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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가한 외국 언론인들이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메르스 전문가 토론회에서 줄 서 질문하고 있다.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가한 외국 언론인들이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메르스 전문가 토론회에서 줄 서 질문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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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감염 97%? 일반인은 마스크 벗어도 괜찮다는 건가?"
"(메르스 증상 있는 사람만 쓰라고 하면) 마스크 쓰면 다 증상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나."

미국 <사이언스 매거진> 기자 질문에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순간 당황했다. 지역 사회 감염 가능성이 없다면서 일반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건 '모순'이라며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병원 내 감염 97%"... "지역사회 감염 없는데 마스크 왜 쓰나?"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가한 외국 언론인들은 한국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전 7시 30분 긴급히 마련된 메르스 전문가 토론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몰렸다.

이들은 한국의 메르스 확산 현황을 발표한 김성한 교수와 홍기종 파스퇴르연구소 박사를 상대로 1시간 넘게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메르스의 경우 병원 내 감염이 97%에 이르고, 가정이나 지역사회 감염이 거의 없는데도 학교 휴업 등 사회적 불안이 확산되는 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앞서 <사이언스 매거진> 마틴 기자는 "거의 모든 사례가 병원 내 감염이고 지역 사회나 가정 내 감염이 없다면 괜히 휴교해서 지역사회 걱정만 키우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메르스 전문가 토론회에서 국내 메르스 확산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 메르스 전문가 토론회에서 국내 메르스 확산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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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성한 교수는 "지금까지 기록으로는 지하철 등 지역 사회 감염은 어려워 보이고 (메르스 환자가) 아주 증상이 심해져야 전염이 이뤄지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반인의 경우 (메르스)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염 차단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걸 추천한다"면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은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간접 전달했다. 다만 "그러면(증상 있는 사람만 쓰게 하면) 마스크 쓰면 다 증상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않나"라면서 "(의료인이) 증상 있는 사람과 접촉할 때 마스크를 쓰면 보호 효과가 있다는 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 감염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전염력은 떨어지지만 감염 1주일 정도 지나 환자가 위중한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한 경우 전염력이 굉장히 높은 걸로 보인다"면서 "증상이 심한 사람이 걸어 다니기 쉽지 않고 증상 생기고 얼마 되지 않아 격리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잘 감염되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기를 통한 메르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외국 기자들 관심이 높았다. 호주 <코스모스 매거진> 기자는 "(기침을 통해 감염이 이뤄지는 범위인) 2m가 넘는 복도 건너편까지 어떻게 감염될 수 있었나"라면서 공기 감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김 교수는 "사스는 주위 환경을 오염시켜 공통된 공간을 접촉하면 감염되는 사례가 있지만 메르스는 아직 그런 보고가 없다"면서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에어컨 필터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돼 에어로졸(액체 방울)이 공기 흐름을 타고 좀 더 먼 거리까지 갔을 수도 있지만 다른 병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종 박사도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직접 접촉했거나 매개체, 간호사나 친구 등 누군가를 통해 옮겨갔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메르스 치사율 최대 40%? 한국은 이보다 낮을 것"

메르스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국내 치사율은 이보다 낮을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성한 교수는 "전체 통계는 30~40% 정도 사망하는데 기저질환(이미 앓고 있는 병)이 없는 의료진 100명만 따로 분석한 결과 5% 정도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우리나라는 메르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 증상이 약한 사람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 중동보다는 사망률이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박사는 "삼성서울병원 때문에 한 번쯤 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수그러들고 있다"면서 "지금부터는 꾸준한 증가세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일반적인 바이러스처럼) 적어도 1~2주 내에 신규 환자와 사망자가 0에 가깝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정부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사이언스 매거진> 데니스 마일드 기자는 첫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보건당국에 신고했는데도 무시했다는 언론 보도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김성한 교수는 "첫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 갔을 때 추적 조사를 해서 중동에 다녀온 걸 확인하고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다"면서 "처음에 리스트에 없는 바레인에 다녀왔다고 해서 조금 지연됐지만 곧 바레인 이외 다른 지역을 여행한 것도 확인돼 검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홍기종 박사는 "질병관리본부의 정보 공개가 늦고 부적절한 게 맞다"면서 "보통 신속하고 정확하고 균형 갖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홍 박사는 "전염병은 다음에 어떤 위협이 올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처럼 미리미리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국 의료시스템과 대응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메르스, #세계과학기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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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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