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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그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 연설하고 있는 김연홍 씨 오는 7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그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 이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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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6살이고, 대학원생이고, 오는 7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제1회 대한민국 대학생 연설 대전의 본선 무대에 오른 김연홍씨는 깜짝 결혼 발표를 했다. 인문학 대학원생으로서 아직 안정적인 수입도 없고,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도 얻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남자친구와의 미래를 포기하기 싫어 결혼을 결심했다는 것.

현장에 함께한 김씨의 아버지는 전날에야 처음 딸의 결혼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애써 참아오던 눈물을 터뜨린 김씨는 청중들에게 "저처럼 무리한 결혼을 하라고 권하려는 건 아니"라면서 "누구에게나 포기하기 싫은 꿈이 있을 것이고, 저의 이야기를 통해 소중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치고 내려온 김씨는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와 포옹하며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다준다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이 후원한 <대한민국 대학생 연설대전>의 본선이 열렸다. 연설 대전 본선에는 12명의 청년들과 13번째 주인공인 청중들이 함께 했다. 주최 측인 다준다연구소는 "대한민국의 사라진 연설 문화를 복원하고 청년 실업과 신용 불량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세상을 향해 소리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40여 명이 참가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온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다양했고, 대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다. 투표 용지 모양의 방패를 들고 나타난 강정욱씨는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투표 날이면 "의미가 없다. 자기 계발이 우선이다. 놀러 가야한다"고 말하는 청년들에게 투표의 소중함을 전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가 청년들을 두려워하는 순간, 청년들에게 두려운 세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투표는 종이에 도장을 찍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에 도장을 찍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주제로 연설한 강연주 씨는 자신의 입시 경험을 공개했다. 고3 1년간 1등급을 놓쳐본 적 없던 그녀는 수능을 망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반면 3등급을 유지하던 남자 친구는 '수능 대박'을 통해 명문대에 진학했다. 두 학생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고 강 씨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인정하는 것 같아 재수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외로움. 강씨는 "결과 만능주의 세상이 바뀔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 때문에 차별받는 설움을 토로한 참가자도 있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트로트 가요를 부르며 연설을 시작한 전소영 씨는 면접장에서 나이부터 따지는 면접관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대학 입시와 편입, 유학 등 다사다난한 인생 경험을 말할 사이도 없이 나이에 어울리는 경력부터 찾는 채용 시장의 행태를 꼬집은 것.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사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주제 하에 다양한 연설자들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록금을 내지만, 그에 맞는 혜택은 받지 못한다."(정승연) "통일은 진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념이 사람보다 우선하는 것입니까."(김향연), "군대는 죽었다. 김 일병이 목숨을 끊은 순간."(김용균) 등 자신의 경험에 바탕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대학생 연설대전의 현장 축사는 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대표운영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박홍근, 정호준, 김기식 의원,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신용한 위원장 신용한 등이 했다. 이연주 위원장은 토마스 칼리일의 "세상을 설득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는 밀을 인용하며 연설 대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했다.

본선은 총 12명의 본선 진출자가 1부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본선 진출자들은 모두 국회의원 상을 수상했다. 그 중 심사위원상과 청중의 투표로 심사위원상과 인기상이 수여됐다. 심사위원상은 '통일은 진심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해준 김향연 학생이, 인기상은 '투표가 청년의 미래다'라고 말해준 강정욱 학생이 받았다. 주최 측은 "잃어버린 연설 문화 복원을 위해 매년 대학생 연설 대전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다준다연구소, #대한민국 대학생 연설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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