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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왼쪽)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가단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동단장인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
 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왼쪽)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가단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동단장인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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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폐렴을 동반한 중증 질환을 예상했는데 대부분 '메르스 감기' 정도였다. 국가 재난으로 보기엔 다른 재난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

메르스 전문가들과 국내 언론의 시각차는 컸다. 특히 한국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적절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호의적 평가에 기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한국-WHO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합동평가단은 13일 오전 세종시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과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를 공동단장을 하는 합동평가단은 지난 9일부터 삼성서울병원 등을 찾아 국내 메르스가 어떻게 전파됐고 정부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했다.

WHO "한국 정부 대응 높은 수준"... 기자들 "과학적 근거 있나?"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전 세계 어느 국가라도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때 어려움을 겪는 걸 감안할 때 한국 정부의 대응은 높은 수준"이라면서 "질병 통제 조치가 잘 마련돼 있고 빠른 속도로 강화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측 단장인 이종구 교수도 "비록 초기 대응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환자 증가세가 꺾여 방역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메르스 완전 종료를 선언하기엔 이르고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봤다.

이에 국내 기자들이 발끈했다. SBS 기자는 이날 "정부의 조치가 아주 적절했다고 했는데 대부분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격리나 추적이 안 된 환자가 계속 나오는데 한국 정부의 조치가 완벽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이에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일단 신규 확진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어 정부의 통제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통제조치가 효과를 발휘한다고)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또 초기 병원 명단 공개를 미룬 한국 정부 초동 대처가 투명한 정보 공개를 규정한 WHO 규정에 어긋난다는 KBS '추적 60분' 프로듀서 질문에,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초동 대응이 이루어진 뒤 대응 수위가 점점 강력해졌고 지금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투명한 정보 공개도 중요하지만 질병 발생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 완전한 정보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세계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다만 이종구 교수는 "위기 상황에선 신속한 정보 공개가 중요한데 이 부분이 안 된 게 (초동 대응) 실패 원인"이라면서 "위험 관리에 필요한 거버넌스도 제대로 확립이 안 됐고 질병이 어느 정도 규모로 번질지 몰라 지방자치단체 자원 동원을 예측하지 못해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공기 감염 증거 없어... 학교 수업 재개해야"

또 평가단은 공기를 통한 감염이나 지역사회 전파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학교 휴업 역시 지나친 조치라고 거듭 밝혔다. 이미 WHO 평가단은 지난 10일 학교 수업 재개를 고려하라고 권고했다(관련기사: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수업재개 고려' 권고).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현 시점에서 한국 메르스는 의료 시설에서 전파되고 있고 학교에서 바이러스 감염은 중요하거나 특징적이지 않다"라면서 "수업을 계속 중단하면 학교에 대해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우려와 두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 재개를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기 감염 우려에 대해 이종구 교수는 "과거 사스에서도 에어로졸(액체 방울)을 통한 감염은 환자 삽관이나 산소 치료 등 특별한 경우에 발생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직 에어로졸로 전파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지역사회 전파도 안 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오히려 "당초 메르스 증세들이 폐렴을 동반한 중증질환(국가 재난 수준 질병으로)일 것이라 판단했는데 실제 보니까 많은 부분 '메르스 감기'라고 할 정도였다"면서 "병원 중심으로 진행되는 전파성, 접촉성 질환은 지역 단위에서 관리할 수 있는데 재난으로 관리하다보니 불필요한 오해와 과도한 공포가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WHO는 환자가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의료 쇼핑' 관행과 병문안 문화, 환자가 밀집돼 있는 병원 응급실, 입원실 구조 등이 한국에서 메르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환자 접촉자와 감염 의심자를 모두 격리하고 감시하는 한편, 이들의 국내외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메르스,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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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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