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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 탄저균 반입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결의대회.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탄저균을 뿌리고 있는 퍼포먼스.
 6월1일, 탄저균 반입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결의대회.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탄저균을 뿌리고 있는 퍼포먼스.
ⓒ 장명구 기자(뉴스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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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폭풍에 가라앉은 '미군 탄저균 반입'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변변한 항의 한번 못한 중앙 정부와 달리 경기도의회와 시민단체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저균은 치사율이 80~95%에 이르는 무서운 생물학 무기다. 이 균에 노출, 탄저병에 걸리면 대부분이 죽는 것이다. 100kg을 공중에 살포하면 300만 명까지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옮길 때는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 상태여야 한다. 그러나 이 세균을 미군은 살아 있는 채로 지난달 초 오산 공군기지(경기도 평택 신장동)에 들여왔다. 그것도 철통 보안 속에 들여온 것이 아니라 민간물류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일반우편물과 함께 들여왔다.

우리 정부는 이 사실을 몰랐다. 미군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그래도 워낙 위험한 물건이다 보니 살아 있는 채로 들여 올 때는 우리 정부에 알리게 돼 있다. 그런데 미군은 왜 우리 정부에 알리지 않은 것일까? 미군은 '배달 사고다, 죽은 채로 들어온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죽어 있는 상태인 줄 알았기 때문에 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줄 몰랐다는 미군 주장 믿을 수 없어"

6월1일 열린 '미국의 탄저균 반입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 기자회견.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는 대표단을 곤봉과 방패로 막아선 주한미군.
 6월1일 열린 '미국의 탄저균 반입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 기자회견.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는 대표단을 곤봉과 방패로 막아선 주한미군.
ⓒ 장명구 기자(뉴스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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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가장 먼저 항의한 것은 시민단체다. 지난 1일, 한국진보연대 등 65개 시민단체는 '탄저균 반입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평택에 있는 오산미군기지 앞에서 열었다.

이들은 이날 "탄저균 반입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사과 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이들은 항의 서한문을 오산 미군기지에 전달하려 했지만, 주한미군에 막혀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항의서한문을 미군기지 안에 던지는 것으로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오산기지 정문에 레드카드를 붙이기도 했다. 

이송범 경기진보연대(한국진보연대소속) 집행위원장은 17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기자회견 이후 '오산기지 탄저균 반입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선전전을 하는 등 노력했지만 메르스 폭풍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7월 쯤, 메르스가 잠잠해지면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살아 있는 게 배달된 줄 몰랐다는 미군 주장을 믿을 수 없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세균전을 위한 연구 활동 자체, 그것도 우리 국민도 모르게 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SOFA 불평등 조약을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군 전시작전권을 되찾는 게 더 중요하다, 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녹색연합, 변호사 모임 등 5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탄저균 불법 반입 실험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는 주한 미군 사령관 등을 고발하기 위한 국민 고발단을 모집 중이다.

오는 22일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할 예정이다.  또한, 군산 미군기지 우리 땅 찾기 시민모임'은 주한미군이 전북 군산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에서도 탄저균 실험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SOFA 규정과 관계없이 미군은 법을 어겼다"

미국의 탄저균 반입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미국의 탄저균 반입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 장명구 기자(뉴스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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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는 '미군 탄저균 탁송 관련 재발방지 약속 및 사과 촉구 건의안'을 지난 11일 발의했다. 이 건의안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제299회 제1차 정례회에서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건의안이 가결되면 국방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주한미국대사관으로 이송한다.

건의안을 대표발의 한 것은 이재준(새정치민주연합·고양2) 경기도의원이다. 이 의원은 1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은 SOFA 규정만 들이대며 사과도 제대로 안 하는데, 이건 엄연히 주권침해"라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마치 남의 나라 얘기 하듯이, 문제 제기도 제대로 안 해 답답한 마음에 건의안을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경기도에 미군기지 대부분이 있어, 도민 안전을 위해 재발방지를 촉구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건의안을 제출한 배경을 설명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경기도민이 피해 당사자가 되는 만큼, (미군이) 정부뿐 아니라 경기도와도 별도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생화학무기 이동금지는 국제법에 따라 국내법에도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SOFA 규정과 관계없이 미군은 법을 어겼다"며 "우리 정부가 이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이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그때 경기도의회 차원에서 미군부대에 직접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별도로 나득수 경기도의원(새정치민주연합, 부천)은 16일 경기도의회 제 299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미군 탄저균 배송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나 의원은 "주한미군이 살아 있는 탄저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2명이 감염되어 치료받은 사실이 밝혀졌고, 대한민국 정부도 모르게 미군이 오산 미군기지에서 20년 가까이 생화학 무기 연구실을 운영해 온 것도 드러났다"며 "이를 계기로 SOFA 개정에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태그:#탄저균 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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