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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서 제안한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토론회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서 제안한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토론회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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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꼭 해야겠나?"(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우리가 판단 못해 공론장에 내놓았다. 의견 수렴해서 진행하겠다."(한재현 네이버 정책실장)

이른바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아래 제휴평가위)'가 국내 언론계에 '뜨거운 감자'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열린 긴급 토론회는 마치 포털 상대로 한 청문회를 연상시켰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려다 청와대 개입설 휘말려 

언론계-학계-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을 대표하는 토론자들은 이날 역시 토론자 자격으로 참석한 한재현 네이버 정책실장과 김수 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을 상대로 날선 질문을 쏟아냈다.

두 회사는 지난달 28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포털 뉴스 제휴사를 심사하는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가칭)'을 언론계에 제안했다. '실시간 검색어'를 악용해 조회수를 올리는 '어뷰징'과 이른바 '사이비 언론'을 자기들 대신 막아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처럼 문제 언론사가 포함된 언론단체들에 준비위 구성을 맡기면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관련기사: 언론계에 공 넘긴 포털, 고양이 앞에 생선?).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준비위 구성이 진척되지 않고 있고 때마침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다음카카오는 정부나 기업이 기사에 반론을 달 수 있는 '오피셜 댓글'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제휴평가위가) 청와대의 언론 길들이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지난 11일 칼럼에서 포털의 제휴평가위 제안에 보수 성향 인터넷신문인 <데일리안> 발행인 출신인 민병호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막후 역할이 컸다고 지적하면서 청와대 개입설이 확산됐다. 여기에 다음카카오가 정부 홍보담당자 간담회 자리에 정부 공식 댓글 도입을 언급한 것도 의혹을 부추겼다.

이에 한재현 실장은 "청와대가 개입한 게 아니다"라면서 "정부만이 아니라 언론사, 학교, 특정 모임에서 뉴스 서비스나 네이버가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청와대도) 그런 자리였지만 지침을 받거나 서비스 준비를 논의한 건 아니다"라고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이날 토론자들은 끝까지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포털은 이용자 기반으로 성장한 공공적인 공간인데 청와대에 가서 보고하는 건 이용자를 배반하는 행위이고 (오피셜 댓글은) 정부 홍보시스템에 걸어 들어가는 꼴"이라면서 "시민단체도 포털을 모니터해 공공의 장으로 견인하겠다"고 경고했다

추 위원장은 한술 더 떠 "평가위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청와대 개입설 부인도 너무 원론적이서 신뢰가지 않는다"면서 "(평가위 구성을) 꼭 해야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한재현 실장은 "지금 미디어 환경은 언론사, 포털, 이용자, 기자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데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포털의 직무 유기"라면서 "우리가 단독으로 할 문제가 아니라 판단해 토론장으로 끌고 나왔고 의견 수렴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냐는 지적에도 한 실장은 "최근 유명 여류작가 표절 시비에 한국작가회의에서 표절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만들겠다고 자체 정화 해법을 제시했다"면서 "문학작품 활동과 기사 생산도 문자로 표현하는 정신노동이란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점에서 언론계 자율 가이드라인 방향도 잘못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왜 평가위 구성을 올해 연말로 못 박나"라면서 "내년 총선 뒤로 미루면 (청와대 개입) 의혹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한재현 실장은 "그 문제도 준비위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문제가 올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10년 동안 누적돼 온 건데 내년엔 대선을 앞둬 언제해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게 딜레마"라고 털어놨다. 

"평가위가 조선-동아-매경도 퇴출시킬 수 있나?"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에 참석한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오른쪽)과 임선형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에 참석한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오른쪽)과 임선형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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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애초 포털에서 준비위 구성을 제안한 5개 단체 가운데 인터넷신문협회 정도만 적극적 참여 의사를 밝혔을 뿐 '조중동' 등 주류 일간지를 대표하는 한국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 등은 유보적이다. 오히려 처음에 배제됐던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 방송업계와 인터넷기자협회 등 현업인 단체, 언론시민단체들이 평가위 참여에 더 적극적이다. 

문제는 '어뷰징'이 가장 심하다고 평가받는 조선, 동아, 매경 같은 주류 매체들이 스스로 어뷰징 매체를 평가하고 퇴출시킬 수 있느냐다. 그렇다고 이들이 배제할 경우 평가위 구성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들 주류 매체와 신문협회, 광고주협회 등을 불렀지만 모두 참여를 고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인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포털 스스로 공정하고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어뷰징 언론사를 모니터링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퇴출시키면 그만"이라면서 "지금은 단순 뉴스 제휴 평가 위원회가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 등 포털 문제 전반을 다룰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터넷신문협회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근영 <프레시안> 경영대표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든지 포털이 광장에 내놓은 걸 해결하지 못하면 포털엔 어뷰징하는 매체만 남고 건강한 매체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건강한 언론이 살아남길 바라면 평가위가 잘 구성되도록 돕고 흔들어서 못하게 하거나 정치적 주제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태그:#포털뉴스, #네이버,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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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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