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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병원 보안요원이 메르스 확진환자로 판명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서관 입구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9일 병원 보안요원이 메르스 확진환자로 판명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서관 입구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이 들어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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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택시 산하 보건소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입니다. 365열린의원이나, 굿모닝병원, 평택성모병원 등은 이 지역의 거점병원입니다. 평택에서 지내시는 분들 중에는 직간접적으로 확진자나 격리자와 접촉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보건소를 방문한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메르스에 걸릴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확진이 나올 경우 가족이나 직장생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해 의원이나 확진자와 접촉한 과거력을 밝히기 주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건소에서도 이 정도로 망설이니, 일반 병원에서도 과거력을 속일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희생자에 대한 '배려의 시선'이 필요한 때

최근 라디오나 TV를 보면, 중동여행력 혹은 확진자가 나온 병원 등에 다녀온 것을 숨긴 채 병원을 전전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집니다. 자가격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많습니다.

이들을 지금 사태의 '악의 축'으로 몰아 비판의 강도를 높여 간다면, 희생자들은 더욱 사실을 숨기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들 또한 이번 사태의 '희생자'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장본인입니다.

또한 그들은 사회적 약자이며, 힘없는 개인입니다. 언론과 정부가 그들을 죄인시하는 기조를 더욱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홍콩에서는 격리자들이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휴양 리조트를 격리장소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메르스의 경우, 무증상에서 중증 폐렴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환자나 증상이 없는 환자의 경우 좀 더 편안한 시설에서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편안한 격리 시설이 있고, 직장 등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감염 희생자에 대한 배려의 분위기가 생긴다면, 감염 의심자들도 지금처럼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격리자들은 병원의 격리병실에서 외롭게 지내며 나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수한 격리시설을 급히 확충하기가 어려울지라도, 이들이 사회에 무리 없이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감염원이라는 비난의 시각이 희생자에 대한 배려의 시선으로 바뀌도록 언론 및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추가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일반인들은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병원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손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정보의 기원이 중구난방이라 어느 쪽을 신뢰해야 할지, 의료인인 저희조차도 알기 어렵습니다.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국영방송이나 대형언론매체 등에서 충분히 다루어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하루빨리 메르스 논란이 종식되기를 기원합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메르스, #환자, #죄인, #악의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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