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의당 당권에 도전하는 노항래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진영 논리에 입각한 당위적·구호성 정책들을 걸러낼 계획"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매월 전 당원을 대상으로 정책 투표도 실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의당 당권에 도전하는 노항래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진영 논리에 입각한 당위적·구호성 정책들을 걸러낼 계획"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매월 전 당원을 대상으로 정책 투표도 실시하겠다"라고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0년 동안 진보 대표정치인으로 역할해온 분들이 경선에서 패배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져야 한다."

노항래 정의당 당 대표 후보는 유력한 당권주자인 노회찬·심상정 후보를 겨냥했다. 당 안팎에서 '노-심'의 빅 매치를 예상하는 것과 달리, 그는 '두 사람의 경선 패배가 당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이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진보정당 창당을 수차례 주도해온 노·심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노 후보는 "(두 사람이) 똑같은 얼굴로 일종의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당원들의 냉정한 평가가 따르리라 생각한다"라며 "당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당내의 소위 '운동권 세력'에도 불만이 많은 모습이었다. '과거와 같은 폐쇄적인 정당 운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특히, 정의당이 추진 중인 진보 재편과 정책 작업 등도 '시민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노 후보는 "소위 진보인사들이 모여서 추진하는 재창당은 의미 없다, 과거 1970~1990년대 운동권 출신끼리만 테두리 짓고 모이는 건 낡은 행태"라며 "시민의 뜻을 받드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 대표가 되면 진영 논리에 입각한 당위적·구호성 정책들을 걸러낼 계획"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매월 전 당원을 대상으로 정책 투표도 실시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정의당 노동정치전략회의 위원인 노 후보는 내부에서 '국민참여당계' 인사로 분류된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민주노총에서 공공연맹 정책국장을 지낸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본부 노동국장으로 활동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원내정책실장,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3일 노 후보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 벽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여러 장이 걸려 있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다음은 노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민주노동당의 영광, 시민 덕분이었다"

-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등을 이야기하면서 편협하고 관성적인 틀을 고집해왔다. 정치는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하며 사회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정당이 단순히 특정 이익 집단·계층의 대변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이루기 위해 출마했다.

진보정치의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폐쇄성이다. 옛 통합진보당 등이 그랬다. 시민들에게 당을 개방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의사를 결정했다. 깃발 들고 거리에 나가서 투쟁하는 반면, 그런 과정을 시민들과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 진정한 진보는 문을 열고 시민들과 함께해야 한다. 폐쇄적 의사결정은 안 된다. 진보세력 자체를 진보시켜야 한다."

- 현재 정의당이 운동권 출신 위주의 폐쇄적인 당이라는 뜻인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이고, 앞으로 새롭게 선출될 당 대표도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민노당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다른 후보들은 2004년 원내 진입에 성공한 영광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당시 민노당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던 것은 다수 시민들의 지지 덕분이다. 즉, 당원의 힘으로만 진보정당이 생존할 수는 없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 많은 시민 지지를 얻어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노항래 정의당 당대표 후보는 유력한 당권주자인 노회찬·심상정 후보를 겨냥해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노항래 정의당 당대표 후보는 유력한 당권주자인 노회찬·심상정 후보를 겨냥해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노회찬·심상정이라는 유력 후보에 이어, 조성주 후보도 출마선언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불안하지 않나?
"불안하다고 말하면 민망하지 않겠나(웃음). 조성주 후보는 우리 당의 젊은 자원이다. 능력 있는 젊은 친구가 자기 비전을 세워나가는 것은 당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노·심 후보는 지난 10년간 진보의 대표정치인이었지만, 출마 동기가 당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똑같은 얼굴로 일종의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당원들의 냉정한 평가가 따르리라 생각한다."

- 노회찬 심상정 후보는 경험과 연륜 있는 리더십이 당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역량과 인지도만으로 당을 혁신하는 건 아니다. 정의당 정치인들의 인지도가 낮아서 2012년 통합진보당이 실패한 게 아니지 않는가. 시민의 뜻을 받들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분열해서 실패한 것이다.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정의당이 시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당으로 혁신하는 게 리더십의 역량이다."

"진보인사들 모여 추진하는 재창당, 의미 없어"

- 정의당은 현재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목표로 노동당 등과 진보 재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떤 식으로 재편 또는 재결집을 이룰 것인가?
"소위 진보인사들이 모여서 추진하는 재창당은 의미 없다. 과거 1970~1990년대 운동권 출신끼리만 테두리 짓고 모이는 건 낡은 행태다. 혁신이 아니다. 진보정치를 표방해온 분들이 시민들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 더 많은 시민 속에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물론 4자연대에 참여하는 분들을 포함해 어느 누구와도 머리를 맞대고 진보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당 대표가 되면 논의 당사자들에게 '원하는 점들을 다 들어드릴 테니 정의당에 입당하라'고 권유할 생각도 있다. 다만, 우리 당을 혁신해서 시민의 뜻을 받드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 '실현가능하고 책임성 있는 경제-노동정책 수립'을 내걸었다. 복안이 있나?
"앞으로는 진보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책임지고 변화시킬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만 주장하면, 영세 자영업 사장들의 임금 지불 능력과 일자리 감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상·보편복지를 무조건 도입하면 재정은 어디서 구해올 것인가. 이런 식의 흑백논리는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되면 진영 논리에 입각한 당위적·구호성 정책들을 걸러낼 계획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매월 전 당원을 대상으로 정책 투표도 실시하겠다. 당원과 시민들에게 공감 받을 정책을 재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 있게 총선을 치러낼 수 있도록 하겠다."

- 당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전통적 진보정당 운영방식인 대의원제를 재검토하겠다. 대의민주주의제에 따른 대의원제는 당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다. 직접민주주의에 입각해 당을 운영해야 한다. 개방적 당 운영을 위해 네트워크 정당으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우리 당의 신규 주축세력인 청년들을 위해서도 혁신하겠다. 청년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당 국가보조금의 5% 이상을 청년 사업에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는 개혁을 추진하겠다. 당내 관료 문화 혁파를 위한 중앙 당직자 순환보직제도 역시 검토할 생각이다."

- 다른 후보들은 정의당에게서 등 돌린 노동 세력을 다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견해인데, 노 후보는 오히려 노동중심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달라.
"과거처럼 특정 노동세력만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노조의 지원을 받기 위해 그들의 말을 무조건 수렴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다. 노동자 외에 다른 계층도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들을 불러오려면 당이 힘을 키워야 한다. 지금은 우리의 힘이 부족하니 노동세력들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간 것 아닌가. 정의당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당에 활력이 생기면, 노동세력들도 다시 우리 당으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 옛 통합진보당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는가?
"그분들이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동참하고자 하는 집단적 정치행위를 한다면 우리도 응원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당의 강령과 혁신 방안에 함께하는 분들은 이곳에 입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게 아니라면 독립된 세력으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

"진보세력, 다른 야당 존중하는 태도 필요"

정의당 노동정치전략회의 위원인 노항래 후보는 정의당이 추진 중인 진보 재편과 정책 작업 등도 '시민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당 노동정치전략회의 위원인 노항래 후보는 정의당이 추진 중인 진보 재편과 정책 작업 등도 '시민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하나?
"정의당의 혁신 결과가 시민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당의 혁신이 성공하면 내년 총선에서 두 자리 이상의 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역구에서 10% 이상 득표가 가능한 인재를 전면 배치해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 비례대표는 당외 인사들에게 적극 개방하겠다. 혁신한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도 개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 새정치연합 또는 천정배 의원 등과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견해인가?
"사실 야권연대는 우리 선택이 아니고 혁신한 새정치연합의 선택이지 않을까. 그들이 다른 야당과 협력할 수 있는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당은 독자의 힘으로 총선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혁신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리 선 긋는 폐쇄성은 가질 필요가 없다. 다른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 역시 진보세력에게 필요하다."

- 노 후보는 정의당보다 새정치연합과 정체성이 더 맞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오래전부터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에 분열되지 않는 정치를 꿈꿔왔다. 그 꿈에 가장 가까운 정당이 정의당이다. 한국에서 가장 진화했고, 시민들에게 가까운 이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매우 편협한 정당관을 가진 것이다. 전통 진보정당의 폐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을 벗지 않으면 진보는 혁신할 수 없다."

- "당 지도부 중 공직선거 출마희망자들은 특별한 예외가 없는 경우 전원 지역구 출마를 원칙으로 하겠다"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할 것인가?
"제가 만일 당 대표로 당선된다면 당연히 지역구에 출마한다. 만약 대표가 되지 못한다면 새로운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

-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당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10년 동안 진보 대표정치인으로 역할해온 분들이 경선에서 패배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 놀라운 일이 우리 당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노항래,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조성주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