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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이론 물리학자이자 영화 <인터스텔라> 책임 제작자인 킵 손 박사(오른쪽)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씨와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이자 영화 <인터스텔라> 책임 제작자인 킵 손 박사(오른쪽)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씨와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울디지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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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천재 물리학자와 19세 천재 소년이 만났다. 영화 <인터스텔라> 책임제작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와 8살에 대학에 입학해 현재 천체우주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 군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89년 시공간을 넘어 마주한 우주비행사 쿠퍼와 딸 머피를 보는 듯 했다. 지구에서 아빠를 기다린 99세 딸과 여전히 40세에 머문 아빠 사이에 어색함이 없었듯, 천체물리학을 통해 엮인 두 사람에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인터스텔라> 만든 물리학자 킵 손, 한국의 천재 소년을 만나다

첫 만남은 어색했다.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SDF2015) 기조 강연을 마친 킵 손 박사를 마주한 송군은 넥타이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 박사는 과학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내용은 몰라도 과학자가 멋진 넥타이를 매고 오는지 보러 온다고 했는데 킵 손 박사는 넥타이가 필요 없는 분이지만 나는 매고 왔다."

실제 킵 손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넥타이 없이도 청중 수백 명을 매료시켰다. 가상 우주선을 타고 토성 고리 근처에 있는 '웜홀'을 통해 지구에서 20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다녀오는 짧지만 긴 우주여행에 초대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복잡한 과학 이론을 몰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강연이었다.

<인터스텔라>를 두 번 봤다는 송유근군은 '중력(그래비티)'이란 책에서 접했던 킵 손 박사 이름을 영화에서 발견하고 놀랐다면서, 과학자가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킵 손 박사는 "2006년 절친한 영화 제작자인 린다 옵스트가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전 세계 수천만 사람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한국 관객이 1027만 명이었다는데) 그 가운데 10%만 과학에 관심을 갖는다면 내가 미래 과학자들에게 다가간 셈"이라고 크게 반겼다.

"스티븐 호킹 박사와 차기작 준비"... 송유근 "나도 영화 만들고 싶다"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이자 영화 <인터스텔라> 책임 제작자인 킵 손 박사가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이자 영화 <인터스텔라> 책임 제작자인 킵 손 박사가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서울디지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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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두 천재는 한결 가까워 보였다. 킵 손 박사는 송군을 가리켜 "장래가 촉망되는 한국의 과학자라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웠고, 송군도 "킵 손 박사가 이론물리학 대가이면서 영화 과학 자문도 맡는 걸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특히 송군은 "나도 좋은 물리학자가 되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방면에서, 영화 제작도 하며 살아보고 싶다"면서 킵 손 박사를 자신의 롤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송군은 "과학을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과학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밤하늘을 보며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 별은 몇 개일까, 외계인은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서 "과학 대중화를 통해 일반인들이 과학에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면 과학적 호기심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킵 손은 이날 "<인터스텔라> 제작자인 린다 옵스트가 역시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와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킵 손은 "<인터스텔라>를 만드는데 8년 반 정도 걸렸는데 차기작도 린다 옵스트와 스티븐 호킹 박사가 참여해 <인터스텔라>와 다른 과학 이론을 적용한 SF(과학)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현재 줄거리와 등장인물, 과학이론 등 영화 개요를 담은 트리트먼트 초안을 9개 만들었고 시나리오 작가를 물색 중인데 빠르면 3년 뒤, 길면 10년 후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킵 손은 "<인터스텔라>가 성공한 건 나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협업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면서 "처음에 놀란 감독은 내가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며 자꾸 불가능하다 딴죽 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서로 의견교환을 통해 탄탄한 과학이론에 근거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과학자가 영화 제작에 적극 참여한 경우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콘택트> 정도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극소수인데 <인터스텔라>가 과학과 대중 문화간 협업 가능성을 잘 보여줬다는 것이다. 

다만,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영화 특성상 과학 이론이 자칫 왜곡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킵 손 박사는 "물리학은 수학적 공식에 바탕을 둬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대중을 이해시킬 때뿐 아니라 나 자신이나 과학자들 사이에 이론을 설명할 때도 그림으로 도식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서 "3차원에서 4차원이나 5차원을 표현하기 어려운 것처럼 어느 정도 왜곡이 발생할 수 있지만 최대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태그:#인터스텔라, #킵 손, #송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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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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