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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국생활 6년째를 맞은 독일 베를린에서 온 유학생, 바인만 이나(Wainmann, Ina)와 켈핀 말테(Kelpin, Malte)부부
 올해로 한국생활 6년째를 맞은 독일 베를린에서 온 유학생, 바인만 이나(Wainmann, Ina)와 켈핀 말테(Kelpin, Malte)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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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독일 유학생 부부를 헤이리아트마켓에서 만났습니다. 젊은 부부가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두 사람은 베를린 자유대학교( Free University of Berlin,Berlin, Freie Universität Berlin))의 동기동창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두 사람 모두 한국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에서 연인이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두 사람은 힘들 것이 뻔한 그러나 본능에 이끌린 결정을 했습니다. 한국학의 본령에 발을 들여야겠다는 결심이었지요. 두 사람은 그 결심이 운명이라고 여겼습니다. 운명? 그것은 2가지였습니다. 한국학의 본토에 발을 딛는 다는 것과 두 사람이 인생을 통틀어 동반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남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여자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의 한국학 전공이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 흘렀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에 온 지 2년 뒤 결혼을 했고 여자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남자는 아직 박사과정중입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어에 능통했습니다. 말의 행간을 해독할 만큼...

잼을 펼쳐놓은 좌판의 정신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사업(?)을 방해했지만 부부는 저의 모든 질문을 웃음으로 받았습니다. 

부부가 집에서 함께 잼과 글뤼바인을 만들어 주말에 행사장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르스의 영향으로 예정된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어 곤란을 겪고 있다.
 부부가 집에서 함께 잼과 글뤼바인을 만들어 주말에 행사장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르스의 영향으로 예정된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어 곤란을 겪고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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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오기 전에 정이 들었군요?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함께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국으로 와서 2년 뒤에 결혼했습니다." 

-간혹 독일을 다녀오긴 했나요? 결혼도 한국에서 했다면...
​"지난 6년 동안 2번 정도. 주로 부모님들이 한국으로 오세요." 

-한국학을 전공하신 분이 잼 장사라니...
"(부인) 남편은 밥도 많이 먹고 관리비가 많이 들어요, 그러니 잼이라도 팔아야지요."

-왜 관리비가 많이 드는 이 사람들 택했나요?
"저보다 키가 크잖아요. 순전히 키 때문이에요." 

-독일에서 남자를 공수해오는 것 보다 한국에도 키 큰 남자가 많은데요. 현지 조달하지 않으시고?
"착한 남자예요. 제 말도 잘 듣는...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충당해요."

-무엇으로?
"독일어를 가르쳐요." 

-제가 중학교시절에는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많은 학생들이 배우곤 했는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점차 독일어를 배우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어떤 분들이?
"독일로 유학을 가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주로 음악을 전공하는 분들이시고요."  

-이곳의 수많은 잼과 와인은?
"이 와인은 저희가 만든 와인이에요."

바인만과 켈핀 부부가 할머니께서 전수해준 레시피대로 만든 글뤼바인
 바인만과 켈핀 부부가 할머니께서 전수해준 레시피대로 만든 글뤼바인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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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포도를 발효한 것인가요?
"아니요. 포도주를 사서 저희들이 독일에서 즐기던 저희의 방식대로 과일을 넣어서 새롭게 만든 거예요." 

-와인에 과일을 넣었다면 프랑스의 뱅쇼(vin chaud)같은 건가요?
"맞아요. 프랑스와 독일은 지리적으로 함께 붙어 있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것이 많아요. 프랑스의 뱅쇼와 거의 같은 거예요. 단지 와인에 넣은 과일의 레시피만 다른 거지요. 프랑스의 뱅쇼(Vin chaud)을 독일에서는 글뤼바인(Gluhwein), 영국에서는 멀드와인(mulled wine), 스웨덴에서는 글뢰그(Glogg)라고 하지요." 

-뱅쇼는 끓여서 마시는데?
"맞아요. 원래는 따뜻하게 마셔요. 하지만 오늘은 너무 덥잖아요. 그래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보온병에 담아서 시원하게 마시도록 한 거예요." 

-오마스 마르멜라덴(Omas marmeladen)은 무슨 의미인가요?
"오마는 독일어로 할머니라는 뜻이고요 '스'는 소유격 '의'의 뜻이고요, 마르멜라덴은 '잼들'이라는 잼의 복수예요." 

-'할머니의 잼들'이라는 의미군요?
"맞아요. 여기의 모든 잼들은 저희 두 사람의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레시피로 만든 것이거든요."

-잼을 만드는 레시피가 손자에게 전수될 만큼 집안마다 각기 다른 레시피가 있나봐요?
"그럼요. 독일에서 잼은 한국의 김치 같은 거예요."

-김치는 발효식품인데?
"잼은 발효를 한 것이 아니지만 설탕을 넣어서 저장성을 높인 거지요. 한국에서 집집마다 가을에 김장을 하듯이 독일에서는 각 가정마다 고유한 레시피로 잼을 만들어요. 일반가정에서는 잼을 가게에서 사서 먹지 않는 답니다. 한국에 처음 와서 잼을 모두 사서 먹는 것에 놀랐어요."

-그럼 슈퍼마켓에 잼을 팔지 않는 거예요?
"그렇지는 않아요. 한국에서도 가게에서 김치를 팔잖아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사람들은 가게에서 잼을 사먹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고유한 레시피로 만들어 먹어요. 저희는 우리 두 사람의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레시피로 만든 잼을 한국에 소개하는 겁니다."

-한국의 김장처럼 그 수제잼들을 만들어 먹는 문화에 대한 이름이 있나요?
"특별한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구태여 이름을 붙인다면 '잼문화(Marmeladen Kultur)'라고 할까요?"

독일에는 잼을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각 가정에서는 고유한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 먹는다.
 독일에는 잼을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각 가정에서는 고유한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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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벼룩시장 행사에 자주 참여하시나요?
"주로 인터넷 카페의 정보를 보고 참여해요." 

-어디에 사시나요?
"분당이요."

-그곳에는 아파트가 많은데…….
"네. 주변에 연립이나 단독주택도 있어요. 저희는 작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파트에도 살아보았는데 저희하고는 맞지 않더군요. 마치 곤충이 된 것처럼 답답했어요. 독일에서 아파트는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에요. 하지만 한국은 다르더군요." 

-한국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는 것이나 한국에 독일식 잼문화를 전하는 것이 두 사람이 한국으로 유학 온 본질이 아니잖아요?
"그렇지요. 하지만 한국을 살아가는 좋은 수단이에요." 

-두 분 모두 이렇게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문화도 깊이 연구했으니 한국의 정신을 독일에 소개하는 번역을 해보는 것은 어때요?
"번역 많이 했어요. 하지만 돈이 안 돼요. 그것으로 먹고 살 수가 없어요." 

-두 분의 이름을 좀 써주시겠어요?
"아내는 바인만 이나(Wainmann, Ina)이고 저는 켈핀 말테(Kelpin, Malte)에요. 죄송해요. 왼손잡이라 글씨가 좋지않아요." 

바인만 부부가 귀띔한
잼을 제대로 즐기는 법
독일 사람들은 원래 잼을 직접 빵에 바르지 않고 기름진 무엇인가를(버터, 마가린, 크림치즈 등) 먼저 발라서 먹는다. 그래야 달콤하고 상큼한 과일로 만든 잼을 재대로 즐길 수 있다.
-제가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왼손을 사용하면 '복이 나간다'고 혼을 냈어요. 그래서 모두 오른손을 쓰게 만들었지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저의 할아버지까지는 왼손으로 못쓰게 했어요.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저를 자유롭게 두었습니다." 

-왜 오른손 사용을 강요했을까요? 문화적 이유가 있을 텐데?"

"잘은 몰라도 한국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에서도 '오른손을 '옳은 손' 혹은 '바른 손'으로 여겼듯이..."

저의 유학생활이나, 유학중인 딸, 아들들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유학중인 외국인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갑니다. 서툰 언어,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하는 외로움과 향수는 좀처럼 극복되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온 30살 동갑내기 바인만과 켈핀 부부가 학업과 부업을 병행하며 한국에 적응해가는 모습은 긍정적이고도 놀라움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오마스 마르멜라덴, #OMAS MARMELADEN, #바인만 이나(WAINMANN, INA), #켈핀 말테(KELPIN, MA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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