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항의 십자가 책사진
▲ 책 저항의 십자가 책사진
ⓒ 박은규

관련사진보기

책 <저항의 십가자>의 저자 김동한은 초중고 12년을 개근하고, 대학, 심지어 대학원까지 개근을 했다는 전설의 성실한 학자입니다. 법과 인권연구소장, 헌법학자이면서 특별히 북한법을 전공으로 택하여 민족통일에 관한 끊임없는 관심과 실천을 하고자 하는 강남향린교회 장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시대는 그를 책상머리에 앉아 한가롭게 연구나 하는 학자로 놔두지를 않고, 투쟁적인 글쓰기를 하고, 매일같이 현장을 누비는 거리의 투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분명 날 때부터 투사는 아니었으나, 지금은 투사가 되어버린, 다윗의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었던 나단 선지자를 본받아 외치는 김동한 장로의 피 울음, 지난 10여간의 피맺힌 외침인 밥북출판사의 <저항의 십자가> 출판기념회가 지난 5월 26일 교보문고에서 열렸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증경부총회장 추병국 장로를 비롯한 기독교계, 수학자 안재구 선생을 비롯한 6·15 실천학술본부, 지인 등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저자의 출판을 기뻐하며 축하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향린교회 담임목사이시며 예수살기 상임대표인 조헌정 목사는 문동환 목사님의 저서 <예수냐 바울이냐>를 빗대어 "요즘 교회에서 많은 설교자들이 예수님의 말씀보다는 바울의 말씀을 주요 성서로 채택하는데, 특히 십자가가 구원의 상징처럼 되어 십자가에 담긴 저항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제목부터 저항이라는 십자가 상징성에 잘 어울리는 외침"이라고 했습니다.

저자의 강연 모습
▲ 저자 강연 저자의 강연 모습
ⓒ 박은규

관련사진보기


촛불교회 상임위원인 형미숙 집사는 서평을 통해 <저항의 십자가>를 읽은 느낌을 꾸밈없이 잘 정리해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 서평을 인용합니다.

"첫째로 이 책은 시대를 바로 읽는 역사서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잊어가고 있던 과거의 사건들을 되새기게 하였습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한다, 잊으면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아무리 작아도 저항이 있는 역사라야 늘 발전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둘째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에게 바른 길잡이 같은 책입니다. 사건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이면에 무슨 역사가 있는지를 알려주고 앞으로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를 어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임을 깨우치게 했습니다.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내재화시켜 예수를 살자고 외치며 온몸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면서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라고 묻는 듯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넷째 역사는 혁명이 아니면 정말로 조금씩 변하는구나 자각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게 했습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게 언제 쓴 글이지? 하면서 뒷장의 날짜를 확인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1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별로 변함이 없는 상황 앞에서 허탕하기도 했지만 절망 속에서도 작은 희망들이 있음을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그 희망은 바로 여기 있는 우리들이고, 우리가 그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향해 작은 걸음을 열심히 내딛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섯째 국가보안법이 민주와 통일의 엄청난 걸림돌임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질타하고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이 책 때문에 저자께서 온전할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나 저자는 자신의 신념과 양심인 만큼 이로 인해 핍박을 받으면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섯째 명설교집입니다. 예수를 닮는다, 예수처럼 산다, 하나님을 기쁘게 한다는 말로 관념에 머무는 기독교인이 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신앙의 지침서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교회 개혁을 말하고, 깨어있는 기독인이 되기를 촉구하면서 외치고 있습니다. 늘 떨쳐 일어나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일구자고…."

서평이 끝난 다음 저자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 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을 믿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살아온 삶의 궤적 속에서는 더욱 한심하고 창피하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을 구원하고 사랑하셔서 썩은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셨다. 그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다는 나부터도 거짓의 무리가 광란의 춤을 추는데 방관자로 있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자책합니다.

중학 시절 형님의 인도로 교회라는 곳을 처음 간 이후 50년이 되었으나, 사회적 모순과 불의에 대한 지향이 신앙생활과 일치되어 예수를 바로 이해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어떤 삶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김경호 목사를 만나 강남향린교회에 나가면서부터이다. 김경호 목사와 강남향린교회를 만난 것은 나의 신앙생활에 일대 분수령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이전에는 인권문제와 통일문제를 화두로 사회적 차원에서 계급모순, 분단모순 타파에 진력했다면, 그 이후에는 인권문제나 통일문제를 기독교 사회운동 차원에서 접근했다. 특히 2000년 장로임직 후 '기독시민사회연대' 운영위원장을 시발로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공동대표, '예수살기' 상임대표, '촛불교회' 운영위원, 각종 시국현안대책위원회 공동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예수처럼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다고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도 못한 채 애만 쓰다가 세월만 보낸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합니다.

예수를 닮는다는 것은 그리고 예수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아직 나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예수를 나의 신앙 속에서 지주로 삼겠다면 그분의 삶의 행적을 닮거나 따르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당연히 핍박받는 이들, 고통받는 이들, 피 울음 우는 이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회고해 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집회와 기도회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문익환 목사님께서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에 뛰어든 때가 쉰일곱이었다고 한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그분의 그림자라도 따라가려는 심정으로 생을 다할 때까지 통일운동에 매진하고자 한다. 나는 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통일운동을 본받고자 '늦봄사랑'이라는 별호를 즐겨 쓴다고 합니다.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근본모순을 해소하지 않고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계급모순을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분단모순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본다. 자주적 통일이 아니면 우리에게 진정한 독립은 없다는 것을 지난 70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이나 해방이 아니고 분단의 시작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주적 독립을 하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까지도 얼마나 우리를 옥죄고 있는지 각성해야 한다. 우파이면서도 민족을 앞세우다가 암살당한 김구 선생을 생각하면 제국의 폭압에 약소민족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는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민족'에 대해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제국의 술책을 뛰어넘지 못하면 '자주'도 '독립'도 '통일'도 '평화'도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언제까지 제국의 식민지로 안주할 수는 없다. 후손들에게 분단의 질곡 속에서 더는 고통받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대역죄를 짓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빨갱이', '종북' 같은 덫에 갇혀 광풍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미국의 우산 속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치욕스런 일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독재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이제는 분노해야 할 때이다. 이제는 저항해야 할 때이다. 이제는 일어서야 할 때이다. 그리하여 민주세상, 평등세상, 통일세상, 화평세상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의 사명이자 소명이다. 저들의 폭력과 기만 앞에서도 이제 두려워하지 말고 분연히 일어서야 할 때이다. 특히 기독인이라면, 예수를 따르겠다면, 하나님을 믿겠다면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신앙에 따르는 책임과 힘으로 바꿔야 한다."

사인회를 끝으로 그날 저자강연회는 끝났습니다. 이렇게 성황리에 마친 그 날 강연회는 책 제목처럼 십자가에 담긴 저항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의 신앙을 고민해 보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예수님은 오늘의 시대를 마태복음 11장 16, 17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는 무감각한 시대(마 11:16~17)'라 하십니다.

그리하여 더욱더 오늘 김동한 장로의 <저항의 십자가>가 무감각한 이 시대에 우리를 깨우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시대 기독인들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저항의 십자가 - 고난과 투쟁의 현장에서 바라보는 바른 세상과 참된 신앙

김동한 지음, 밥북(2015)


태그:#김동한, #박은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