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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법의 성적비공개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로스쿨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열화를 해소하는 장점은 있지만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학원'으로 변질될 거란 전망이다.

25일 오후 헌재가 "시험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변호사시험법 18조 1항에 위헌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로스클 졸업·재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혼란에 빠졌다.

그 중 규모가 큰 로이너스(lawinus.net)에도 '성적공개는 점수뿐 아니라 등수까지 공개하는 것이냐', '이미 합격자가 발표된 1~4회 변호사시험 성적도 공개되는 거냐', '판사·검사 임용에도 변시 성적이 반영되느냐'는 등의 문의글이 올라왔고, 회원들은 각자의 견해를 밝히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하지만 성적공개의 범위와 방법 등 구체적인 사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변호사시험법의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지, 시험성적 공개를 언제부터 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법무부가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로스쿨이 다시 학원촌으로" - "스카이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2012년 1월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 제1회 변호사시험을 치른 1기 로스쿨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1기 로스쿨 출신을 대상으로 3~7일 시행되는 변호사시험에 1천698명이 지원해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2년 1월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 제1회 변호사시험을 치른 1기 로스쿨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1기 로스쿨 출신을 대상으로 3~7일 시행되는 변호사시험에 1천698명이 지원해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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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될 것에 대한 로이너스 회원들의 찬반은 엇갈렸다. 우선,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면 로스쿨 학생들이 시험준비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자유게시판에서 한 회원은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고, 학교 수업이 형해화되고 다시금 변호사 양성소가 공교육이 아닌 학원촌이 되어버린다면 로스쿨은 그 설립의 제 1전제인 '자격시험화를 통한 다양한 인재의 양성기관'이라는 명분을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은 "PASS(합격)/FAIL(불합격) 시험이라고 해놓고 시험 본 뒤에 '사실은 등수대로 줄세움!!!' 이러면 황당하지 않겠냐"며 "이미 변시 본 사람들을, 길게는 3년 이상 지난 시험 성적으로 재배치하는 게 공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찬성하는 쪽도 만만찮다. 다른 회원은 "성적공개는 모두에게 좋다"며 다음과 같이 썼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 중심으로 서열화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 : 살인적인 학점 경쟁이 사라진다
인 서울(서울 소재 로스쿨) : '스카이' 한 끗 차로 떨어진 사람들이 '스카이'를 따라잡을 방법이 생긴다.
지방(지방 소재 로스쿨) : 자기 능력에 따라서 좋은 데 갈 수 있게 된다.

"사법시험에 비해 로스쿨이 공격받는 대상인 공정성 문제를 성적공개로 해소할 수 있게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국 "서열화는 완화되지만, 로스쿨 전체에 태풍 불 것"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전체에 태풍이 불 것"이라고 에견했다. 조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로펌 취업 등 사적인 영역에서 로스쿨 서열화는 있다고 본다. 성적 공개가 이런 서열화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서열이 낮은 학교에서도 변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자기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하지만 전체 로스쿨로 보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과목에만 치중하게 되고 학교들은 학생들의 수요를 맞춰주지 않을 수 없으니, 다양한 법률적 소양을 키우기 위한 국제인권법 같은 과목들, 노동법 경연대회, 모의재판과 같은 활동에서 학생들이 발을 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로스쿨 도입 취지는 사법시험처럼 공부만 하지 말고, 변호사시험 부담도 줄이면서 논문도 쓰고 법률봉사도하면서 법률가의 소양을 키우자는 건데, 그런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그:#변호사시험, #위헌,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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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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