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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버린 비닐포장지는 바다거북이를 평생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 해양쓰레기로 고통받는 해양동물들 우리가 무심코 버린 비닐포장지는 바다거북이를 평생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 미국 알래스카 정부 바다생물 보호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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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 '가슴 아프고, 미안해 지는 사진 22장'이란 제목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해 고통받는 해양동물들의 사진들이 공개되었다.

외면하고 싶은 정도로 사진은 충격적이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은 바닷물과 함께 바다를 여행한다. 죽음의 여행이 시작된다. 저 작은 포장 비닐은 바다거북이의 등껍질의 숨을 끊어놓고 있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했다.

죽음의 여행은 계속된다. 알래스카 해안 동물들인 바다표범과 바다사자를 끝내 죽음으로 몰았다. 또한, 먹이를 찾던 배고픈 철새는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의 유언장을 플라스틱으로 써 놓았다. 마치 배고픈 친구들에게 설령 굶어죽더라도 절대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먹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하다. 

'여름' 하면 사람들은 시원한 '바다'로 떠나고 싶다. 그러나 정작 푸른 바다 앞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파도와 함께 떠내려 오는 쓰레기들이 뒹구는 광경이 종종 펼쳐지기도 한다. 이런 바다쓰레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주도에서 떠밀려오는 바다 쓰레기들에 동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예술품과 실생활품으로 재탄생시킨 '바다쓰기' 프로젝트 팀이 있다. 김지환 작가는 5월 16일부터 오는 7월 15일까지 미오갤러리카페(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1118-9)에서 전시를 연다. 전시에 쓰인 재료들 전부는 제주도 바다에서 직접 수거했다. 

제주도 푸른 파도에 떠밀려온 쓰레기들도 그의 애정 어린 손길을 거치고 나니, 저만 알고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와 삶으로 탄생하게 된다. 지난 17일, 정크아트 예술가인 김지환 작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생활 포기 순간 창작욕구 터져 나와

철새는 친구들에게 설령 굶어죽더라도 절대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먹지 말라’고 유언했다,
▲ 철새가 써내려 간 플라스틱 유언장 철새는 친구들에게 설령 굶어죽더라도 절대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먹지 말라’고 유언했다,
ⓒ 미국 알래스카 정부 바다생물 보호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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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가하여, 바다쓰기 활동을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 바다쓰기의 김지환 작가 제주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가하여, 바다쓰기 활동을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 바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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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해안가의 쓰레기를 보면서, 언제부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상상을 하셨는지요? 소위 쓰레기를 줍다보면, 사람들에게 괜한 오해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러한 작업은 가족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졸업 학위는 미술교육이지만 교육에는 일찌감치 뜻을 접었습니다(어찌하다 보니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미술강사로 활동하는 걸 보면 졸업장이 도움이 되긴 된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기는 했지만 대학신문사 기자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서 대학 졸업 직후 지역 신문사 사회부 기자를 시작으로 2013년 말까지 기자생활을 계속해 왔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제 마음속의 창작욕구가 계속 자라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제주에서의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순간 그 창작욕구가 터져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많은 관심을 두고 있던 업사이클링과 접목할 방법을 찾았고 마침 와이프가 보여준 영국의 작가 커스티 엘손(kirsty elson)의 작품사진 한 장이 제게 깊은 영감을 주게 됐습니다.

바다쓰레기인 드리프트 우드를 주재료로 만든 그의 작품을 밤새 찾아본 뒤 바다쓰기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첫째 딸아이가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왔다면서 자랑하자 '바다쓰기' 이름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바다쓰기 작업은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닷가에 나가 재료를 주워오고 가족들이 자는 시간 혼자 작은 방에서 톱질하고 못질하고 청소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몇 개가 완성되자 가족들의 반응도 좋았고 마침 동네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인 신샘공방의 '그냥장터'에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주위의 응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물론 바닷가에 혼자 나가 쓰레기를 주울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됐지만 이제는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돌아다닙니다. 간혹 넓은 해안가에 홀로 남아 있을 때면 적막감도 없지 않지만 마치 종교적인 의식을 치르듯 하나하나 생명을 주겠노라고 생각하며 나무를 주워오곤 합니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재료비는 크게 들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동력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줍고 씻고 닦고 썰고 붙이고 등 작품 제작공정에 들어가는 정성이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여느 미술작품과 다른 소재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낯설기도 하고, 재밌어 하기도 할 것 같아요. 길거리 장터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반응이 어떤가요?
"크게는 두 가지 반응입니다. 쓰레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작품에 대한 혹은 의미에 대한 완전한 호감 반응입니다.

대체적으로는 스토리를 설명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줍니다. 내 눈에 보인 쓰레기에 동화적인 상상력을 불어넣는다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내주시고 또 구매나 전시로도 연결되기도 합니다."

"정크아트, 리사이클링 아트와 동등한 개념"

올망졸망 아름다운 이웃과 정이 있는 마을을 제주 바다에서 떠밀려온 페목으로 만들었습니다.
▲ 바다쓰기 작품들 올망졸망 아름다운 이웃과 정이 있는 마을을 제주 바다에서 떠밀려온 페목으로 만들었습니다.
ⓒ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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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계입니다.
▲ 바다에서 온 시간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계입니다.
ⓒ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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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정크아트 흐름을 소개해 주시고, 이에 대한 제주의 분위기도 알려주세요.
"정크아트에 대한 이해는 오픈백과사전이 저보다 더 상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산업폐기물, 쓰레기에 대한 예술가적 고민은 전 세계 공통된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주도 해안가에 떠밀려온 수천 톤에 달하는 바다쓰레기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정크아트 설명에 업사이클링을 빼놓을 수는 없는데요.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재활용)에 디자인 개념을 넣어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크아트는 리사이클링 아트와 동등의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곧 소비, 산업화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업사이클링 산업은 그 규모가 매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고요. 업사이클링 시장의 일부분인 업사이클링 아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업사이클링의 시장이 커지면서 쓰레기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있고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정크아트 즉 업사이클링 아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보다 확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주 역시 이런 정크아트의 개념을 확장해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재주도 좋아' 팀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이용해 문화사업을 벌여나가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 제주도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플리마켓에도 정크아트를 활용한 작품판매가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 김지환 작가님이 끈질긴 노력으로 작품들이 잉태된다고 생각해요, 작업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도저히 이것은 작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쓰레기는 없었을까요?
"작품을 만들 때는 그날 그때의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영감을 받은 영화나 음악, 사진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작업 할 때는 음악을 틀어놓고 향을 피우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동화적인 상상력을 작품에 투영하기 위해 아이들의 입장에서 나무를 바라보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경험이나 9살과 6살이 된 두 자녀에게서도 순수함을 많이 얻어 작품에 표현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다에 떠밀려온 나무의 색감입니다. 멋있게 보이기 위해 인위적인 색칠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거든요. 때문에 더 많이 걷고 더 오래 돌아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멋진 색감이 있는 나무 조각이라도 너무 부식되거나 이물질이 너무 많이 묻어있으면 작품 만들기가 쉽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병이든 그물이든 부표든 모든 바다쓰레기는 작품의 소스가 되고 있습니다."

- 이번 전시가 첫 전시회인가요? 그동안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던데요. 소감이 어떠세요?
"2015년 1~2월 제주 송당 1300K+에코브릿지 카페에서 바다쓰기의 첫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전문 전시공간은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5~7월 진행되는 제주 온평리 미오갤러리의 전시가 계획됐습니다. 모두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평화축제가 인연이 되었습니다.

제주도는 이런 작은 끈들이 큰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좁기도 하거니와 문화예술에 대한 그 어디보다 관대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창작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 특히 바다쓰기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사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발전이 계속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바다쓰기, 개인 창작영역으로 국한하고 싶지 않다"

작가는 정크아트를 통해 소품 뿐만 아니라, 가구도 만들고 있다.
▲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의자로 변신 작가는 정크아트를 통해 소품 뿐만 아니라, 가구도 만들고 있다.
ⓒ 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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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쓰기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전시작품 바다쓰기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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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작가님의 삶과 바다쓰기에 대한 열정을 응원하며, 마지막으로 바다에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도는 연간 수억 원 혹은 수십억 원을 들여 바다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 규모만도 9천 톤에 달합니다. 미처 수거하지 못하는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쓰레기의 상당수는 물론 자연적인 것들도 있지만 사람들이 버린 인위적인 것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남태평양 플라스틱 아일랜드의 경우 바다 위에 떠 있는 플라스틱의 크기만 해도 한반도의 7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기 때문에 학자들은 거대한 변기 속에서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미래를 걱정합니다.

저는 바다쓰기를 개인의 창작영역으로 국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주도 곳곳은 물론 전국의 해안가 그리고 전 세계의 해안가에서도 바다쓰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바다쓰기를 거대한 프로젝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작품 전시뿐 아니라 가구디자인, 환경교육, 체험카페, 박물관 건립 등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바다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 자녀 내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다쓰기와 함께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바다는 우리의 말 못할 고민도 묵묵히 들어주고, 사랑의 처연함도 달려준다. 그러나 쓰레기만은 거부한다고, 바다동물들은 온몸으로 'SOS'를 보내고 있다. 이제 쓰레기들의 죽음의 여행을 멈추기 위해 우리 모두 행동을 하자. 적어도 우리 손으로 바다에  '시치미' 떼며, 쓰레기를 사뿐히 놓고 오지는 말자. 

먼훗날, 아이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 올 것이다. '엄마! 바다표범, 바다사자 그리고 바다거북은 어떻게 생겼어? 엄마 어릴 때는 있었어?'란 질문에 '응, 옛날 옛날에 바다표범, 바다사자, 바다거북들이 살았었는데, 사람들이 바다에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려서 그 쓰레기를 먹거나, 몸에 엉켜서 고통스럽게 죽었어, 그리고는 영영 지구상에서 사라졌대...'라고 대답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란다.

바다쓰기 전시회는...
바다쓰기 전시회는 오는 5월 17일 전시를 시작으로 23일 <집 만들기>, 6월 6일 <배 만들기>, 6월 20일 <동물 만들기>, 7월 4일 <시계 만들기> 등 바다쓰레기를 활용한 만들기 체험도 진행된다. 체험 시간은 오후 3시 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체험비 2만 5000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갤러리 큐레이터(010-9262-2997), 김지환 작가(010-9074-2781)로 문의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 진주지역 인터넷 언론인 <단디뉴스>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바다쓰기, #정크아트 , #김지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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