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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공항 국제선 도착 입국장
 18일 인천공항 국제선 도착 입국장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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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 평소라면 외국을 오가는 이들의 설렘과 웃음으로 소란스러워야 할 곳이지만 이날 공항에선 생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TV 앞에 모여앉아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증후군) 감염자의 추가 사망 소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몇몇은 스마트폰으로 연신 메르스 관련 뉴스를 찾아봤다. 입국한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메르스 감염 공포가 공항을 뒤덮었다. 메르스 확산 불안감이 커지면서 내외국인 출입국자 수가 줄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1주일간 인천공항 이용 여객 수는 약 77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 명 가량 줄었다.

마침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중국 쓰촨성 정부가 처음으로 한국 여행을 보류하라는 '여행 경보'를 공지하면서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공지를 철회한 상태이지만, 메르스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지 않는다면 세계 각국에서 한국에 대한 여행 자제령이나 경계령 등 더 적극적인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관광객 400명 문의했지만 지금은 100명도 채 안 돼"

메르스 확산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확산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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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과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입국장은 여느 때보다 더 썰렁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몇몇 외국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뒤늦게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기도 했다.

이름표를 든 채 입국장을 가득 채우던 여행사 가이드도 한두 명뿐이었다. A 여행사 가이드 김아무개씨는 "세계간호사대회에 참석하는 핀란드 간호사 6명을 맡았다"면서 "회의에 참석하는 이들 빼고 관광객은 전부 예약을 취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 이번 달 맡은 일이 없다"면서 "주위 가이드들도 다 집에서 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행 가이드 진아무개씨는 "유럽이나 미주권 여행객들이 그나마 조금 남아있고 중국 여행객은 거의 예약을 취소했다"면서 "어제 유럽권에서 온 여행객을 데리고 경복궁을 갔는데 아시아권 여행객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객을 담당하던 식당이나 여행사 몇몇 곳은 곧 문을 닫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르비아에서 여행을 온 아나 만디치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여행이 안전하다고 발표해서 믿고 왔다"면서 "그래도 불안해서 기존에 예약한 홍대, 이태원 관광 일정은 취소하고 당분간 호텔에서 머무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항에서 서울시 관광안내를 하는 직원 박아무개씨는 "하루 중국인 관광객만 300~400명 정도가 문의했는데 지금은 하루 100명도 채 안 된다"면서 "예전과 비교하면 공항에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태국 입국 심사 직원, 한국 사람 보더니 마스크 꺼내"

인천국제공항에 놓인 메르스 관련 안내문.
 인천국제공항에 놓인 메르스 관련 안내문.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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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작구에 사는 김아무개(51·여)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작은딸이 방학을 해서 한국에 들어오기에 마중 나왔다"면서 "하지만 미국에서 결혼한 큰딸은 입국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신 가능성이 있어서 한국행을 만류했다는 것이다.

일주일간 태국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아무개(33)씨는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거의 모든 탑승객이 기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태국 공항에서 입국심사 직원들이 내 여권을 보더니 마스크를 꺼내 쓰더라"며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메르스 감염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참에 휴가를 떠나는 한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자영업자 김아무개씨는 "메르스 때문에 장사가 안 되니 여름 휴가를 앞당겨 다녀올 생각"이라며 "차라리 한국보다 외국이 안전할 것 같아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형 관광도 침체..."외국 손님 하루 6명에서 1명으로 급감"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심사대 모습.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심사대 모습.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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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입국을 꺼리는 외국인이 늘면서 의료 관광 사업도 비상이다. 이날 B성형외과 직원 정아무개씨는 입국장에서 홀로 외국인 이름이 쓰인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정씨는 "원래 오전 시간대에 다른 성형외과도 예약 손님을 픽업하려고 많이 기다리는데 오늘은 나 혼자 온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정씨는 "우리 성형외과가 외국인 손님을 하루 6명 정도 받았는데 지금은 하루 1건도 없다"면서 "신규 예약은 아예 없고, 기존 예약도 다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렌터카 업체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인천공항 내 C렌터카 업체 직원 박아무개씨는 "대부분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하는데 많이 취소됐다"면서 "하루 20건 정도 예약이 있었는데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숨을 쉬었다.

메르스 의심 환자에게만 마스크 지급... 승무원은?

한편 내외국인을 밀폐된 공간에서 접해야 하는 항공기 승무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서 일하는 한 승무원은 "6월 초 중국 상하이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비행을 했는데 승객 200명 가운데 50명이 예약을 취소했다"며 "항공 예약 취소가 지금은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손님이 불안해 하면 항공기 내 공기가 안전하다는 점을 설명하라는 회사 공지도 내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기내 공기는 3분마다 완전히 교체되도록 설계되어 안전하다는 내용"이라면서 "승객들도 불안하지만 서비스하는 우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회사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에게 지급하라고 마스크 40여 개와 손 소독제, 체온계를 지급했다"면서 "승무원에게는 마스크 착용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착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메르스, #인천공항, #중국관광객,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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