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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논의했다. 정부는 규제환경이 복잡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전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가제를 폐지하고 모든 사업자에게 신고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약 2주간에 걸쳐 신고와 신고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통해 빠른 기간 내에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추진은 여당이 폐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보류됐다.

요금인하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사진출처 : 미래부 보도자료
▲ 미래부의 유보신고제(안) 사진출처 : 미래부 보도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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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과도하게 요금을 인상하거나 인하해 시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쉽게 설명하면 50%에 육박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 환경을 선도하는 SKT가 새로운 요금제를 발표할 때마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요금인가제로 인해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을 하지 않고 SKT의 인가만 지켜보다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봤다. 이 같은 현상이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막아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통신시장 상황에서, 경쟁이 곧 통신요금 인하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개선되지 않는 과점시장, 5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는 선도기업의 존재 등을 고려할 때, 요금인하로 이어질 정도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는 매우 낙관적 전망에 불과하다.

SKT라는 선도적 기업이 있는 이상, 인가제가 아니더라도 현재와 같이 KT와 LG U+는 요금인하보다 SKT에 맞춰 자사 요금을 책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통3사의 과점체제에서는 자율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통신시장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요금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T의 가격남용행위, 이통3사 위주의 과점체제 고착화 등에 의한 폐해만 더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요금인가제가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요금인가제를 운용하면서도 과도하게 인상되기만 하는 통신요금을 제어하지 않았고, 심지어 mVoIP 등 신규서비스를 차별하는 요금제를 인가하는 등의 그릇된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가 이통3사 모두가 치열한 경쟁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의 요금을 SKT에게 인가해 준 셈이다.

요금인가제 폐지는 시기상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통신요금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과도한 요금 인상은 억제될 수 있었다는 점, 소비자들이 규제당국에게 통신요금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요금인가제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치는 않지만 말이다.

요금인가제 폐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통3사 간 가격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장여건이 조성하기 위해 ▲ 통신시장 진입장벽을 풀어 이통3사 위주의 과점체제 해소, 소비자의 권익증진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 통신요금 원가 등 관련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권 보장 ▲ 이통사들의 통신요금 담합행위 규제 ▲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행위 규제 등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선행돼야만 한다.

이러한 선행 조치 없이 요금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T 중심의 통신시장이 고착화되거나 이통3사 위주의 과점체제가 구조화되어 도리어 경쟁이 둔화되거나 시장을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분명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투자와 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 하지만 그러한 대원칙만을 내세워 지금의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행정에 불과하다.

정부는 6월 초 2주 동안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인가제 폐지를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추진하고자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너무 높이 치솟아 있는 가계통신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도 되지 않았던 게 경쟁에 맡겨놓는다고 해결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렇다'라고 말할 수가 없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박지호 시민기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간사입니다.



태그:#통신요금인가제, #요금인가제, #통신비 인하, #미래부,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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