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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해 온 국민이 혼란에 휩싸였다. 5월 4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60대 남성이 5월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6월 13일 현재 총 확진 환자는 138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14명, 격리자는 4014명이다. 불과 20여 일만에 벌어진 이번 사태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능에 대한 성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확진자가 증상 발현 이후 9일간 병원 3곳을 전전하는 동안 보건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5월 21일에는 같은 병실에서 70대 남성 등 2명이 2차 감염에 노출되었다. 5월 29일에는 26일 중국으로 입국한 메르스 의심 환자(44)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른바 '민폐국'의 오명을 썼다. 6월 1일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다음날에는 보건당국이 방지를 장담했음에도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렇게 메르스 방역과 관리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는데도 정부는 발병 지역 및 병원을 비공개했다. 6월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성서울병원 A의사의 감염과 이동 경로를 공개하며 독자적 방역 대책에 나서자 정부는 급기야 입장을 바꿔 확진자 수와 경로를 공개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의 감염 실태뿐 아니라 A의사의 확진 사실까지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발표했음이 드러나면서 삼성서울병원을 봐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첫 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일선 현장을 방문하지도, 관련 회의를 주재하지도 않았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5일이 지난 6월 3일이 되어서야 민관합동 긴급회의를 주재했고 5일에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극구 기피하면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등 6개에 달하는 관련 본부에 총력을 다 하라는 지시만 내렸다. 일각에서 '초동 대응 미흡→허둥대는 정부→유언비어 엄벌'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세월호 참사와 꼭 닮았다는 비판이 나왔고,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안을 유언비어로 단속하겠다는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메르스는 13일 현재 확진환자수 138명, 사망자 14명이며 삼성서울병원에서만 6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여당에서는 꾸준히 유언비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강조하고 메르스가 진정 국면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신문은 메르스에 대해 무엇을 보도하고 무엇을 보도하지 않았을까 살펴보자. 

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5개 일간지의 보도량은 6월 1일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5개 일간지의 메르스 사태 관련 총 보도량은 64건에 불과했지만 6월 1일부터 12일까지는 1131건으로 보도량이 껑충 뛰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열흘이 지나고 이미 확진자가 15명에 이르러 3차 감염이 우려되던 시기에서야 메르스 사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5월 3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비상체제 돌입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 보도도 3번째 확진자의 아들이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후 확진 판정을 받은 5월 29일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성완종 게이트, 황교안 총리후보자 검증, 공무원 연금개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중대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었음을 감안해도, 치사율이 40%이고 명확한 예방 백신이 없다고 알려진 메르스에 대해 언론이 초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5개 신문사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필두로 하는 보건당국을 한목소리로 강하게 질타했다. '구멍뚫린 방역체계', '부실 대응', '허둥대는 정부, '한심한 보건당국' 등 보건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용어가 쏟아졌다. 스스로 격리를 자청한 의심환자를 무시하고 의심환자 관리에 실패해 출국을 방치하는 등 무능을 드러낸 보건당국에 대한 이런 비판적 보도는 자연스러운 경향이다. 5월 21일부터 6월 12일까지 총 1131건에 달하는 5개 일간지의 메르스 사태 보도는 대부분 보건당국 비판에 집중되었다. 이외에도 환자들의 상태, 확진자 이동 경로, 메르스 예방법 및 증상, 여야의 대응 관련 합의 등이 다뤄졌다. 이런 보도들은 내용상 별다른 차이가 없어 비교가 불필요했다.

대통령 비판한 경향·한겨레, 국민 탓한 조중동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신문사 간의 태도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국가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보와 메르스 2차 진원지로 드러난 삼성서울병원 의혹을 선제적으로 폭로한 박원순 시장의 심야 브리핑이 그 핵심적 사안이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대표로 하는 일선 행정기관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정부'와 '보건당국'을 비판하는 5개 일간지 보도들은 국가 재난 상황의 수장을 그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방역이 실패한 상황에서 전체 상황을 조망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를 내리는 일은 행정부 수반인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이 당연히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 2003년 사스 방역 당시 초기부터 항공기 내 체온 측정과 의심환자 철저 격리 및 관리를 지시한 것은 청와대와 고건 당시 총리였다. 사스 방역과 현재의 메르스 방역은 그러한 청와대의 대응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 보름이 지나서야 민관합동 긴급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소극적 행보가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청와대와 대통령 비판에 가장 앞장선 것은 경향신문이다. 경향신문은 6월 1일 <청와대, 국회법 개정엔 "위헌" 메르스엔 "…">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총 26건을 청와대·대통령 비판에 할애하여 전체 보도 대비 10%의 비율을 나타났다. 한겨레가 8.7%로 뒤를 이었다. 조중동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았고 중앙일보가 그나마 7%로 근접했으나 조선일보와 함께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해 방미를 미룬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여 진의를 의심케 했다. 반면 격리 지시를 어기거나 병원 규칙을 어기는 등 국민들의 후진적 시민의식이 큰 문제라는 보도는 조중동이 경향·한겨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선일보의 경우 국민 개인의 시민의식을 탓하는 보도 비율이 4.7%로 청와대·대통령 비판 보도의 4.3%보다 높았다. 한편 유언비어 유포를 엄단하겠다는 정부와 경찰의 방침은 메르스 공포를 강압적으로 덮으려 한다는 여론에 직면했는데 조중동은 이에 대해서 침묵했다. 이러한 조중동의 태도는 현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 5개 일간지 주요이슈별 보도 비교
 ‘메르스 사태’ 5개 일간지 주요이슈별 보도 비교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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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비판한 동아·조선, 삼성서울병원 의혹에 침묵한 조중동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6월 4일 35번째 확진자인 삼성서울병원의 한 의사(38)가 확진 전 1565명의 시민과 접촉한 사실을 알리고 서울시 방역을 몸소 지휘하기로 선언한 박원순 시장을 비판 했다. 박원순 시장은 보건복지부와 정보 공유 여부나 감염의사 행적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으나 7일 결국 정부와 공동 대응을 합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의 감염 실태를 뒤늦게 공개해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박원순 시장이 시민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방역을 직접 지휘한 것은 늑장과 비밀주의로 일관한 정부와 확연히 대비되는 수훈이었다. 이는 경향·중앙·한겨레가 인정한 바이다.

7일 정부의 병원 명단 공개도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유독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고 서울시의 조치를 트집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메르스의 2차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부의 봐주기 의혹의 경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침묵했고 조선일보가 2건을 보도했지만 사실상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각각 7건, 4건씩 보도한 경향·한겨레와 대비된다.

조선, 보건당국 입장 따라 섣불리 전염률 낮은 질병으로 보도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3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던 6월 1일, 유독 조선일보만이 3차 감염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애초에 메르스는 사스보다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률은 낮은 질병으로 알려졌고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2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사례를 보면 대부분 가족 내 감염이나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한정돼 있고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크지 않다"며 더 이상의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하지만 5월 31일에 이르러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나자 6월 1일, 조선일보를 제외한 4개사의 메르스 관련 보도는 3차 감염 가능성에 집중되었다.

4개사의 주요 보도 제목을 보면 모두 3차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향신문 <최초 환자 병실 1곳만 주목 '오판'…3차 감염 이번주가 고비>(3면 최희진 기자), 동아일보 <"3차 감염 우려… 대유행은 없을듯">(4면, 민병선 기자), 중앙일보<메르스 3차 감염 이번주 고비…12명 걸린 병원은 휴원>(3면, 이에스더 기자), 한겨레<'메르스 오판' 화 키운 정부…'3차 감염' 배제 못해>(1면, 김양중 의학전문기자)가 그런 예이다.

△ <조선일보> 6월 1일 메르스 3차 감염 관련 보도 갈무리
 △ <조선일보> 6월 1일 메르스 3차 감염 관련 보도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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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6월 1일 메르스 3차 감염 관련 보도 갈무리
 △ <한겨레> 6월 1일 메르스 3차 감염 관련 보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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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독 조선일보만이 <메르스, 전세계적으로 3차 감염 통한 대규모 발병 사례는 없어>(2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라는 제목으로 3차 감염 가능성을 일축했다. 보도 내용에서도 "2차 감염 지나면 바이러스 독성 낮아져"라는 소제목과 함께 "3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메르스 바이러스의 3차 전염력은 약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서울대 오명돈 감염내과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는 꾸준히 3차 감염의 가능성을 낮게 보았던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4개사의 보도 역시 해외에서 3차 감염 사례가 없다는 사실은 전달했지만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나 허술한 방역 체계를 이유로 3차 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중심적인 내용이었다.

첫 사망자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정부의 입장대로 3차 감염 가능성을 일축했던 조선일보의 태도는 사실상 메르스 위험성에 대한 축소보도나 다름없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바로 다음날 사실로서 반박됐다. 6월 2일 2명의 3차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3차 감염은 보건당국의 허술한 환자 파악과 격리대상자 관리 때문이었고 5개 신문사는 일제히 보건당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3차 감염 가능성을 일축했던 조선일보도 언제 그랬냐는 듯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경향, 이번 사태에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연이어 강한 비판

여전히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5월 20일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메르스 민관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 청와대 메르스 방지 긴급 대책반 등 관련 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명확한 지휘부 없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라고 지목한 총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로서 총리 대행일 뿐이고 그나마도 6월 2일 긴급관계장관 회의에서 유언비어 유포 엄단 조치를 강조한 후 곧바로 3일 간 프랑스로 출장을 갔다왔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첫 확진자 발생을 6일이 지나서야 대면보고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대통령은 한사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가장 먼저 비판하고 꾸준히 많은 보도량으로 지적해온 것은 경향신문이다. <청와대, 국회법 개정엔 "위헌" 메르스엔 "…">(6/1, 4면, 이용욱 기자)는 5개 일간지 중 처음으로 청와대를 직접 비판한 보도로서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국민 불안이 커져가는 메르스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6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했을 때는 <메르스 15일 지나서야…첫 회의 연 대통령>(6/4, 1면, 김진우·최희진·조미덥 기자)에서 "'메르스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뒷북 조치'인 셈"이라고 비꼬았다. 6월 10일에도 <사설/'메르스 컨트롤타워' 부재와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컨트롤타워 논란의 발원지는 대통령과 청와대"라고 분명하게 꼬집었다.

유언비어 엄단만 강조하는 정부 지적한 경향, 모르쇠였던 동아, 중앙

경향신문은 이렇게 대통령이 재난 사태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유언비어 유포를 엄단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정부 방침에도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메르스 통제 가능하다더니…정부 '유언비어 통제'에만 열 올려>(6/1, 2면, 최인진·박용하·송현숙 기자)를 시작으로 총 5건의 비판 보도를 낸 것이다. <유언비어를 두려워하는 나라>(6/6, 16면, 박은하 기자)는 기획기사로서 "대형 이슈 때마다 '엄단' 외치는 정부"를 지적하고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강조했다. "유언비어보다 유언비어 통제가 더 짜증난다"는 한 시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관련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 관련 기사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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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는 정부의 유언비어 유포 엄단 조치에 대한 비판을 찾아볼 수 없었고 조선일보가 1건의 칼럼으로 실었다. 조선일보 6월 11일 칼럼<메르스 괴담 엄벌한다고?>(강경희 경제부장)는 "메르스의 숙주는 낙타였지만 메르스 괴담의 숙주는 느리고 못 믿을 우리 정부였다"며 신랄하게 정부 태도를 묘사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6월 5일 독자 투고란에 <메르스 괴담,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막아야>(6/5, 29면)라는 독자 글을 실었는데 여기에는 "사법당국은 유언비어가 확산되기 전에 신속히 진원지를 밝혀내 상응한 처벌을 받게 함으로써 더 이상 유언비어가 번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노골적인 정부 옹호 의지가 드러나 있다. 독자의 입을 빌려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을 편든 셈인데 6일만에 정반대 입장의 칼럼을 실었으니 조선일보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나라가 못 잡은 메르스를 무지한 국민 탓으로 돌리는 조중동

컨트롤타워로서의 책무를 기피하는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는 조중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향·한겨레에 비해 보도량이 눈에 띄게 적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보도량이 적다는 사실이 무조건 언론사의 잘못일 수는 없다. 문제는 메르스 관련 전체 보도 비율에서 대통령 비판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시민 책임론' 보도들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대통령 비판 7.4%, 국민 개인을 탓하는 보도 4.3%로 차이를 보였으나 5월 30일 5개사 중 처음으로 환자와 의료진 처벌에 관한 정부입장을 다뤄 '시민책임론' 보도의 포문을 열었다. 중앙일보 <감염환자가 행적 숨기면 벌금 200만원 의심 신고 안 한 의료진도 똑같은 처벌>(5/30, 3면, 이에스더 기자)는 "환자가 자신의 행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숨기면 방역망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더니 "접촉자가 환자가 역학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의료인이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법적인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는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6월 4일 <사설/격리 거부하고 골프장 가는 시민으론 메르스 못 이긴다>는 정부의 무능을 언급하면서도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지 못한 낮은 시민의식도 한몫"했다며 사태의 책임을 일부 시민에게 돌렸다. 이런 태도는 조선일보에서 더 두드러진다. 조선일보는 13건으로 이 부문에서 최다 보도량을 기록했다. 조선일보 <사설/메르스 '국제 민폐'가 된 한국인들의 무책임 행태>(6/3)는 의심환자인 한국인들이 홍콩 당국의 격리를 거부하다 붙들려 갔다면서 "전염병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앞에 두고서도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개인들의 책임도 가벼울 수 없다"고 그들을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의 수준이 낮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 손으로 입도 가리지 않은 채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우리 시민의식이 높아질 수 없다면 홍콩처럼 전염병 의심자를 강제 격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신고 누락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정도로 뭐…" 기본 무시하는 환자들>(6/4, 8면, 오로라·주희연·최은경)도 호흡기 질병에 걸렸는데도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하는 환자들, 규칙을 어기는 보호자와 면회객들, 외부음식 반입하는 보호자들 등 국민 탓에 열을 올린다. "여전히 멋대로 행동하는 환자와 보호자 때문에 보건 당국과 병원에 비상이 걸렸다"며 마치 보건 당국의 무능이 국민들 탓인 양 묘사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 관련 보도 갈무리
 <조선일보> 관련 보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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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도 빼놓을 수 없다. <칼럼/'메르스'를 '케르스'로 바꾼 대한민국>(6/4, 심규선 대기자)는 "격리장소를 몰래 빠져나와 골프장으로, 고향으로 달려간 것은 부끄럽고 충격적"이라고 하더니 다시 "그들만을 비난하기에는 왠지 뒤통수가 따갑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곧바로 '시민정신 함양'과 '세계시민 육성' 등 교육계의 최근 흐름을 강조하면서 결국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문제임을 암시했다.

물론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사태에서 국민 개개인의 위생 관리와 보건당국에 대한 협조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민 개인의 행위는 국가가 방역과 의료 체계에 그 책임을 다했을 때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격리대상자의 무단 외출은 개인의 잘못이지만 격리대상자 관리는 국가의 책임이고 방역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은 시민 개인의 개방된 재채기가 아니라 정부의 무능이다.

보건당국과 청와대를 비판했던 조중동이 이런 기사들을 쏟아낸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관련 기사를 각각 1건, 2건 실었지만 건전한 시민의식을 권고하는 수준이었다. 경향신문 <"시민협조 없인 메르스 차단 어렵다">(6/6, 5면, 김지원·김상범 기자)는 격리대상자의 무단 이탈이나 몇몇 시민의 거짓 신고를 지적하면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라는 지적을 함께 전했다.

한겨레는 오히려 조중동의 '시민 책임론'을 비판했다. <칼럼/'정부 무능' 대신 '국민 과잉대응' 비판하는 여권>(6/11, 4면, 곽병찬 대기자)는 "시민 책임론을 거론하기 시작"한 신문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바이러스"라고 성토했다. <자가격리 지시 어겼다는 순창할머니 알고보니 방역당국이 통보도 안해줘>(6/8, 5면, 박임근 기자)는 애초 자가격리 지시에 따르지 않고 순창으로 내려갔다고 알려졌던 환자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자가격리 통보조차 받지 못한 사실을 알려 몇몇 환자들의 행위가 허술한 방역체계에서 비롯됨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 무능에 독자 조치 나선 박원순 시장 비판한 동아·조선

박원순 서울시장(이하 박 시장)은 6월 4일 밤 긴급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확진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A의사(38, 남)가 5월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을 보인 후 30일 1565명이 참가한 재개발조합 총회에 참석하여 대규모 감염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A의사의 동선과 재개발조합 총회 참석자 명단을 공유하지 않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구하고 자택격리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는 이후 대책본부장을 시장으로 격상하고 일대일 격리자 관리 등 독자적인 방역 대책에 나섰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계속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고 A의사로 인한 대규모 감염은 가능성이 낮다고 단언했다. 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6월 7일, 정부는 여론에 못 이겨 병원 명단을 모두 공개했고 지자체와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감염 가능성이 낮다던 삼성서울병원에서는 13일 현재까지 63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현재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실상 박 시장의 선제적 대응이 정부 태도를 바꾸고 총체적으로 부실한 삼성서울병원의 실태를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정부의 오판이 드러난 7일 이전에는 박 시장을 비판하더니 7일 이후에는 트집을 잡는 보도를 내놨다.

동아일보 <사설/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정치' 경솔했다>(6/6)는 "야권의 대선주자인 박 시장이 인기에 집착해 불필요한 혼선과 공포감을 심어주는 처신"을 했다며 박 시장을 몰아붙였다. 이 사설은 박 시장이 보건복지부가 A의사의 대규모 인원 접촉을 숨긴 것처럼 비난했다고도 했는데 보건복지부는 A의사의 확진 사실마저 이틀이나 지나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6월 7일 정부가 박 시장을 포함한 지자체와의 공조를 발표하고 병원 명단을 공개하자 이러한 원색적인 박 시장 비판은 사라졌지만 억지에 가까운 트집이 이어졌다.

<사설/최경환 박원순부터 '메르스 식당' 찾아 소비 진작시키라>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내수가 침체되었다면서 갑자기 박 시장에 대해 "한밤중에 TV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을 불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가든파이브 식당에 찾아가 외식도 하고 소비도 함으로써 시민을 안심시키는 방법"도 있다며 뜬금없는 논리를 전개했다.

조선일보도 <市공무원이 1對1 관리? 격리자들 들은 바 없어>에서 "강남구청에서 전화가 와 '밖에 돌아다니면 벌금 300만원'이라고 겁만 줬지, 누가 나를 일대일로 관리하는지는 통보받지 못했다"는 격리 대상자 차모(54)씨의 인터뷰로 박 시장의 격리대상자 일대일 관리 계획을 에둘러 비꼬았다. 메르스 사태 20일이 지나도록 컨트롤타워도 자청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던 조선일보가 발표된 지 고작 5일이 지난 서울시의 조치에는 득달같은 검증 의욕을 보인 것이다.

책임 회피하는 삼성서울병원 의혹에 입 다문 조중동

박 시장의 긴급 브리핑 직후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의 2차 진원지로 부상했다. 6월 11일에는 외래 환자 감염이 확인되었고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간 확진자들이 경유한 충북 옥천성모병원, 대전 을지대학교 병원, 서울 양천 메디힐병원, 경남 창원 SK병원에서 3차 유행이 번질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번질 때까지 정부는 사실상 삼성서울병원을 방치했으며 감염자 수와 이동경로 등 자세한 방역실태를 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11일 국회 메르스특별대책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우리 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발언까지 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만 안일한 자세를 취하는 정부에 대해 질타가 쏟아졌고 삼성서울병원 폐쇄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정부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7건, 4건씩의 보도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 측 격리대상자 통계를 숨겨온 사실 △35번 확진자인 A의사의 확진을 이틀이 지나 발표한 사실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인데도 휴원 조치를 하지 않는 사실을 들어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복지부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삼성서울병원은 893명 보고했는데 정부는 134명이라고 서울시에 통보>(6/9, 4면, 임인택·김양중 기자)에서 5월 31일 삼성서울병원은 893명을 격리대상자로 보고했으나 여기에는 A의사는 물론 57번 확진자도 빠져있었고 "이러한 병원 쪽 명단마저 정부는 역학조사를 근거로 134명짜리 명단으로 축소해 서울시에 지난 1일 통보했다"고 구체적인 사실을 알렸다.

경향신문 <"삼성병원은 숨기고, 정부는 감싸고…">(6/12, 3면, 최희진 기자)는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29일 자진 휴원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정상영업 중이다"라며 일찌감치 평택성모병원의 감염 수준을 뛰어넘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보건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더불어 삼성서울병원이 최초 환자에게 노출되어 격리가 필요한 인원을 478명이라고 보고했지만 "정부가 밝힌 첫 격리 관찰자 수는 64명이었다"며 최초 확진자와 관련된 보건복지부의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는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의 심각한 감염 실태를 은폐하려 한 정황을 드러낸 것이다.

<경향신문> 관련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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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 시장 비판에 열을 올리던 동아일보는 정부의 삼성서울병원 봐주기 의혹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중앙일보도 침묵하기는 마찬가지였고 조선일보는 정부 입장에 편향된 2건의 보도를 냈다. 동아일보는 오히려 <사설/"국가가 뚫렸다"는 삼성병원이나, "병원 폐쇄하라"는 野나>(6/12)에서 삼성서울병원 폐쇠를 주장한 정진후 정의당 의원을 향해 "황당한 주장"이라고 쏘아붙였다. 55명의 확진자는 물론 만삭의 임산부 감염자까지 낳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을 묻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정략적 계산으로 메르스 사태를 이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삼성서울병원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중앙일보도 <메르스 방역 실패는 병원 책임 아니다>(6/12)라는 칼럼으로 미진한 감염병 관리 국가 투자를 지적하고 공공 전담 병원 신설을 촉구하는 등 정부 책임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의 경우 2건으로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틀~나흘…느려터진 질병관리본부 확진 발표>(6/8, 3면, 김동섭 기자)는 A의사 확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이유가 질병관리본부의 느린 검진 과정 때문이라는 보도로서 사실상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사설/'메르스 2차 유행' 부른 삼성서울병원의 허술한 대응>(6/8)은 격리대상자 수 은폐 사실은 생략한 채 "보건 당국이 메르스 관련 병원 이름 전면 공개를 늦춘 것이 '삼성서울병원 집단 감염'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 조중동이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대응과 각종 의혹에는 침묵하면서 정부 책임만 강조하는 모양새는 삼성서울병원이 최상위 권력자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가중시킬 뿐이다.

메르스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6월 9일 진정세를 보였던 삼성서울병원의 2차 유행은 6월 10일 다시 번져 총 63명의 확진자를 낳았고 4차 감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첫 확진 환자가 나온지 불과 20여 일 만에 한국은 메르스 환자 수 세계 2위에 올랐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는 벌써 진정 국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0일 국회 최고위원 중진 연석 회의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 추세로 가면 확실히 진정 국면 진입"한다고 했고 11일에도 "다음주부터는 일상생활로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에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한민국 사람은 겁이 많은 것 같다"며 메르스에 '신종변형감기'라는 새 이름을 지어 국민의 공포감을 지우자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했다.

<동아일보> 6/12 1면 톱보도
 <동아일보> 6/12 1면 톱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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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12 1면 톱보도
 <조선일보> 6/12 1면 톱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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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장구치듯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12일 1면 톱보도를 각각 <메르스와의 전쟁, 심리전부터 이기자>와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라는 제목으로 채웠다. 동아일보 톱보도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강조하고 중앙일보의 톱보도는 간호사의 미담을 전하고 있다. 타사들이 모두 삼성서울병원 발 4차 감염 우려를 톱보도로 내세운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조선일보도 그간의 보도에서 동아·중앙과 마찬가지로 현실을 왜곡했다. 조중동은 보건당국의 실책을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을 언급하기에는 소극적이었고 국민 개인의 시민의식을 탓했으며 메르스 확산의 기점이 된 삼성서울병원의 보건복지부 유착 의혹에 침묵했다.

하지만 모든 객관적 수치와 사실들은 여당의 주장과 조중동의 보도를 반박하고 있다. 첫 환자 발생 후 25일만에 감염자는 138명으로 폭증했고 보건복지부가 은폐하려 했던 삼성서울병원의 확진자 수만 63명이다. 이런 상황을 진정 국면으로 보는 여당이나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하는 조중동으로 인해 국민들의 걱정과 공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질병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피해에 책임을 지는 당사자는 국가고 그런 국가의 작동을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다. 조중동은 그 의무를 방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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