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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러운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3개월 남짓한 병가를 끝내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 복귀한 내 자리 3개월 남짓한 병가를 끝내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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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 3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직장에 병가를 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병가도 끝났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병가를 내고 쉼으로 인해서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걱정해 내 자신의 건강을 뒷전으로 생각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한심스러웠는가를 절실히 깨닫게 해준 지난 3개월이었다.

매달 21일이면 통장에 꽂히던 월급에 차질이 생겼고 한해동안 열심히 해온 나의 성과도 병가를 냄으로 인해서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지난 3개월이라는 시간은 그 현실적인 손해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마 갑상샘암이라는 이 병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내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매일 똑같은 삶을 살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투병일기를 쓰려고 시작한 블로그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모 방송국 생활정보 프로그램 섭외 메일
▲ 섭외 메일 모 방송국 생활정보 프로그램 섭외 메일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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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을 겪으면서 시작하게 된 블로그. 이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간접경험 하게 되었고 평소 '직장'이라는 틀 안에 갇혀 살아온 나에게 더 넓은 세상을 알게 해주었다. <블로그로 꿈을 이루는 법>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처럼 자신을 꿈을 매일 기록하고 또 기록하다보면 어느샌가 나의 꿈을 향해 한발짝 가까워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무언가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리라는 다짐을 블로그에 쓰면 그 기록은 계속해서 남는다. 중간에 귀찮아져 포기하고 싶을 때 내가 써 놓았던 그 기록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초심'을 다 잡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와 비슷한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생겨나게 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기회가 생겨난다.

블로그에 써 놓은 갑상샘암 투병기를 읽고 모 방송국 작가에게서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매주 진행하는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갑상샘암'을 주제로 방송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섭외 메일이었다. 이 섭외 메일을 늦게 확인 하는 바람에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갔지만 이런 연락이 온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했고 블로그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낀 계기가 되었다.

블로그에 계속해서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글쓰기' 능력이 키워진다. 그 덕에 지금 이렇게 <오마이뉴스>에 기사도 쓰고 있다. 갑상샘암을 경험하지 않고 계속 이전과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면 나에게 이런 삶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날 버티게 해준 '음악'

잊고 살았던 나의 꿈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시절 나의 꿈은 '힙합가수'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기자랑 시간만 되면 무대를 장악했었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불리운 내 별명은 '랩퍼'일 정도로 힙합음악을 좋아했다. 학창시절 말미엔 부산에 있는 모 아마추어 댄스팀에서 랩퍼로도 잠시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이내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14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의 꿈은 까맣게 잊고 살았다.

갑상샘암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지난 3개월동안 나를 버티게 해준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음악'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을 겪으면서 '언제죽을지 모르는 세상인데 더 이상 하고 싶은걸 미루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병원을 가지 않는 날은 시간을 내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원 프리마켓에 내가 만든 노래 5곡을 등록 하였다.
▲ 디지털 음반 음원 프리마켓에 내가 만든 노래 5곡을 등록 하였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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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동안 틈틈히 곡 작업에 매진했고 나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5곡을 완성했다. 다시 들어보면 아직 갈길이 멀지만 내 이름으로 된 음반을 하나 내야겠다는 목표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아직 '프로' 음악들과 비교를 하면 엔지니어링 적인 측면이 한 없이 부족해 정식 음반을 발매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 손으로 만든 나의 음악들이라 내게는 너무 소중하다.

내가 만든 노래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음원 '프리마켓'에 올렸고 가뭄에 콩나듯 나의 부족한 음악을 유료결재를 통해 구매해주는 사람들도 생겨 났다. 직장 다니면서 매달 받는 몇백만원의 월급보다 내가 만든 음악으로 벌어들인 몇 천원이 내겐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외에도 금연, 금주를 성공했고 직장을 쉬면서 한동안 일의 스트레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하던 운동을 시작했고 덕분에 다이어트도 성공했다. 다이어트를 성공했더니 날씬할 때 입던 옷들이 다시 맞아서 기분 좋았다. 같은집에 살아도 얼굴보기 힘들었던 어머니와 한 식탁에 앉아서 어머니의 '집밥'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몇년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았던 책과 다시 친해져 독서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거다. 평소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속은 온통 '긍정'으로 가득찼다. 이렇게 변화된 나의 삶은 직장생활에서도 여실히 묻어났다. 그리고 내 꿈을 향한 도전은 직장을 복귀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아빠투툼의 음악 감상 - http://www.bainil.com/album/365



태그:#갑상샘암, #변화, #블로그, #음악, #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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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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