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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엘에이에서 '내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 : 윤은영)과 'LA 사람사는세상' (대표 : 김인숙) 주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이념과 뜻을 같이하는 1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그를 추모했다.

이날 이 자리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사진들이 전시됐고, 그동안의 엘에이 추모제들을 담은 영상과 노무현 대통령의 활동을 담은 '노무현의 말, 웃음, 그리고 노래' 추모영상(https://youtu.be/nevKEWhIKQc)도 상영되었다. 특히 사진전시회에는 노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과 노무현 대통령이 출마했던 각종 선거에 사용되었던 포스터도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 한 참석자가 노무현 대통령 사진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 한 참석자가 노무현 대통령 사진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 Rome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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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 이후에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한국 언론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한평생 언론인으로 살아 온 정연주 사장은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의 언론의 투쟁, 노무현 정부와 언론의 관계, 그리고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먼저 정연주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시민과 언론단체의 추천 공모에 의해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임명된 후 2003년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만난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임기 동안 두 사람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 사람은 검찰총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KBS 사장이다."

KBS 사장 재직 시절, 탐사보도팀에서 '고위공직자 재산검증'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이 모두 대상이었고 당시 장·차관, 청와대 수석 등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이후에도 KBS에서 참여정부에 비판적인 보도가 많이 있었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 않겠다는 임기 초의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퇴임한 2008년, 정연주 사장은 봉하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임기 초의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당시 한 신문에서 참여정부 기간 중 '조중동' ('조중동'이라는 조어는 정연주 사장의 작품이다) 신문 기사에서 비판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 통계를보니 1위가 노 대통령이었고, 2위가 정연주 사장이었다는 내용을 전하며 '조중동'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걸로 보아 일을 잘한 것 같다고 얘기하며 같이 파안대소를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한국언론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한국언론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하고 있다.
ⓒ 강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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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여에 걸친 강연회를 통해 그는 한국 언론의 거짓보도, 왜곡보도 행태를 낱낱이 소개했다. 얼마 전 채널A가 2003년 FTA 농민시위 사진을 가지고 세월호 집회가 폭력성을 띠고 있다고 거짓보도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예전에 촘스키가 미국의 주류 언론을 비판하면서 제도권의 가치와 생각이 언론이에게 내재화 (internalized) 되어간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한국의 경우는 내재화 단계를 넘어 동기화 (synchronized) 단계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언론이 언론으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보수언론과 집권보수세력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강연회 제목 '한국 언론의 위기'를 잘못 정한 게 아닌가 싶다는 말을 했다. 아마도 '한국 언론의 절망'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핵심기능, 즉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 상실된 한국 언론의 현실, 그리고 부정의에 대한 분노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는 현 한국 언론계의 상황은 절망스럽다는 비판을 쏟아내었다.

하지만, 강연회 말미에, 그는 몇몇 대안언론과 KBS 새노조에서 희망의 싹을 본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 봉하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들었던 노 대통령의 말도 덧붙였다.

"현실 정치로 세상을 바꾸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시민이 깨어나고 그렇게 깨어난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세상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태그:#노무현 대통령 6주기, #정연주, #내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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