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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노조와 사내하청지회, 시민사회 등이 5월 6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노조가입 불법탄압 감시단' 발족을 알렸다. 현대중공업이 6월 1일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하자 하청노조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 중단도 선언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노조와 사내하청지회, 시민사회 등이 5월 6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노조가입 불법탄압 감시단' 발족을 알렸다. 현대중공업이 6월 1일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하자 하청노조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 중단도 선언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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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자 올해 초 여직원 200여 명을 포함 1300여 명의 사무직 직원을 구조조정한 현대중공업이 1일 전격적으로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사주인 정몽준 고문의 최측근인 권오갑 사장이 취임,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부 통폐합 등을 주도해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1일 "회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재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도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지금부터 우리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오갑 사장은 정규직의 2배 가까이 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에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도 중단도 선언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에 "하청노동자 구조조정 중단 선언도 해야"

권오갑 사장의 이날 구조조정 중단 선언은 현대중공업노조가 권 사장의 퇴진 운동을 벌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청노조 조합원 가입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나왔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가족 여러분께'라는 소식지를 통해 구조조정 중단 외 각 사업부별로 권한을 강화하고 지난해 임단협에서 약속한 후 미뤄온 특별격려금 지급 의사도 밝혔다.

권 사장은 "사업본부 대표에게 대부분 권한을 이양해 실질적인 대표 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미래기획위원회를 만들어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함께 만들겠다"며 "다양한 직급 대표들이 미래기획위원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선박 2000척 인도를 축하하는 의미로 (지난해 약속한)100만 원 특별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본사를 두고 전체 종사자는 정규직 2만5000여 명(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 1만8000여 명), 하청노동자는 3만 7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 회사 측은 '희망퇴직'이란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하지만 정규직 인력 구조조정이 공개적이고 단기간에 걸쳐 진행된 반면 하청노동자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회사 물량 사정에 따라 진행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김백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국장은 "최근 8개월 가량 진행된 정규직 구조조정은 밀어붙이기식 방식이었고, 이에 따라 정규직노조의 극한 저항을 불러왔다"며 "이런 부작용을 경험한 회사측이 하청노동자에게는 세련된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하청노조는 그 사례로 현대중공업 협력업체협의회가 1일부터 '물량팀'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을 들고 있다. 물량팀은 대형조선소 등에서 2차 하청업체에 일정 작업물량을 일정 기간 내에 완수하도록 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4대 보험 가입 등이 어려운 비정상적인 방식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현대중공업 '물량팀'의 실체를 공개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백선 사무국장은 "회사측이 그동안 물량팀을 이용해 먹다 돌연 '물량팀이 불법'이라고 하고 나선 것은 2차 하청업체 노동자인 물량팀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외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기성금(원청이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공사 대금)을 삭감하면서 업체가 폐업하는 사례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미포조선(울산 동구)에서는 최근 하청업체 KTK선박 사장이 '기성금이 깎였다'며 돌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폐업을 통보해 하청노동자들이 임금 지급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금도 농성중이다(관련기사 : 현대미포조선 하청, 주말에 문자로 '폐업' 통보).

따라서 하청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한 것처럼 하청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랜시간 요구해온 하청노조와의 직접 교섭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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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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