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청소년 부문 [꿈틀상(가작)]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덴마크 인생학교 학생들과 찍은 사진.
 덴마크 인생학교 학생들과 찍은 사진.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고등학교의 첫 시험 중간고사를 후루룩 말아먹은 마지막 날, 독서동아리에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란 책을 받았다. 처음 봤을 때, 제목에 대한 내 대답은 "그러게"였다. 그날 난생 처음 본 숫자가 내 '평균'이었고, 겨우 한 번 본 시험 성적으로 대학을 못 가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았다.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 '한국사'에서 본 절망은 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내가 나를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고 부모님께 불효하는 일인데 왜 죽는 거냐며 자살을 이해 못하던 나도 그날 처음으로 '이런 기분이라면 뛰어내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무기력해지니 밖에 나가기도 싫고, 그냥 방에 누워 책을 읽었다.

모두가 성공을 위해 달리는데 왜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일까? 덴마크도 작은 나라인데 그 나라는 왜 행복지수 1위일까? 도대체 뭐가 달라서 두 나라가 이렇게 상반된 결과를 보여줄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덴마크처럼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번도 덴마크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초반에 덴마크의 복지 제도를 구경할 때 덴마크로 이민가야지, 덴마크인 남편을 만나야지 생각할 정도로 부러웠다. 난 왜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입시지옥을 겪어야 하는지 화도 났다.

학교 공부에 허덕이던 나... 덴마크 학생들이 부러웠다

나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올 때, 진로에 대한 체험은커녕 고민도 못 해봤고, 중학수학 복습, 고등수학 예습에 허덕이다 고1이 되었다. 내가 만약 덴마크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에프터스콜레'를 다니며 친구들과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고 체험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부러웠다. 특히 학교 폭력이 없는, 가정의 연장인 학교가 부러웠다. 나는 어릴 때 왕따나 셔틀 같은 개념을 모르고 지냈는데 요즘은 초등학생들 사이에도 셔틀이 있다. 무수한 학교폭력 사례와 함께 "이게 과연 학생이 한 짓이야?" 싶을 정도로 심각한 얘기를 듣고 있으면 학교란 곳이 정말 안전한지 의심하게 된다.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갈 때 너무 지쳐서 빨리 집에 가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나와 똑같이 가방을 메고 그 시간에 집으로 가는 초등학생들을 많이 본다. 정말 안타깝다. 시험이 뭐길래 아직 뛰어놀아도 되는 아이들이 운동장이 아닌 학원에 있는 걸까?  덴마크 초등학생들은 시험이 없다니 학생들에게 이것보다 부러운 것이 뭐가 있을까? 덴마크는 살기 좋은 나라, 교육받기 좋은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 그냥 다 좋은 나라인 것 같아 마냥 부러웠다.

책을 다 읽고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봤다. 나는 주변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서  학교나 집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 다 행복했던 것 같은데, 아마 동생이 태어난 날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내 동생은 나와 11살 차이가 난다. 뒤늦게 동생이 갖고 싶다며 여기저기 소원을 빌고 다녀서 태명도 '소원'이었다.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새벽 5시쯤 엄마 아빠가 병원에 간다며 알람 잘 맞춰두고 학교 가라고 깨웠었는데, 아침 잠이 많은 내가 잠이 오지 않아서 그날은 더 일찍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동생이 태어났단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붕 뜬 기분으로 생활했다. 처음 동생을 안고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때 내가 매우 행복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활짝 웃고 있다. 근 한 달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갔어도 힘들단 느낌은 없고 그때 재밌었지란 느낌만 있다.

나 혼자 행복할 수 없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 오마이북

관련사진보기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날의 기분을 회상하면, 방금 전까지 쏟아지던 잠까지 달아날 정도로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준다. 힘들거나 기운이 없을 때,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짜증이 날 때는 즐거웠던 때를 생각한다. 그럼 나는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기고 부정적이었던 생각을 긍정적으로 여기게 된다.

행복은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나는 내가 대체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는 주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문제로 힘든 것보다 친구와 싸웠다던가, 고등학교로 와서 환경이 바뀌거나, 주변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힘들다고 느끼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오히려 우울하고 축 처져 있기 싫어서 더 과하게 웃고 신나게 뛰어다닌다. 그럼 그날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곤해 배터리가 방전되듯이 잠이 드는데 3월 한 달 동안 이걸 반복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고 피곤하고, 짝지와 서먹해서 더 스트레스 받고, 하루를 그래도 즐겁게 생활한다는 걸 느끼기 위해 일부러 더 심하게 웃곤 했던 일을 기억한다.

그래서 "행복은 have to가 아니라 like to"라는 말에서 큰 공감을 했다. 행복은 당연한 건데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한 달 동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행복의 뜻과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사전에서는 행복에 대해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런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가 정한 행복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도 평화롭고 여유를 가진 상태'라고 정의내렸다. 행복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욕심을 버리고 남과 나를 비교해서 나를 깎아내리지 말고 후회나 미련을 남기지 않고 나를 믿고 이웃과 소통하며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욕심을 버려야 행복하다. 나이가 들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진다. 어릴 땐 사탕 하나에도 행복한듯 웃었는데 지금은 사탕 하나 가지고는 웃을 수 없다. 지금 나는, 우리는 욕심이 너무 많다. 좋은 성적과 예쁜 얼굴, 큰 키와 더불어 날씬한 몸매까지 바라고 다 가진 사람은 승자로 부족한 사람은 패자로 여겨진다. 또 조금 더 이후에는 좋은 스펙과 직장까지 추가될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남과 비교하지 않아야 행복하다. 비교란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남과 나를 비교하는 건 좋지 않다. 남은 처음부터 남이기 때문에 나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러니 나와 타인을 비교해 좌절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우월감을 느끼는 건 더 부질없는 짓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고 반성할 때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세 번째로 후회나 미련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나 미련을 두는 것은 과거에 연연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된다. 네 번째로 나를 믿고 이웃과 소통해야 한다. 나를 믿지 못하니 이웃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우리 아파트는 6호가 한 층에 사는데 우리 집 외에 두 집 정도 알고, 우리 옆집에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구나 정도 알고, 나머지는 사람이 사는지도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많이 고쳐진 것 같은데, 무슨 일을 하거나 얘기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발표를 할 때면 틀릴까 봐 걱정이 되어 망설이는 사이에 다른 친구가 맞추면 그제야 '아, 내가 생각한 거 맞는데 내가 말할걸'하고 아쉬워한다. 남의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옳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 혼자 행복할 수 없다. 지금 메르스 사태만 봐도 그렇다. 내가 행복하고 내 삶에 만족한다고 해도 주변이 불안하고 문제가 생기니 나 또한 걱정된다. 나 혼자 행복한 것은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없는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세월호 사건이 그렇다. 나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슬퍼하고 사망자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안타까워했다.

내가 바뀌어야 우리 사회도 바뀔 수 있다

세월호 선장은 혼자 살기 위해 도망쳤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까지 피해를 끼쳤다. 그에 비해 자신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섰던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이처럼 사회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완전히 불만스럽지도 않다. 사회의 불안정은 결국 개인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혼자 살겠다는 선장의 행동에 국민 모두가 분노했고 세월호 희생자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많이 울었다.

개인은 혼자 행복할 수 없다. 나 혼자 행복하다고 사회도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사회, 행복한 국가를 구현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인 것도 이러한 이유를 담은 것이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사회 안에서 나와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내 대답은 "그러게" 였다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많은 활동을 한 지금은 "할 수 있다"이다. 초반부를 읽을 때 덴마크인 남편을 만나야겠단 생각은 "내가 대한민국을 행복한 사회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말한다. 너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가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은 내가 바뀌어야 우리 사회도 바뀔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바뀌고 모여서 우리도 할 수 있다 믿으면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분명 20년 뒤는 지금보단 나아져 있을 것이다. 너와 내가 모여서 우리가 되고 우리가 시작한다면 200년 뒤에는 우리나라도 덴마크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