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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을 통해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지원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혜택으로 기업의 이익만 늘리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실제 주거 공간이 필요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요구는 충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정부는 임시 방편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입법의 요지

자가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임대차 방식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등 민간 임대 시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임대주택의 공급을 증가해, 민간 임대 시장에서 야기되고 있는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의 입법 취지로 보인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의 핵심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기업이 중심이 되어 대규모(건설형 300호이상, 매입형 100호이상)로 임대형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급 주체인 기업에게 저렴한 택지 제공, 금융 지원, 세금 감면, 건축 규제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 기업형 임대 사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심화돼온 양극화 현상의 결과로 중산층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중산층을 주거 지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요한 진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거나 주거의 공공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주택 보급률이 103%를 넘은 상황에서 임대 시장의 불안은 단순히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대차 시장을 포함해 주거 문제의 핵심은 저렴한 부담 가능한 주택의 부족이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의 쟁점

이번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제정은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 붕괴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충족해야 할 몇 가지 전제들이 있다.

우선 공공 택지, 주택 기금 등 공적 자원을 저소득 계층에 우선 투입하고 중산층 지원을 이유로 지원이 축소돼선 안 된다. 정부안에 의하면 기업형 임대주택의 대상이 되는 중산층을 3분위에서 8분위까지로 보고 있으나, 자가 보유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3분위에서 5분위까지를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민간 임대주택 참여자에 대한 특혜가 공공 기여에 비해 적정한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기업형 임대주택 지원 방안은 다음 표 1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그 외 용적율·건폐율, 층수제한 완화, 판매·업무시설 등 허용
▲ 표1 . 기업형 임대주택 지원방안 그 외 용적율·건폐율, 층수제한 완화, 판매·업무시설 등 허용
ⓒ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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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을 보면 민간임대주택 공급 기업에게 저렴한 택지 제공, 금융 지원, 세금 감면, 건축 규제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발 제한 구역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개발 대상 토지의 소유권 1/2이상을 확보하면 토지 수용권까지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원 내용은 유럽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회 주택 지원 수준과 유사하다. 기업형 임대 주택은 종전 민간 건설사가 건설한 공공 건설 임대주택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음에도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배제, 분양 전환 시 임차인의 선취득권 배제, 초기 임대료 규제폐지 등 공공 기여는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공공택지공급을 저렴하게 받았거나 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형 임대주택이 특별한 제한 없이 개발 이익 등을 전취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기존 임대사업자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 소규모 임대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대폭적인 지원을 굳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을 통해 진행하는 것보다 LH·SH 등 공기업이 주도해 리츠 형태나 채권을 발행해 진행하거나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임대 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

기업형 임대주택, 실효성 있을까?
그림1. 사회주택의 주요 목표 계층
 그림1. 사회주택의 주요 목표 계층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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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 사업이 진행될 경우, 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 임차인에게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거나 정부에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익 보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면 정책 수혜만 누리고 매각할 수도 있다. 이러할 경우,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의 명분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임대 시장에서 월세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월세에 대한 저항이 여전히 강하고 보증금이 높은 반전세 비율이 높은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임대주택 사업의 수익률 달성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임대료 수준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수준(월122만 원)을 근거로 해도 교육비, 의료비 등 높은 생활비를 고려했을 때, 중산층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물량도 마찬가지이다. 국토부 담당자는 연간 1만호 정도 공급할 것을 예상하고 있으나 토지확보어려움 등으로 인해 공급량 충족이 불투명하고 이 정도 물량으로 전월세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결국 민생보다는 '기업 위주'

앞서 살펴봤듯, 대규모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은 '시기상조'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과도한 혜택을 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명분과 실효성이 적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형 임대 주택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중산층 주거 선택권을 확대해서 전세난을 완화하고, 새로운 임대차 문화 정착을 유도하며, 국내 건설업을 단순 시공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등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 건설사 등 부동산업계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공급자위주의 경기 활성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형 임대 사업으로 민간 임대주택 사업이 활성화되더라도 중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감소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집값 수준도 문제다. 주거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적인 처방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월세상한제, 임차권계약갱신제도 등 임차인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협동조합이나 비영리 주택공급업체 등 사회적임대사업자를 적극 육성하여 3~5분위의 중산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장기 임대인으로서 능력 있는 사회적 주택공급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역시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진남영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부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기업형임대주택, #뉴스테이, #민간임대주택특별법, #S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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