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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율 513%, 수입쌀 가격 우리 쌀의 2배. 우리 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이는 새누리당이 지난해 거리에 내걸었던 펼침막 문구다. 정부가 올해 '밥쌀용 쌀' 1만 톤을 수입하기로 하고 21일 업자선정을 위한 입찰에 들어가는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새누리당의 펼침막 문구를 다시 들추어내면서 '쌀 수입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하원오 의장을 비롯한 농민 10여 명은 20일 낮 12시20분경부터 부산 영도에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사무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이 20일 낮 12시20분경부터 부산 영도에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사무실 문 앞에서 쌀 수입에 반대하며 펼침막을 걸어놓고 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이 20일 낮 12시20분경부터 부산 영도에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사무실 문 앞에서 쌀 수입에 반대하며 펼침막을 걸어놓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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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건물 5층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왔을 때는 점심시간이라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문은 잠겨 있었다. 농민들은 건물 외벽에 펼침막을 내걸고, 머리띠를 두르고 복도에 앉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전농은 지난 14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김무성 대표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19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 측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농민들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전농은 공개질의에서 "새누리당은 작년 쌀 관세화 결정 후 전국에 현수막을 걸어 우리 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새누리당의 약속과 달리 정부는 의무 수입이 사라진 '밥쌀용 쌀'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밥쌀용 쌀 수입은 우리 쌀도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에서도 협상력을 스스로 낮추는 어리석은 행위"라며 "새누리당은 의무수입물량(MMA)으로 인한 국고 부담을 들어 쌀 관세화를 추진했는데 이번 밥쌀용 쌀 수입은 MMA 운영 면에서도 부담만 키우는 낭비"라고 덧붙였다.

전농은 "농민들은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해서는 21일 시행하는 밥쌀용 쌀 공매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이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입장과 대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 10여명이 20일 낮 12시20분경부터 부산 영도에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사무실을 항의방문하러 가면서 쌀포대를 갖고 들어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 10여명이 20일 낮 12시20분경부터 부산 영도에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사무실을 항의방문하러 가면서 쌀포대를 갖고 들어가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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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점심시간이 지나도 김무성 대표 지역사무실 직원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영도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만 보였다. 경찰관들은 두 차례 경고를 하면서 농민들한테 건물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하원오 의장은 "경찰이 두 차례 나가라는 경고를 했는데 무슨 근거로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김무성 대표의 면담을 위해서다. 집회를 여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원오 의장은 "국회의원 사무실에 국민이 찾아왔는데 문도 열어주지 않고 사무실 직원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이해가 안 된다"며 "이는 무대응으로 보이고, 국민 무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유일의 농림해양수산위 소속의원 김무성, 입장 밝혀야"

그는 "지난해 새누리당은 우리 쌀을 지키겠다고 펼침막을 내걸었다. 그런데 지금 수입쌀이, 그것도 가공용이 아닌 밥쌀용 쌀이 수입되는데 새누리당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이면서 부산·경남에서 유일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이다. 당연히 이번 수입쌀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 의장은 "새누리당은 지난해 관세율 513% 이야기를 하면서 수입쌀은 우리 쌀보다 가격이 2배가 된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번에 밥쌀용 쌀이 들어온다면 관세율이 낮아 우리 쌀보다 절반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막걸리나 과자용으로 들어가는 가공용 쌀도 아니고 밥상에 바로 오를 수 있는 쌀을 수입하는데 새누리당이 입을 닫고 있다"며 "지금은 농번기이고, 한참 모내기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쌀을 수입하도록 한다는 것은 농민들한테 쌀농사 짓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쌀값이 폭락하면서 정부에서 700톤 정도를 수매했다. 그래도 쌀값이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또 쌀을 수입하겠다고 하니 농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이는 농민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새누리당은 말로만 농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하원오 의장을 비롯한 농민들은 김무성 대표의 답을 들을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을 예정이다. 하 의장은 "쌀 수입업자 선정을 위한 공매가 내일까지인데, 적어도 그 시각까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20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부산 영도에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사무실 건물 외벽에 쌀 수입에 반대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20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부산 영도에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사무실 건물 외벽에 쌀 수입에 반대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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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쌀, #전농 부경연맹, #수입쌀, #하원오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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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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