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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화상경마장 재개장 2주째. 여전히 실랑이가 벌어지고 욕설이 난무한다.
 학교 앞 화상경마장 재개장 2주째. 여전히 실랑이가 벌어지고 욕설이 난무한다.
ⓒ 용산화상경마장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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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10일 오후 5시 51분]

"도박중독이 메르스보다 무섭네, 제발 돌아가 주세요."
"내 돈 내고 하는데 뭔 상관이냐?"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지난주 기습적으로 재개장을 선언한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은 주말에도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학교 앞 화상경마장을 저지하려는 학부모와 교사, 지역 주민들과 경마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경마객들, 마사회 직원들의 실랑이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실랑이의 주된 이유는 마사회 측에서 법을 어기거나 편법으로 경마객들을 매장에 입장시키고 있다는 주민들 항의 때문이다.

#1. 화상경마장 건물에서 예배를 한다

합법적으로 집회신고를 한 교사와 시민들, 학생들은 경마장 입구에서 피켓과 깃발을 들고 "마사회는 해체하라!" 등 구호를 외치거나 "여기는 학교 앞입니다, 제발 돌아가주세요"라며 경마객들에게 호소를 했다.

이런 탓인지 경마객들은 거의 입장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11시를 전후하여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마장 건물에 예배를 보러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경마장 건물에서 무슨 예배냐?"며 주민들이 황당해 하는데, D교회가 이 건물의 일부를 예배장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밖으로 알려졌다.

경마장 건물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남의 D교회 관계자는 "절대 우리 교회가 그럴 리 없다"며 부인했고, 곧 그 교회 목사가 직접 현장에 나타나서 경마장 건물에 들어갔다. 확인 결과 예배 보는 사람들이 18층에 있었으며, 강남 D교회가 아닌 K.D 교회라고 했다.

그 목사는 자기 교회가 아님을 확인했지만 "이런 도박장 건물에서 예배를 하는 것이 황당하고, 화상경마장 건물을 반대한다"면서 반대 주민들에게 미안해 했다. 주민들은 "하다하다 안 되니 일요일 예배당으로 건물을 빌려주고 이를 빙자해 경마객들을 입장시키냐?"고 마사회에 분통을 터트렸다. 경마장 입장이 아니라 예배를 핑계로 주민들과 분란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2. 청소년이 화상경마장 건물에 입장해도 막을 수 없다?

화상경마장 건물 입구 외벽에 "19세 미만 출입 금지업소"라고 안내판을 자기들 손으로 붙여놓고도 청소년을 입장시켜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은 "경마(베팅)를 못하게 되어 있지 입장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황당한 논리를 펼쳤다.
 화상경마장 건물 입구 외벽에 "19세 미만 출입 금지업소"라고 안내판을 자기들 손으로 붙여놓고도 청소년을 입장시켜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은 "경마(베팅)를 못하게 되어 있지 입장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황당한 논리를 펼쳤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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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0대로 보이는 청소년이 화상경마장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청소년 입장 불가'라고 막고 나서자 마사회 직원들이 데려가듯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건물 입구에는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지 업소"라는 안내가 붙어있고, 바로 아래에는 범죄 예방 및 시설 안전을 위하여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설명까지 붙어있었다.

반대 주민들이 '어떻게 청소년이 도박장에 들어가냐?'고 강하게 항의하자 경찰은 "청소년은 경마(배팅)를 못하게 되어있지 (경마장) 출입은 할 수 있다" 또는 "부모님하고 같이 온 것이면 괜찮다"고 답했다. 그런 논리라면 "청소년이 술만 안 마시면 술집에 들어가도 되는 것이냐?"고 분개했지만 경찰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여학생이 보호자 없이 혼자 들어갔고, 마사회가 붙인 안내판에는 분명히 청소년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건물 안에 CCTV가 있고, 아마 경마장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만 했다.

이에 대해 화상경마장측은 "용산서 소속 경찰이 전층을 확인하여 보호자 동행 하에 입장한 사실을 확인하였다"며 "보호자 동행하에 경마와 무관한 목적으로 건물출입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3. '호객행위' 논란

마사회 유니폼을 입거나 어깨띠를 두른 직원들이 무전기나 전화기를 들고 다니면서 경마객들을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떤 때에는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아예 손을 잡고 데리고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주변 청소나 주차 정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트타임 직원들이 빗자루를 든 채로 경마객을 안내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어 비난을 샀다.

이런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호객행위는 불법이다, 마사회는 왜 금지된 호객행위 하느냐? 마사회 직원이 삐끼냐?"는 항의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반대 주민들은 "사행산업의  불법 호객 행위는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으면 사회 문제가 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화상경마장측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시는 분들이 출입구를 막아서고 고객이 입장하지 못하도록 고객들과 실랑이를 벌여, 고객들을 다른 입구로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4. 반바지에 슬리퍼... 마사회 스스로 만든 규칙도 안 지켜

화상경마장에 반바지, 민소매, 슬리퍼 등의 복장은 출입을 제한한다고 마사회 스스로 정해서 공지하고도 이런 복장을 한 경마객들을 그냥 들여보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마사회 장난 하냐?"고...
 화상경마장에 반바지, 민소매, 슬리퍼 등의 복장은 출입을 제한한다고 마사회 스스로 정해서 공지하고도 이런 복장을 한 경마객들을 그냥 들여보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마사회 장난 하냐?"고...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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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 불량은 안 들여보낸다며?", "저기 반바지 입은 아저씨는 왜 들어가냐?", "저기 슬리퍼는 왜 통제 안 하냐?" 여기저기서 또 고성이 오간다.

그러나 마사회 직원들은 그냥 웃을 뿐이다. 건물 입구에는 마사회 명의로 추리닝, 민소매, 슬리퍼, 반바지(7부 포함) 등의 복장은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 현수막이 서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지켜보았지만 이런 복장을 이유로 출입이 제한되는 경마객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지키지도 않을 규칙을 왜 만들었냐, 마사회는 장난하냐?"는 주민들의 항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사회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와서 이런 복장의 경마객들을 안내해서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되기도 했다.

#5. 술 냄새 진동, 심지어 술병 들고도 입장 가능

가장 분노를 산 부분이 술 취한 경마객들의 출입 문제였다. 성심여중고 등 인근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경마장이 들어서면 주변에 유흥가가 들어설 것이며, 나아가 취객 등으로 인하여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 받고, 교육 환경이 망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학부모와 교사들의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대낮인데도 술 냄새를 풍기는 경마객들의 출입이 목격되었고, 심지어 술병을 손에 든 취객이 입장하는 것도 마사회 직원들과 경찰은 막지 않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경마장이 들어섰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교사와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취객의 출입을 금지하고 안전 도우미를 배치하여 이런 행위를 막겠다는 마사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경마도박장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마사회를 어떻게 믿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화상경마장측은 "이날 술병을 들고 입장한 고객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6. 경마일 주차 금지, 지키지도 않을 약속은 왜 하나?

정문으로 들어가기가 민망했던지 많은 이들이 지하주차장을 통해서 경마장에 입장했다. 특히, 경마일 차량 주차는 불가하다고 스스로 정해서 현수막까지 붙여놓았는데, 차량 입장을 막기는 커녕 마사회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어 항의를 받았다.
 정문으로 들어가기가 민망했던지 많은 이들이 지하주차장을 통해서 경마장에 입장했다. 특히, 경마일 차량 주차는 불가하다고 스스로 정해서 현수막까지 붙여놓았는데, 차량 입장을 막기는 커녕 마사회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어 항의를 받았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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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반대주민들이 피켓과 깃발 등을 들고 '도박장 개장 반대'를 외치고 있자 많은 경마객들도 민망했던지 정문 출입구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입장을 시도했다. 어떤 이는 걸어서 지하로 들어가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차량을 운전한 채로 그대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지하주차장 입구에는 "경마일 차량 주차 불가, 자전거 및 오토바이만 주차 가능"이라는 안내가 크게 붙어있었다. 그런데, 이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입장하는 예는 거의 볼 수 없었고, 많은 이들이 차량을 운전한 채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도, 마사회 직원들은 입구에서 이를 막기는커녕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고 있었다.

"차량 주차 안 된다며... 왜 차량을 통제하지 않고 그대로 들여보내냐?"는 항의에 어떤 마사회 직원도 대답하지 않았다.

메르스보다 더 센 놈, 도박중독? 대통령은 왜 침묵할까

"여기는 학교 앞입니다, 제발 돌아가 주세요"라며 경마장 개장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당신들이 뭔데 국가가 하는 사업을 막느냐?"며 경마장에 들어가는 경마객들 사이에 욕설과 실랑이, 심지어는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경마장이 있는 마사회 건물에서 페트병이 주민들을 향하여 떨어진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다행히 페트병이 비어있어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실수로 떨어진 것인지, 마사회 측에서 고의적으로 던진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만약 그 병 안에 물이 들어있었거나, 그것이 플라스틱 병이 아니라 유리병이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면서 주민대책위 대표는 경찰에게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일부러 던진 것인지 알 수가 없고, 물이 들어있지 않은 빈 플라스틱 병이라 법적으로 크게 문제 삼기 어렵다"며 일단 확인은 해보겠다고 하였다. 이후 경찰은 경위를 확인했으나 단순히 떨어진 것인지 투기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성심여고 고3 학생이 직접 만든 "저는 고3입니다. 공부 좀 합시다. 마사회, 나가주세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 모교 후배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을까?
 성심여고 고3 학생이 직접 만든 "저는 고3입니다. 공부 좀 합시다. 마사회, 나가주세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 모교 후배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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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걸린 낙타 한 마리 발견되지 않은 대한민국이 사우디에 이어 메르스 환자 세계 2위 국가라고 한다. 지난 주말은 그 공포가 정점으로 치달아 가는 순간이었다. "어르신들, 메르스 위험이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가면 안 됩니다, 제발 집으로 돌아가 주세요"라는 호소에도 아랑곳 않고 경마객들은 경마장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메르스보다 더 센 놈이 있네, 도박 중독"이라고 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절대로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마사회 측 역시 개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용산구청장도, 서울교육감도, 서울시장도, 야당 대표도, 여당 지역국 국회의원도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데 경마장 개장은 추진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 우리 사회가, 특히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학생들에게 교육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교재가 이 용산 경마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성심여고 졸업생이기도 한 청와대의 박근혜 대통령은 "고3인데 공부좀 하자, 마사회는 나가주세요"라는 피켓을 든 모교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궁금한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태그:#화상경마장, #박근혜,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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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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