘 알겠는데, 그래서 우리는 그럼 어떻게 행복해지냔 말이다!'

대체 그 해답은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2부를 읽으면서는 언제 답이 나올까만 기다리며 책장을 넘긴 것 같아요.

책장은 계속 넘어가고, 이제 남은 페이지가 새끼손톱만큼의 두께도 되지 않는데,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고 덴마크 얘기만 주구장창! '이렇게 끝내기만 해봐라! 완전 혹평을 날려주겠어!'

혼자만의 협박을 하며 읽어나가다 보니 드디어 301페이지까지 왔어요. 그런데 전체 페이지가 318쪽인데 ​무려 301페이지에서 해답이 등장했습니다. 겨우 18페이지 남은 9장에서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해봅시다!'라는 결론이라니요.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남은 페이지를 읽어나갔어요. 그리고 저는 뒤통수를 아주 제대로 얻어맞았습니다. 제 머리와 제 가슴을 팍 내리친 저자의 해답은 이러했습니다.

나의 작은 실천
"덴마크는 행복한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럼 행복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라. 작은 실천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행복한 사회에 앞장서고 있는 개인, 단체,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독서 모임을 만들어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토론하는 일도 의미 있는 시작이다."

우리의 힘을 믿자
"한국전쟁 참화를 겪은 후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고, 독재에 맞서 수많은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일군 우리의 노력과 참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더불어 공동체를 이뤄나갈 때 진정한 행복사회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시민이 관건이다
"덴마크의 새 출발은 1864년 독일과의 전쟁에서 진 후 시민들이 자각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왕이 주도한 전쟁에서 패배하자 왕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왕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한민국의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여야 정치인에게 내일이 오느냐고 묻지 말자. 우리가 나서서 내일을 만들자."

이제 나의 차례다
"이제 지금, 나의 차례다. 나와 당신이 새 씨앗을 뿌릴 때다. 우리 서로 먼 훗날 웃으며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새로운 바람이 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해답은 간단했습니다. "내가 하는 거야. 이 책을 읽고 있는 '너'가 하는 거야. 이걸 아는 '나'와 '너', '우리'가 하는 거야." 이것은 마치 수능 만점자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와 같은 느낌? 결론을 읽고 나니 지나온 페이지들이 다시 생각납니다. 덴마크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이야기하며 빠짐없이 등장했던 바로 그 핵심!

"독일 역시 복지 제도가 잘돼 있는데도 왜 덴마크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할까요? 그것은 제도 이전에 태도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정신의 태도, 가치관이 중요하죠. 덴마크에서는 남이 큰 집을 갖고 있어도, 친구가 좋은 대학을 다녀도 부러워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물론 크리스티안센은 덴마크의 특수성을 인정했다. 이웃이 살아 있는 신뢰사회가 된 배경에는 인구가 560만 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점, 단일민족으로 생활에서 유머까지 문화적 공감대가 높은 점, 그리고 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될 때 피를 흘리지 않은 대화와 타협의 역사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들의 노력이었다."

​사실 정답은 처음부터 등장했어요. 끊임없이 계속해서 반복되었죠. 다만, 제가 그게 정답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 어쩌면 저는 그게 정답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서 실천하는 노력을 하기보다 행복한 나라는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가를 기대하며 기다렸을 뿐이라는 아주 불편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지요.

​저자는 저에게,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돌직구를 던집니다. 대통령이 문제라고 욕하는가? 정치인들이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있는가? 그럼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가만히 앉아 세상을 욕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생각과 가치관을 유일한 것,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순응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행복을 원한다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고요.

이런 돌직구를 맞고 나니 메르스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국민의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그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돈보다 인간 그 자체의 존재함을 더 중시하며 살아왔는가? 당장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안녕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돈보다 중요한 것은 더없이 소중한 나와 너, 우리이고, 그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존재의 소중함이라고. 나는 과연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돈'을 가장 중시하며 추구할 때 이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을 거예요. 세월호, 메르스와 같은 끔찍한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일어날 ​테지요.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와 고위 관료, 사건을 담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질책하고 벌주는 것과 동시에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실천하며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좋은 성적, 이름 있는 대학, 그럴듯한 직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하는 성공만을 부르짖고 있지 않은가요?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며 성적으로 줄을 세워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요? 옆에 있는 친구가 나만큼이나 소중한 존재 그 자체임을 알려주고 있나요? 친구는 높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경쟁자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요? 아이들이 세상의 옳고 바른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고 있나요?

치열하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냐고요? 작가가 친절하게 구체적인 방법까지 안내해 주었네요. "독서모임을 시작하라"고요. 아이 그림책도 좋아요, 동화책도 좋아요, 일반 책도 좋지요. 무엇이든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해보아요.

아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엄마들, 동네 아줌마들, 직장 동료, 가족들까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오프라인 지인 관계가 마땅찮다면 집 주변 도서관이나 회원 수가 엄청난 육아카페도 활용할 수 있고, 사정이 정 여의치 않다면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독서모임, 카페들도 많이 있어요. 찾아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도처에 존재합니다.

읽는 과정에서 많은 번뇌를 주기는 했지만, 이 책은 저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 희망이 가득한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런 세상은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수많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고 뭉쳐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고민해 봅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우리 같이 고민해 봐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고민할 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열정과 떨림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노력할 때 우리는 분명 덴마크보다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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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며 연대하고 실천하고자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와 <엄마, 내 그림책을 빌려줄게요>, <딸에게 들려주는 여자 이야기>,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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